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불씨
  • 조회 수 937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8년 12월 9일 11시 52분 등록
2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러 경영자들과 관리자들을 보고 만나고 함께 일해왔다. 조직에 있어 리더의 존재가 중요하듯이 회사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을 체감해온 시간들이었다. 개인적 견해로는 CEO는 기업의 절반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CEO에 따라 회사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훌륭한 CEO는 드물다. 변변치 못한 CEO들은 널리고 널렸다. 그 자리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재앙을 초래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 힘들게 하지도 않고 모두가 행복했을 그런 사람들'이 태반인 것이 현실이다. 그 자리에 오르기전까지 유능했던 사람들이 어떤 높은 자리에 오르고 나면 갑자기 무능력해지는 것은 로렌스 피터 교수가 1969년 발표한 피터의 법칙이 말해준다. 사람들은 무능력해질때까지 승진한다. 결국 관료주의가 창궐한 조직의 상위 직급은 무능력한 인물들로 채워진다. 이것은 공기업, 사기업의 구분과 관련이 없는 현상이다.

지난 수십년간 떨어지지 않았던 강남아파트 시세가 복부인들에게 강남불패신화의 신념을 새겨놓았듯이, 지난날 고도성장시대의 노동중심적 사고방식이 여전히 덜떨어진 경영자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경영이론이라고는 오직 X이론뿐이다. 미국의 경영학자 맥그리거가 X이론이라는 이름을 붙인 관습적인 경영방침은 종업원을 게으르고 일에 무관심하며, 돈에서 유일하게 동기를 찾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또한 맥그리거는 그와 상반되는 개념인 Y이론을 통해 인간이 일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동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대다수의 경영자들은 X이론의 신봉자다. Y이론을 믿는 소수의 경영자들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X이론도 Y이론도 정답이 아니다. 지금은 X이론, Y이론 둘만 가지고는 경영을 할 수 없다. 돈만 밝히는 사람들이 있고, 일 자체에서 가치를 찾는 사람들도 있고, 다른 가치를 선호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미 시대는 노동중심의 근로에서 지식 근로 사회로 완전히 바뀌었고, 개개인의 다양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존중받는 시대다. 어떤 하나의 이론에만 집착하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경영의 실패는 필연이다. 

경영자들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과 무능력은 결국 독선으로 흐른다. 많은 경영자들이 독선적이다. 어쩌면 그 때문에 그들이 경영자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장은 지인과 술을 먹고 나면 꼭 자신의 회사 앞으로 지인을 데려간다고 한다. 정작 회사 앞에는 들어가지 않은 채, 늦은 밤 환하게 불이 켜진 회사 사무실의 창문을 보면서 지인에게 자랑을 한다는 것이다. 밤 늦은 시간까지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자기 회사가 훌륭한 회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독선적인 사장들은 직원들이 일하는 행태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자리에 앉아 열심히 일하고, 잔업과 철야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근무시간 중 잠깐 휴식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것을 그들은 못 참아낸다. 한 술자리에서 어떤 사장이 말하기를 점심시간이 지났는데 양치하러 가는 직원들이 그렇게 못마땅하더라는 것이다. 그냥 잠깐 든 생각이 아닌 그가 마음 속에 담아두고 담아놓았던 이야기였다. 그와 같은 부류의 경영자들에게는 직원들이란 자신들이 월급을 주는 하下인일 뿐이다. 그들은 마른 걸레도 쥐어짜면 물이 나온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직원들을 '극도로 쥐어짜다가 조금 쥐어짜고, 그러다 다시 최대한 쥐어짜는' 행태를 반복하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조직관리의 전부다.

내가 이전에 다니던 대기업의 사업부장은 일요일에 골프를 치러 가면서 매번 사무실에 들러서 출근한 직원을의 수를 직접 세보고 본인 기준에 미달하면 책상을 골프채로 내리치며 부장들을 훈계하곤 했다. 10년전만 하더라도 사무실 벽에 야근시간 순위표를 붙여놓고, 그 공과를 공식적으로 다루던 일이 만연한 시절이었다. 그렇게 고름을 짜내서 실적을 올렸다고 생각하겠지만, 유동근무제(flexible time)에 자택근무까지 활성화되고, 잔업근무하면 인사과에서 경고장이 날아오는 요즘의 그 회사의 실적이 더 좋다. 궁극적으로 성과는 일하는 시간의 문제가 아닌 일하는 방법, 그리고 나아가서는 일하는 문화에 좌우된다는 것을 그들도 이제 알게 된 것이리라.

