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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1일 08시 40분 등록
  코로나19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원래 제가 집과 회사만 왔다갔다 하면서 살고 있어서인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저는 큰 변화가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다만, 한달에 두어번 만나는 친한 선후배 모임에 몇달 동안 참석 할 수 없었고, 2달에 한번 모이는 변경연 포항 함성 모임도 못가고, 그리고 지난달 말에 있었던 꿈벗45기와 세분의 선생님(달국,옥균, 피울)이 함께 하는 모임에도 참석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이 코로나19 거리두기를 다른 일반인 보다는 좀 더 강화된 형태로 지켜야해서 입니다. 그래서 이웃도시에 계시는 부모님과도 식사는 딱 한번 했습니다. 그것도 저 혼자서 아버지와 한번, 그리고 저 혼자서 어머니와 한번 뿐이었습니다. 포항 어르신보호센터에 계시는 장모님도 딱 한번 만나뵙고 왔습니다. 면회가 아예 안되다가 지난달에 가능해져서 내려가서 센터 복도에서 마스크끼고 모두들(아내, 아이들) 장모님과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같이 외식도 할 수 없어서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1주1글챌린지 덕분에 요즘 제 자신을 자주 돌아보고 잘못한 것을 되돌아 보고 깨닫는 시간을 가집니다. 특히 제 글의 주제가 ‘아이와함께하는삶’ 이라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되는 미완성의 인간이라고 스스로 달래기도 하지만, 지나고 보면 아이에게 ‘내가 왜 그랬을까?”라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깨달았으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이번주 주제는 ‘묵묵히 곁에 있어주고 응원해주는 아빠’로 설정해보았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아빠의 ‘말하기' 스타일도 아이의 성장과정에 맞춰서 변화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나 봅니다. 이제 고1이 된 큰 딸과의 대화에 조금씩 엇나가는 부분이 생기기 시작하는것을 느낍니다. 어쩌면 아이는 아빠에게 이야기 하는 이유가 그냥 단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기편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인데 아빠는 눈치도 없이 잘잘못을 따져서 올바름을 가르쳐 줄려고 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식사 시간에 아이가 궁금한 점이나 어떤 이야기 했을때 아빠인 제가 “아빠가 설명해 줄께”라고 하면 아이는 손사래를 칩니다. 아빠 이야기는 복잡하다고 하면서, ㅠ ㅠ

  고등학교 1학년이 되니 학교공부와 대학입시로 아이의 마음이 많이 급해진 것 같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아이가 안되보이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합니다. 한창 뛰어 놀 나이인데 공부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는 듯 보입니다. 코로나로 온라인강의 할때와는 너무나 다른 아이를 봅니다. 온라인강의때는 아빠와 함께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기도 했었고, 새벽 일출도 보러 갔다 왔었고(이전 글에서 이야기), 중학교때 친구들과도 밤늦게 농구도 하고 오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개학을 하고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보니 같은 반 친구들이 다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나 봅니다. 잠 자는 시간도 줄어들고, 그동안 함께 먹었던 집밥도 같이 앉아 먹을 시간이 부족한지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듭니다. 그전에도 학원때문에 바쁘면 혼자서 그래도 집밥은 먹고 갔었는데, 지금은 안 먹고 나갈때가 많아졌습니다. 그런 아이가 너무 안스러워서 또 아이의 건강이 걱정이 되어서 많은 잔소리를 했었나 봅니다. 그리고 아이의 짜증 섞인 말도 편하게 받아주지 못하고 잔소리로 응답했나 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실은 지난주부터, 아이에게 더 이상의 잔소리 같은 조언을 잠시 멈춰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은 제가 볼때는 잔소리 정도는 아니고 조언에 불과한 정도이지만, 저희 아이 기준으로 봤을때 잔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무릎인공관절치환수술 후 2주간 퇴원 후 다시 재활병원에 2주 입원해 계시는 어머니에게 저의 여유시간이 쏠리기도 했었고, 또 어머니에게 저는 아들로써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이에게 아빠가 조언이랍시고 그리고 오답을 찾고, 정답을 알려준다고 하면서 너무 많은 꼰대짓을 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아빠가 이야기 해봤자 아이가 따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아이가 아빠의 이야기를 따르지 않으면 처음에는 힘들고 불편한 시간이 있겠지만, 이내 곧 아이의 방법으로 그 상황을 해결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아빠의 조언이 지금 당장 아이의 죽고 사는 문제를 위한게 아니라면 아빠의 조언은 잠시 뒤로 미뤄도 될 것 같았습니다. 아이 스스로 'try and error'  하는 경험이 훨씬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떨어져서 지켜보는 아빠의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아빠를 필요로 하는 시간에 저는 아빠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늦은시간 독서실에 마중나가는 일 (한 두시간 잠들었다가 다시 새벽1시에 깨서 나가는 일은 아직도 힘드네요), 아침에 늦지 않도록 깨워주는 일, 아이가 좋아 할 듯한 반찬을 하게 되면(주로 ‘동네반찬가게표' 조리되지 않은 일품 구입 후 집에서 조리만 하는) 따로 남겨두었다가 먹으라고 하고, 빨래 자주 해주는 일 등 제가 하는 일을 묵묵히 하였습니다. 그리고 가끔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 등을 이야기 할때 맞장구 딱 쳐주고, 지난번처럼 부가적인 코멘트는 하지 않았습니다. 휴일에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배가 고파 집에와서 저녁먹으러 온다면서 아빠인 저에게 전화해서 지금 집에 가니까 도착시간 딱 맞춰서 라면 먹을 수 있도록 끓여달라고 해서 라면도 끓여주고, 점심으로 준비했던 맛잇는 일품요리(제육볶음)도 따로 남겨두었다고 함께 내주었습니다. 물론 아무런 잔소리 없이요. 그 전 같았으면 “밥을 안먹고, 뭐가 그리 급해서 라면을 먹느냐?” “적당히 쉬어가면서 공부해라” “공부가 전부가 아니다” “여유를 가지고 살아라” “공부 좀 못해도 괜찮다. 앞으로 너네 세대는 공부가 전부는 아니다” “창의력에 집중해라. 미래는 창의력이다” 등 아이의 현재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언같은 잔소리를 엄청 했을텐데 말입니다.

