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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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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9일 18시 53분 등록

수능이 끝나고 며칠 후 수업료와 운영비로 오십여 만원의 돈이 자동이체 되었다. 3년 동안 분기별로 나간 돈이었지만 이번은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아들로부터 1학기부터 자습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주변에서 들은 고3 생활은 교과서를 사지만 전혀 필요가 없고 수능 문제풀이만을 한다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능 문제풀이조차 하지 않는다.

아들이 2학기가 되고나서 교실에는 세 부류의 아이들이 있다고 했다. 한 부류는 노트북을 들고 와서 자소서(자기소개서)를 쓰는 아이들, 또 한 부류는 수능 문제풀이를 하는 아이들, 마지막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거나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수업은 전혀 없이 학교만을 나온다고 했다.

이마저 수능이 끝나고 나니 더해졌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기말고사였다. 시험은 고사하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아들도 그 중 한명이다. 다른 학교의 고3에게 들으니 대부분 대충 시험을 보고 몇몇만 제대로 문제를 푼다고 했다.

 

수능 이후 고3 수업이 되지 않아 다양한 외부활동을 하고 그조차 출석만 체크하곤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신문기사에서도, 실제로 외부에서 그런 모습을 봤었다.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안타깝고 조금은 화가 난다. 나름 교육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시민단체 회원으로 활동하고 강의도 상담도 하는데, 정작 현실은 나아지는 것은 고사하고 더 심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위해 활동했나 싶고, 그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현실을 그냥 보고만 있다는 것은 방법을 몰라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학교 선생님들은 무슨 보람으로 아이들을 가르칠까 싶다. 전혀 수업도 하지 않고 월급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이 아니라면 교사로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고민할 텐데, 그들은 왜 이 현실을 바꿔보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공교육 정상화는 교사의 교수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학부모보다 먼저 나서서 개선하고자하는 주체가 되어야 할 사람들이다. 어찌보면 회사원이 출근해서 업무를 보지 않고 월급을 받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수업외의 많은 업무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제일 우선은 수업이다. 학원에서 배워 와서 가르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사교육을 통해 배워오라고 종용하는 교사는 직무유기다. 교사들이 그럴수록 그들이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진다.

 

학부모도 수업료를 내면서 수업을 하지 않는 학교현장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한다. 대학만 가면 되는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는 대학을 가기위해 다니는 기관이 아니다. 그러니 결국 대학도 취직을 위한 곳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각 학교 본연의 모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국가차원의 교육 철학이 있어야 한다. 한국은 다음 세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저 개인의 차원으로 공부 잘하고 돈 많으면 좋은 교육의 기회를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면 국가나 공공재로서의 교육은 필요치 않다. 하지만 교육의 기능은 분명 존재한다. 다음 세대는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미래의 인재니 국가는 최대한 그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하고 그것이야 말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초등교육은 기본 인성을 닦을 수 있는 시기이고, 중등교육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진학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기이고, 고등교육은 민주시민으로 생활하기 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성인이다.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가 아닌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교육이 필수이다. 전 과정에서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은 읽고 쓰기다. 너무 당연한 것을 한국은 하고 있지 않는다. 시험보기 위해 교과서를 읽고 문제집을 읽는 것이 아니라, 문학을 읽고 시사를 읽어서 자신만의 사고와 생각들을 키워야 한다. 지금처럼 독후감과 일기쓰기를 초등에서만 하고 끝내는 쓰기가 아니라 중, 고등까지 다양한 쓰기를 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중학교 사회 시험문제가 자국의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며 이를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고민을 하고 큰 아이들과 그저 인터넷 검색만하면 나오는 지식을 외우고 시험을 보는 아이들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의 교육은 아이러니다. , 고등학교에서 전혀 논리적 글쓰기를 배우지 않았음에도 논술시험을 대학입학 시험의 한 유형으로 두고 있다. 글쓰기는 글을 읽는 것에 기반 한다. 글을 읽지 않는데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쩜 지금 고3 수업이 정상화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대학을 가기위한 교육만을 하는 곳에서 그마저도 많은 부분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니 교사도 학생도 학교 수업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성인이 되기 전, 사회로 나가는 전 단계인 이 중요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어른으로 교사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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