모든 경영자들이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독선적인 경영자들은 말뿐일뿐,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회사가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회사를 필요로 한다고 믿고 있다. 경영의 관점은 수직적 하강구조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고 있다. 경영이란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한 20세기 초 경영자란 부하직원들의 과업에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정의되었으나, 그 개념은 조직의 성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바뀌었고, 이제 경영자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넘쳐나고 있다. 이전의 정의들이나 지금의 정의들이나 경영자에 대한 정의의 핵심은 바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에 따르는 권한은 아랫사람들을 쥐어짜라고 부여된 것이 아니다. 밑도 끝도 없는 독선과 카리스마로 조직을 장악하고, 그 권위에 직원들을 굴복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경영자는 모두가 한방향으로 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열정의 근원이 되는 동기를 조직에 끊임없이 부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리츠 칼튼 호텔의 창립자인 호스트 슐츠는 새 호텔을 개장할 때마다, 웨이터 및 청소부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을 큰 홀에 불러 모아놓고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호텔에서 나와 여러분 중 누가 더 중요한 사람입니까?"
"여러분입니다. 내가 월요일에 출근하지 않아도 아무도 모릅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요. 하지만 여러분이 출근하지 않으면 손님들에게 음식을 줄 수 없습니다. 침대도 정돈할 수 없어요. 여러분이 저보다 훨씬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문득 생 떽쥐베리가 써놓은 '배를 한 척 만드는 방법'이 떠오른다. 배를 한척 만들고 싶다면 나무를 장만하고, 임무를 부여하고, 작업을 분담하느라 남자들을 들볶을 필요가 없다. 대신 끝없이 머나먼 바다에의 동경을 그들에게 불러 넣어주는 것 - 그것이 배를 만들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IP *.121.156.75

프로필 이미지
2018.12.09 15:00:11 *.212.217.154

좋은글 감사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혁신'과 '창의'를 외치지만,

그것이 진심이 아닌이유 또한

조직의 문화와 그 정점에 있는 CEO의 문제이겠지요.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문화로 시장에 진출하는 신생기업이

공룡같은 중견기업과 경쟁해서 결국 이겨낼 수 있는 이유이겠지요.


그런의미에서,

새롭게 시장진출을 준비하는 루키의 입장에서 참 다행스럽고

나의 조직은 그런 오만에 빠지지 않도록 

다시한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8.12.11 16:40:12 *.103.3.17

안녕하세요, '그의미소'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시장진출과 조직의 발전에 무궁한 영광을 기원드립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72 또 다시 칼럼 #30 학교폭력 상담이 연말이면 너무 많아요 [4] 정승훈 2018.12.30 899
5071 또 다시 칼럼 #29 부모라면 힘들어도 자녀를 책임져야한다는 청소년 회복센터장 정승훈 2018.12.24 896
5070 내 안의 敵 [1] 박혜홍 2018.12.24 958
5069 #31 프로세스(Process) [4] 불씨 2018.12.23 932
5068 12월 오프수업 후기 정승훈 2018.12.17 908
5067 12기 12월 오프 수업 후기 박혜홍 2018.12.17 880
5066 12월 오프수업 후기 file 불씨 2018.12.16 888
5065 두서없는 이야기 [2] 박혜홍 2018.12.10 940
5064 또 다시 칼럼 #28 고3, 공교육 정상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정승훈 2018.12.09 935
» #30 사장님 나빠요~ (경영자의 독선) [2] 불씨 2018.12.09 937
5062 데자뷔 [deja vu] 박혜홍 2018.12.03 889
5061 또 다시 칼럼 #27 출판 계약을 하고나니 기분이 묘하다 [3] 정승훈 2018.12.02 904
5060 #29 한번쯤은 의지를 열정으로 착각해도 좋다 [2] 불씨 2018.12.02 889
5059 싸움의 기술 박혜홍 2018.11.26 884
5058 또 다시 칼럼 #26 소년법을 폐지하면...(세 번째) 정승훈 2018.11.26 905
5057 #28 행복이란 무엇인가 [1] 불씨 2018.11.25 916
5056 11월 오프수업 후기 정승훈 2018.11.19 891
5055 11월 오프 수업 후기 file 불씨 2018.11.19 870
5054 11월 오프 수업 후기 박혜홍 2018.11.18 892
5053 또 다시 칼럼 #25 소년법을 폐지하면...(두 번째) 정승훈 2018.11.12 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