  이렇게 조금은 '아이에게 거리두기'를 일주일 정도 해보니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방임은 아니고, ‘아빠 역할’은 충실히 수행하면서 입니다. 아이가 현실의 힘든 점을 스스로 극복해 나가고 있는데 그동안 아빠인 저는 아이의 현실극복에는 도움이 전혀되지 않는 너무나 이상적인 이야기를 했었던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인 아이는 아빠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자라있었습니다. 이제 큰애에게 필요한 아빠의 역할은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면서 언제나 늘 곁에 있으면서 필요할때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된 아빠” 입니다. 물론, 이제 10살인 둘째딸에게는 아빠가 이렇게 행동하면 바로 날카로운 화살이 날아옵니다. “아빠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나 한테 지금 딱 아빠가 해줘야 할게 뭔지 몰라? 나 힘들다고 ㅎㅎㅎ” 라고 말입니다. 둘째에게는 뭐든지 다 해주는 아빠가 필요하고, 큰딸에게는 딱 필요한 만큼의 아빠가 딱 필요한 순간에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일요일 아침, 이제 곧 아이들과 아내가 일어나고 저는 늘 그렇듯이 휴일 하루를 시작합니다. 변경연 선배님들과 1주1글챌린지를 하게 되어서 스스로 나아진게 있습니다. 이야기는 평범한 일들이 주제라서 아직 늘지는 않은것 같은데 띄어쓰기나 적절한 단어 그리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문장구조로 글을 쓰기위해 노력하는 저를 발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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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1 13:47:15 *.41.181.27
굿민 화이팅.글도 길고 눈도 침침하고 컨디션도 안조아서.담에 제대로 댓글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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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3 04:56:59 *.215.153.2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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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1 20:26:58 *.105.8.109

"아빠 이것좀봐 정말 웃겨 꺄르를~~" 유투브를 보다가 같이 보자고 갖고 옵니다.

처음에는 별 재미도 없는데 왜이리 좋아하나 싶었는데.

같이 웃어보자고 달려들어 보면 왜 웃는지 조금씩 알것같았습니다.

학원도 가도 스터디카페도 가고 할때면 같이 차를 타고 갑니다.

별말이 없어도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아빠 재미있는거 보여줄께 하면서 인강 선생 농담 하는 유튜브를 보여줍니다.

인강 강사가 고3때 연대에 볼일 있어 가다가 연대 화장실 앞에서 바지에 똥싸서 연대는 가지도 않는답니다. ㅎㅎㅎ

한 칸은 사람이 있고 한 칸은 수리중이고 마지막 한 칸은 청소도구실이었답니다.

그렇게 같이 웃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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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3 05:03:07 *.215.153.2

아이와 함께 하다보면 크게 웃을때도 많더군요.

아이가 없었다면 그렇게 크게 웃을때가 있기나 한가 싶기도 했습니다.


'아이와함께하는삶' 주제로 희동이 선배님이 글을 써도 좋을것 같습니다. 무궁무진한 애피소드가 많으실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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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2 21:02:14 *.70.220.99

맞춤형 아빠시군요 ㅎㅎ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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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3 05:04:44 *.215.153.2

변경연도 초보이고, 아빠로서도 아직 초보입니다 ㅎㅎ

큰애와 둘째애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각각 따로다로 이다보니, 강제로 맞춤형이 되어갑니다.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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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6 15:08:52 *.247.149.239

지난 토요일 대구의 함성 모임에 갔었는데, 정민님 뵐 수 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강력한 거리두기 실천 기간이 지나면 어디서든 한 벌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잔소리하는 아빠에서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면서 언제나 늘 곁에 있으면서 필요할때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된 아빠가 되신 것은 아주 멋진 변화네요. 따님이 아주 든든하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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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9 08:59:43 *.111.17.151

네, 안그래도 오셨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직장때문에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있어서 마음은 참석하고 싶었지만 갈 수가 없었습니다. 수업만 듣고 오는것은 괜찮은데(마스크 끼고) 마치고 저녁식사가 있어서 이번에도 패스했습니다. 다음에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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