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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일 13시 55분 등록
한번쯤은 의지를 열정으로 착각해도 좋다
 그대 인생의 '스고자' 프로젝트를 위해

 당신은 '스고자'인가? '고된자'인가? '스고자'는 변화경영사상가 고 구본형 선생이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에서 만든 단어로 '스스로를 고용하는 자'라는 뜻이다. 반대로 '고된자'는 말 그대로 '고용된 자'라는 수동성을 의미한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고된자'들이다. 언젠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만을 품은 채 오늘도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산꼭대기로 올리기 위해 어제와 똑같은 루틴을 반복하고 있는 시지포스와 같은 존재들인 것이다.

 자신에게 딱 맞는 직무나 직업은 난데없이 떡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아무것도 안 나타났는데, 이제까지 살아온 패턴을 반복한다고 해서 새로운 것이 나타날 확률은 0퍼센트이다. 많은 이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지 않으나, 그 이유를 따지고 들어가보면 근본적인 자신의 기질에서 우러난 것이라기보다는 일 외적인 환경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아니니까, 잘하는 일이 아니니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싫어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른 이유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싫어하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에 매여있다는 이유만으로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싫어한다. 

 프레드릭 허츠버그라는 심리학자는 직무 만족과 직무 불만족은 반대의 개념이 아닌 별개의 개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다시 말하면 직무에 대한 만족은 일 그 자체의 내용이나 본질적인 가치에서 올 수 있지만, 직무에 대한 불만족은 일의 내용에서 오기보다는 다른 외적인 요소가 개입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낮은 임금이나 나쁜 근무 환경, 짜증나는 직장상사와 같은 요소들이 직무에 대한 불만족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정녕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바란다면 자신의 직장과 일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직무 외적인 요소들을 개선하면 좋겠지만, 누구나 근무환경이 좋고 처우가 후한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피고용인의 신분으로 직장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강성 노조위원장쯤 되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던지간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대갓집에서 마당을 쓸건, 무너지는 초가삼간의 종놈이건 다 똑같은 종놈이라는 것이다. 풍족한 환경에 놓인 대갓집 종놈들은 일 자체에 대한 불만족을 직무 외적인 만족으로 덮어버리고 안주하게 된다. 이놈의 회사 그만둘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월말에 통장에 찍히는 급여와 연말성과급에 자기자신과의 타협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그래서 없는 집 종놈들은 대부분 기를 쓰고 대갓집 종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마찬가지로 일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은 도외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아둥바둥 살아가지만 중년으로 접어들게 되면서 외면을 덮고 있던 페르조나들에 금이 가게 되면 그제서야 종놈으로 살아온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다. 채 몇년 남지 않은 종놈 생활에 안절부절하면서 말이다.

 '고된자'의 종놈 신분을 벗어나 '스고자'의 자유인으로 거듭나는 가장 확실한 길은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며, 모두에게 맞는 방향도 아니다. 하여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차선안은 현재의 직장에서 '스고자'로 거듭날 수 있는 실천적인 방안들이다.

 무엇보다 더이상 종놈으로 살아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자. 근무시간이 끝나면 우리는 자유인이다. 물론 근무시간에도 우리는 일하는 자유인이다. 자신을 회사와의 계약에 의해 일을 수행하는 1인 기업가라고 생각해야 한다. 세계적인 경영석학 게리 해멀 (Gary Hamel)의 말을 인용하면 인간으로서 우리는 놀랍게도 유연하고 창의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우리가 그렇게 일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조직을 위해 인간답지 않게 일하고 있다. 모두가 회사와의 계약에 의해 일을 할 뿐이지만 외견상 드러나는 모습은 주종관계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출근이 지켜야 할 규칙이라면 정시 퇴근 역시 지켜져야 할 규칙이다. 월차나 휴가는 당당한 권리다. 다만 어느 정도의 눈치 파악은 필요하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쓰는 휴가가 아니라면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휴가를 쓰는게 좋다. 함께 하는 팀의 일원으로 존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개인과 팀의 균형을 맞추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  

 윗놈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의 주도성을 훼손하는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자.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의지가 있다면 주도성은 확보 가능하다. 자신의 일과 직업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한번이라도 자신을 걸어본 적이 있었는지 자문해보자.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해본적이 있었던가? 그럴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여태껏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의지라는 것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나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 어떤가? 

 한번쯤은 의지를 열정으로 착각해도 좋다. 의지가 정녕 열정이 되지 않는다면 지금 이 길이 나의 길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지는 것이니 이 길을 과감히 버려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만에 하나 의지가 열정이 된다면, 그또한 나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나 환영할 만하다. 사실 세상 대부분의 일들은 전력으로 해봐야 그 본질을 알 수 있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냐고? 진짜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은 먹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열정을 불태울 것이 없다고 그냥 넋 놓고 있으면 안 된다. 또한 있지도 않은 파랑새를 찾는다고 마냥 세상을 수박 겉핧기로 떠도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것들은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시작될 수 밖에 없다. 출발점이 없는 경주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일단 시작해야 한다.

직장에서 '스고자'로 재탄생하기 위한 업무와 관련된 몇 가지 구체적인 실천방안들을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의지를 가지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전력을 한번 다해보겠다는 결심이 있어도 업무시간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일에 양보할 수 있는 시간들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정해진 근무시간에 집중해서 성과를 내고 칼 퇴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가지가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저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자신이 정해놓은 기준을 적용해보려고 노력해보고 여의치 않은 경우 기준을 재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얼마만큼 일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스고자' 프로젝트의 핵심은 그 시간들을 얼마나 자기주도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스고자' 프로젝트의 핵심은 '자기 주도성'이다.

 두번째, 업무 리스트는 꼼꼼하게 관리하고 매일 업데이트하자. 주도성을 가지고 일을 한다고 해서 능력이 갑자기 일취월장하지는 않는다. 시간상 여건상 못 하는 업무는 있어도, 깜빡 놓치는 업무는 없어야 한다. 일에 의해 관리받아서는 안된다. 그건 종놈의 삶이다. 스스로 모든 일들을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실제로도 가능한 모든 일들을 최대한 자기 관리하에 두자. 자기 주도성은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고, 그 책임감은 일이나 회사에 대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책임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세번째, 의지건 열정이건 무엇이라도 제대로 하려면 건강한 몸과 체력이 중요하다. 김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에 나온 말 대로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없이는 구호밖에 되지 않는다. 운동과 건강관리라는 절제된 자기 관리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하자.

 마지막으로 일은 일일 뿐이다. 아무리 일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하더라도, 그 일이 하늘이 주신 천복이 아닌 이상 죽는 순간에 일을 더 하지 못해서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오해하지 말자. '스고자'는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다. '스고자'는 일에 지배되지 않고, 일을 지배하는 사람이다. 다시 묻는다. 당신은 '고된자'로 만족하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스고자'로 거듭날 것인가?  이것은 매우 단순한 선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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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1 07:51:46 *.148.27.35
100% 공감~
'일'에 대한, 좋은 글입니다. 후속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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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1 16:41:53 *.103.3.17

연대님의 칭찬과 격려가 변경연의 불씨 하나를 키워주시는 것 같습니당 ㅎㅎ 송년회 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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