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뚱냥이
  • 조회 수 912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7년 9월 11일 00시 46분 등록

한 걸음 더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을 홍보하기 위해 동료와 길을 나섰다.

교육내용은 폐업을 하셨거나 폐업 예정인 소상공인분들의 재기를 위한 희망리턴패키지다.

 

새 출발에 대한 흥분과 감사함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리플릿이 잔뜩 실린 가방의 무거움은

가슴에서 소멸되었다.

 

주민센터, 구청, 고용센터 등을 방문하며 리플릿을 비치했다.

희망이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마음도 함께 놓고 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4~5시간을 쉬지 않고 걸었다.

힘이 들었다. 오락가락 하는 비, 후덥지근한 날씨가 발목을 잡았다.

 

리플릿이 줄어든 공간에 태만함이 채워졌다.

자기합리화라는 추악한 꽃이 피었다.

 

그 순간,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아닌가?

누군가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

나의 한 걸음이 누군가에게는 10, 아니 평생의 걸음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가방의 무게에 눌렸지만, 누군가는 삶의 무게에 절망했을 것이다.

나는 다리가 아팠지만, 누군가는 가슴이 찢어졌을 것이다.

나는 땀을 흘렸지만,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멈출 수 없었다. 머무를 수 없었다.

 

나의 삶은 희망을 잃은 많은 소상공인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었다.

내가 멈추면, 그들은 쓰러진다.

내가 머무르면, 그들은 뒤처진다.

내가 한 걸음이라도 더 걸어야 그들은 간신히 일어날 수 있다.

 

다시 일어서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다시 걸음마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안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모레도 한 걸음 더 걸어 나갈 것이다.

한 걸음 더

 

 

---------------------------------------------------------------------

 

나의 이름은

 

 

이젠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나이를 너무 먹어서 가물가물 하네요.

 

나는 엄마와 강제로 헤어졌어요.

엄마와 헤어지며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낯선 아저씨들이 나를 차에 태워

어딘가로 데리고 갔어요.

 

거기에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

먼저 와 있었어요.

 

우리는 그렇게 함께 커갔어요.

영문도 모른 체 그저 밥을 주면 밥 먹고

햇살을 쬐라면 쬐었어요.

그렇게 우리는 커갔어요.

 

엄마가 보고 싶고 고향이 보고 싶었어요.

갇혀 있는 삶은 너무 답답했습니다.

 

그러다 지금 이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늙어 버렸어요.

 

숨쉬기도 힘들고, 서 있기도 벅차네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지만,

오랜 시간 나는 이렇게 있어야 했어요.

 

고향으로 가고 싶어도 이젠 늙어서 가지도 못합니다.

돌아 갈 곳이 없어요.

 

내 이름이요?

나의 이름은 가로수 입니다.

IP *.140.65.74

프로필 이미지
2017.09.11 14:53:12 *.226.22.184

그런데 말이지.
힘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인간의 온기가 먼저 아닐까?
그 온기가 채워져야 교육도, 시스템도, 필요할 거 같은데...


지금 준비하는 교육시스템이 어렵고 힘든분들에게 쉴수 있는 그늘이 되기를 기원하네 ^^
잘 읽었어~

프로필 이미지
2017.09.15 21:08:05 *.223.36.249
"한걸음 더"를 읽는데ᆢ
문득 영화《Door to Door》가 떠오르네요. 화이팅!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32 11월 오프수업 후기 정승훈 2018.11.19 910
5131 편지에는 심장이 있다 file [10] 송의섭 2017.05.01 911
5130 칼럼 #18 약속_윤정욱 [3] 윤정욱 2017.09.11 911
5129 #19 - 소원을 말해봐(이정학) [5] 모닝 2017.09.18 911
5128 오쌤의 수업풍경- 상처는 자기가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 [3] 지그미 오 2020.07.20 911
5127 어쩌다 남중생 수업풍경 - 복수혈전 [3] 지그미 오 2020.08.15 911
5126 #5 나의 이름은..._이수정 [5] 알로하 2017.05.15 912
5125 나쁜 상사에게서 배웁니다 [5] 송의섭 2017.07.24 912
5124 [칼럼 #14] 연극과 화해하기 (정승훈) [2] 정승훈 2017.08.05 912
5123 #15 - 목적지만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 가는 길이 목적인 여행 [5] 모닝 2017.08.14 912
5122 #17. 주택이 주는 즐거움 file [6] ggumdream 2017.09.04 912
5121 <뚱냥이칼럼 #19> 뚱냥이 에세이 - '마당 넓은 집' 외 1편 [4] 뚱냥이 2017.09.18 912
5120 9월 오프모임 후기_이수정 알로하 2017.09.26 912
5119 <뚱냥이칼럼 #24> 뚱냥이 에세이-'담다' 등 2편 [1] 뚱냥이 2017.11.13 912
5118 우리의 삶이 길을 걷는 여정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file 송의섭 2017.12.25 912
5117 이름 남기기 박혜홍 2018.10.08 912
5116 10월 오프 수업 후기 정승훈 2018.10.23 912
5115 또 다시 칼럼 #25 소년법을 폐지하면...(두 번째) 정승훈 2018.11.12 912
5114 모든 나뭇조각은 진짜 [3] 불씨 2020.06.14 912
5113 쑥스러움을 딛고 스스로를 표현하기 [4] 송의섭 2017.08.07 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