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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1일 12시 49분 등록
얼마나 깊이 고뇌할 수 있는지에 따라 인간의 외적 삶은 좌우된다 
-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답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쉬운 질문은 아닙니다. 오죽하면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는 한마디말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세계를 평정했겠습니까^^  니체의 말마따나 원하는 대답을 얻으려면 깊은 고뇌가 필요합니다. 좋아하는 색깔, 좋아하는 연예인은 겉으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물론 그런 것들도 나를 드러낼수 있는 개념들이긴 하죠. 인생의 특정시기에는 외부의 다른 존재가 자신보다 한없이 커서 그속에 자기자신을 담고 살기도 합니다.  내 안에 너 있다 머 그런 겁니다. 이런 시기에는 나를 탐구할 여력이 없죠. 너무 많이 큰 '너'라서 '나'를 잠식하게 됩니다.  그것은 연예일수도 있고, 연예인일수도 있고, 금쪽같은 자식일지도요, 또는 잘 모르겠지만 하느님, 부처님일수도 있겠죠. 너의 존재는 곧 나의 존재 이유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그런 상태가 한평생 지속되는 것은 쉽지 않으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대부분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의 이름은 ㅇㅇㅇ 입니다. 서른중반이구요. 작은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OO시 OO동에 살고 있습니다. 중간키에 마른 편입니다. 야구를 좋아하고,  등산을 즐겨 합니다. 결혼했고, 딸 하나 있습니다. 대충 이런 식입니다. 모두 자신을 규정하고 표현하는 진술들입니다. 잘못된 것은 하나 없습니다만, ㅇㅇㅇ이라는 석자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이 들어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수많은 복제품 중에 하나에 불과해지는 거죠.

"좋아하는 일이 곧 나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다보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것들이 많이 나옵니다. 좋아하는 음식, 날씨, 음악, 영화, 인간유형 등입니다.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그리고 아무 생각없는 이 세가지 중의 하나로 분류됩니다.  오래 산 사람일수록 선호가 대부분 확실합니다.  사실 모두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자기계발서에 누누이 나오는 "좋아하는 일을 해라"가 엄청나게 중요한 거죠.  직업적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조건이 붙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일(thing)이 아니라, 좋아하는 업(work)이라는 조건입니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일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거라는 암묵적인 강박이 존재합니다.  자기계발서에 보면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면 자연히 성공과 경제적 부가 따른다고 하지만, 주변에 그런 사람 흔치 않습니다. 막말로 그렇게 된 사람들의 성공스토리는 결과론적 짜맞추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성공한 CEO들은 모두 독서광이다'라는 오류와 다르지 않습니다. 성공한 CEO중에 독서광이 아닌 사람도 많습니다. 독서광임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한 CEO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라"는 제가 알고 있는 만고불변의 진리중 하나입니다. 좋아하는 일만 하기 어려울 따름이죠.

카테고리별로 분석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사회통념적인 질문들을 카테고리별로 좀 분류해보겠습니다. 

유전자
성별, 혈액형, 피부색깔, 키, 얼굴, 몸무게(논란의 여지가 좀 있죠?), 성격(이것 역시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어느정도는 유전자에 의존한다고 보구요), 기타 등등

사회적 신분과 위치
기혼 또는 미혼(내지는 연예 여부), 직업, 사는 곳, 가족 구성원과 자신의 위치(멍멍이보다 한단계 아래...), 학력, 군대 ,조기축구회, 기타 등등

기호
좋아하는 음식, 색깔, 음악, 책, 영화, 연예인, 종교, 기타 등등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이력서에 들어가는 내용들이네요.

나는 선택으로 만들어진 존재
위에 열거한 것들은 유전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다 선택에 의해 형성된 것들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결국 지금까지, 또한 바로 이순간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눈 앞의 치킨을 나의 뱃살로 다시 태어나게 한 것도 나라는 존재를 만든 선택의 하나입니다.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해왔지만, 또한 많은 것들이 인생을 살다보면 언제든지 바뀔수 있는 것들입니다.  지금껏 했던 주요한 선택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별의별 이유가 있었을테고, 한없이 하찮았던 이유도 있을 겁니다. 조금더 깊이 생각해보면 비합라적이었던 과거의 선택들도 떠오를테구요. 모든 선택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 들어가보면 자신은 조연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학업과 진로, 직업의 선택, 배우자의 선택, 그리고 주거의 선택, 하다 못해 오늘 저녁을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선택까지 순수한 자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돌아봄과 자아성찰이 필요한 것은 앞으로 하게 될 가장 바람직한 선택을 위함입니다. 그리고 그 바람직한 선택이라는 것은 결국 본질적인 자아로부터 나오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은 거구요.

위에 카테고리별로 적어놓은 것들은 대부분 즉시 대답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단답형 내지는 사지선다형들입니다. 내 삶의 원인이 아닌 결과와 상태에 불과합니다. 진짜 나를 찾으려면 객관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시험에서 점수 비중이 큰 것은 주관식이죠. 단답형은 그냥 먹고 들어가는 거고 주관식을 풀어야 합니다. 번호 하나 찍거나 단어하나 써놓고 시험 끝났다고 하지 말고, 좀 더 파고들어야 합니다. 자기자신에게 온전히 침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목소리들은 걷어내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삶의 원칙과 최우선 가치는 필요합니다. 물론 그것들이 불변은 아닙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자기자신에 대해 질문을 거듭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없는 자기 인생의 최우선 가치를 찾을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길 위대한 인물이 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내 삶이기 때문입니다.  내 삶의 근원을 찾아야 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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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1 20:32:47 *.105.8.109

"선택은 하나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를 버리를 것이다"

여기에서 버리는 것들에 미련 없이 눈을 감는 것이 가치관일 것같습니다.

그렇게 덜어내고 단촐하게 살면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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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3 05:17:29 *.215.153.2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나자신의 내일을 위해 변경연의 문을 노크하였고,

나 자신을 좀 더 알고 싶어서 꿈벗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조금 더 용기를 내어서 1주1글챌린지에 참여했는데 정말로 잘 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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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6 15:05:12 *.247.149.239

내가 내린 선택의 연속이 지금의 나라는 거 무척 공감해요. 이 선택들을 좀더 의도적으로 하려고 더 큰 그림이 필요하고, 그 선택들을 더 목표와 연결시키기 위해 습관 만들기도 필요하고 그런거 같아요. 요즘 유행하는 MBTI 테스트 같은걸 생각해보면, 수많은 문항들중에 내가 무엇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내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나오게 되지요. 그런 결과들이 꽤 나와 맞는 부분들이 많구요. 그런데 결과지를 다 읽어도 어쩐지 내 안에는 여기서 다 말해지지 못한 내가 있어요. 선택지를 골라가다 만나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낸 질문들에 답을 해가야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식의 흐름으로 댓글이 길어졌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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