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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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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4일 10시 18분 등록

20191, 법원으로부터 소년재판을 받고 2호 처분으로 20시간 수강명령을 받은 아이들과 함께 집단상담 코리더로 참여했습니다. 코리더는 리더를 보조하는 것입니다. 수강명령으로 하는 집단상담은 처음이라 참관만 했습니다.

 

모두 폭력으로 소년재판을 받은 아이들이었습니다. 하루 4시간 5일을 했는데 첫날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고 특히 좋은 일로 만난 것이 아니기에 더욱 낯설고 어색했습니다. 서로 눈도 잘 마주치지 않고 진행하는 리더 상담사에게 대답도 잘 하지 않았습니다. 리더 상담사 본인도 첫날이 가장 힘들다고 했습니다.

 

직원이 와서 오티로 지켜야 할 것들을 알려주었습니다. 담배, 라이터, 핸드폰은 교육 시작 전에 모두 걷습니다. 교육이 끝나면 다시 돌려줍니다. 아들이 받았던 상담조사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지각에서부터 참여도까지, 집단상담에서 한 모든 것이 법무부에 보고된다는 것도 알려주었습니다. 집단상담이 끝나면 담당 직원과 1:1 개인상담을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때 한 가지라도 배운 것에 대해 물어볼 테니 열심히 참여하고 무언가 얻어갔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했습니다. “선생님 전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아요.”는 할 수 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은 안 된다고 했습니다. 다른 집단상담 리더에게 들으니, 엎드려 누워있거나 하기 싫다는 말을 하며 불성실한 아이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오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집단상담이 시작되었습니다. 구조화된 집단상담이라 어느 정도는 정해진 활동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한 리더는 좀 더 본인의 스타일대로 한다고 했습니다.

우선 공감척도와 자기통제력 척도와 관련된 설문지 작성을 했습니다. 더불어 교육을 성실히 임하겠다는 서약서에도 서명을 했습니다. 리더 상담사부터 본인의 소개를 했고 쉬는 시간과 어떻게 진행할 지에 대해서 알려주었습니다. 이어서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선 이름과 나이, 학교를 다니는 지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었습니다. 참가자의 많은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았습니다. 아이들마다 달라서 대답만 하는 아이부터 묻지도 않은 내용을 적극적으로 하는 아이까지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해보였습니다. 저 역시 참관만 하는데도 그 불편함이 느껴졌습니다. 제주도를 같이 걸었던 아이가 생각났습니다. 아들과 함께 재판을 받아봤던 나는 그 과정이 힘든 것을 압니다. 이 아이들도 모두 그 과정을 거쳤을 걸 생각하니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건 없는지 잘 관찰했습니다.

 

리더 상담사가 감정카드를 펼쳐놓고 그 중에 지금 자신의 감정을 골라보라고 했습니다. 이 역시 적극적이지 않고 마지못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답답하다’, ‘만족하다’, ‘속이 시원하다’, ‘평화롭다등 다양한 감정과 그런 이유까지 돌아가며 했습니다. 답답하다는 아이는 지금의 상황이 답답하다고 했으며, 속이 시원하다, 만족하다는 교육만 받으면 끝이니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와 관련해서 이야기할 때마다 리더 상담사는 다시 질문하며 아이들의 지금 감정에 대해 공감해주었습니다.

모두 폭력으로 소년재판을 받은 아이들이라 내가 화가 날 때가 언제인지, 어떤 상황인지, 다른 사람은 괜찮은 말이 나는 기분 나쁠 수 있으니 그와 관련해서 A4 용지에 쓰라고 했습니다. 젠가를 올려놓고 돌아가며 하나씩 뽑고 거기에 적혀있는 번호를 내가 적은 번호에 해당하는 내용을 읽고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아이들이었습니다. 젠가를 하며 혹시 무너질까 조심스럽게 뽑고 그러면서 웃기도 하고 서로에게 이걸 뽑는 게 낫겠다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게임을 하며 서로 자연스럽게 편해졌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신경전이 있기도 했지만 서로 조심했습니다.

 

첫날 진행을 모두 마치고 돌아가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 오늘 좋았던 것, 내가 한 행동과 말 중 맘에 드는 것, 오늘의 베스트 멤버 등에 대해 돌아가며 이야기하고 명찰에도 쓰게 했습니다. 대부분 젠가 게임한 것을 좋았다고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집행 확인부 작성을 했습니다. 수강명령과 관련한 날짜, 시간, 내용을 적는 것입니다. 모두 자필로 작성해야 하며 틀리면 수정이 안 되고 다시 써야 합니다.

첫날 아이들은 무사히 교육을 마치고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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