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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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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4일 00시 52분 등록

언어폭력, 사이버 폭력인 걸 어떻게 증명해요?

 

“00이가 뒷담을 하고 다니고 페북에도 올렸어요. 그걸 본 아이들이 퍼날랐어요. 완전 저 쓰레기 됐어요.”

전화한 아이는 밖에 나가기도 힘들다며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보는 것 같고 길에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조차도 자기 얘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SNS를 통한 확대는 전파력이 무섭다. 전화 상담한 학생은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관계가 좋을 때는 서로 욕을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것이 조금이라도 사이가 나빠지면 나를 공격하는 화살이 되어 날아온다. ‘00이가 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어.’ 내가 끼어있지 않은 단톡에서 나에 대해 험담을 한다. 단톡에 있던 아이가 알려준다.

 

학폭위 신고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돼요? 혹시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어요?”

학교생활을 하며 교실과 복도 등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언어폭력은 증명하기 쉽지 않다. 요즘 언어폭력의 특징 중 하나는 페드립이다. 페드립이란 가족(부모) 욕을 하는 것을 말한다. 재미나 장난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를 화나게 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남학생의 경우 페드립으로 시작한 언어폭력이 신체폭력으로까지 간다. 언어폭력은 언어폭력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언어폭력은 여러 사람 앞에서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는 구체적인 말(성격, 능력, 배경 등)을 하거나 그런 내용의 글을 인터넷 SNS 등으로 퍼뜨리는 행위(명예훼손)’이며 내용이 진실이더라도 범죄이고 허위인 경우는 형법상 가중 처벌 대상이 된다. 또한 여러 사람 앞에서 모욕적인 용어(생김새에 대한 놀림, 병신, 바보 등 상대방을 비하하는 내용)를 지속적으로 말하거나 그런 내용의 글을 인터넷, SNS 등으로 퍼뜨리는 행위(모욕)’이다. ’신체 등에 해를 끼칠 듯한 언행(죽을래 등)과 문자메시지 등으로 겁을 주는 행위(협박)‘도 포함된다.

이처럼 언어폭력은 사이버 폭력과 함께 한다. 아래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에 나와 있듯이 사이버 상의 화면을 캡처해서 저장해두고 오프상의 폭력은 육하원칙에 의거해서 기록해 놓는다. 만약 그 상황에 있었던 다른 사람이 있다면 목격자로 사건 경위를 진술하며 된다.

 

언어폭력.jpg

 

경찰에 신고하고자 할 경우엔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하면 된다. 불법 콘텐츠 범죄로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에 해당한다. 경찰에 신고할 땐 공연성이 중요하다. 1:1의 대화는 처벌할 수 없다. 관할 경찰서에 직접 방문해서 신고한다. 이때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한다.

 

사이버명예훼손모욕.jpg

 

제가 단톡방을 나와 버려서 화면을 캡처할 수 없어요. 이후에 그 친구가 절 다 차단해서 지금은 확인할 수가 없어요.” 간혹 이런 경우가 있다. 그럼 단톡방에 있는 다른 친구에게 부탁을 하거나 통신사에 정식 요청을 한다. 피해자는 너무 고통스러운데 증빙하기도 어렵고 가해자의 처벌은 학폭위 조치이기에 이후 재발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싶다. 전화 상담하는 아이들도 이를 걱정한다.

 

[어느날, 갑자기, 사춘기]의 저자인 윤다옥 학교상담교사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관계가 불편한 아이들과는 기본적인 인사나 일상적인 말은 건네되 경계를 넘어서 친한 척하거나 저자세 취하지 않기, 상대가 반응을 안 보이는 건 그 아이의 자유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다소 우호적인 아이들에게는 이런 상황 때문에 내가 지금 힘들고 고민이 된다는 정도의 표현은 하되 상대 아이에 대한 험담이나 욕은 하지 않기 등의 태도도 알려줬다. 특히 험담이나 욕을 하면서 친구들의 동의를 끌어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학생들은 아직 미성숙하다. 모든 상황을 이후에 있을지 모를 일에 대비하며 지내기는 어렵다. 지금 친한 친구에게 속에 있는 말과 함께 나와 맞지 않는 친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는 어른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힘든 나의 심정을 이야기하다보면 상대아이의 험담을 하게 된다. 상대아이에게 전하는 아이도 있게 마련이다. 어느 순간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면 상대아이는 감정적으로 변해 내가 한 작은 욕과 험담이 눈덩어리처럼 커져 나에게 돌아온다.

 

가정에서 평소에 부모가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엄마가 이런 일이 있었는데 상대가 오해하거나 멀어지면서 엄마가 한 말 때문에 힘들어졌다며 상황을 빗대서 이야기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례로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그러면서 평소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고 나의 감정을 소통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말하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결국 관계 맺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IP *.124.2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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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4 06:15:02 *.48.44.227

가족 간 관계맺기  할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하교하자마자 밤늦게까지 학원다녀 오고 , 부모는 가족 부양 하느라 정신없다보니.

사회적으로는  타인을 비난 비아냥거림이 개그의 소재가 되고요

아름다운 영화보다는 폭력영화가 판을 치고...

인간존중보다 자신의 위력만을 키우려고 하는 분위기가 요즘 더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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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4 10:54:52 *.103.3.17

폐드립 참 그렇죠. 건너건거 들은 얘기도 참 쇼킹하다는...버스 타면 뒷자리 중학생들의 대화의 반은 욕이고 반은 은어와 약어로 당최 알아듣기도 힘들더군요 ㅎ 집에서는 착한디 착한 순둥이들도 학교에서 그런다던데... 동일한 언어를 쓰지 않으면 왕따가 될 수 있으니 거참. 저도 학창 시절 친구들과 욕 많이 했습니다만, 요즘은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제 사이버 폭력도 신경써야 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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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4 17:01:33 *.130.115.78

이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결국은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이 각자의 전쟁터에서 입을 상처를 회복하고 힘을 내 다시 자신의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편안한 쉼터를 만들어주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한번 '부모'라는 자리의 무거움이 절실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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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5 16:31:15 *.7.46.83
"학생들은 아직 미성숙하다."
많은 어른도 아직 미성숙하죠.
이 글은 읽는데, 제 둘째가 스쳐지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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