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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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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9일 09시 59분 등록

최근에 읽은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보면 그리스의 신들은 인간의 정서와 유사하여 욕망을 느끼고, 질투를 하며, 사랑도 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다가, 심지어 죽기까지 한다. 그리고 가끔 인간에게 은총과 벌을 내리곤 하는데, 평가는 자신(, )을 섬기느냐, 아니냐가 가장 중요한 잣대였다.

쓸데 없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마치 가정생활에서 '부인님을 모시는 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인님께 사랑 받는 방법은 '알아서 섬기고, 말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고, 누군가와의 다툼이 있으면 무조건 편을 들고, 사랑의 표시로 백화점(백바퀴 도는 곳)을 가는 것이다. 그래야 은총이 내려져 비교적 평탄한 삶을 누릴 수 있다라는 주장을 하고 싶다. 쓰잘데기 없는 글이기는 하나 만약에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면 「그리스 로마신화」의 신을 모시는 방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터득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에 그 시대의 남성으로 살았더라면 어쩌면, 어쩌면 말이지, 여신께 간택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물론 얼굴이나 기타 체격조건등이 고려 되겠지만.

‘섬기고 사랑하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신을 섬기는 것이나 각 가정의 부인님을 섬기는 것이나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라는 쓸데 없는 생각을 해봤다.

 

인간이 신께 기도를 드리는 건 두가지 이유에서 일거 같다. 첫번째는 욕망에 관한 것이고 두번째는 유한성 때문일 터인데, 생각해보니 학창시절 꽤 많은 기도를 한거 같다. ~을 갖게 해달라고, 이번에는 몇등까지 올라가게 해달라고, 저 예쁜여자를 사귀게 해달라고, 편한 곳에 자대배치 받게 해달라고, 대기업에 취업하게 해달라고 등등등...  어떤 건 이루어 지고, 어떤 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삶은 계속되었다.

나이가 조금 들어가니, 기도의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 유한성을 자각하여 가족들에 대한, 지인들에 대한, 불쌍한 사람에 대한 생명의 본질을 고통스럽지 않게은총내려 주십사하는 기도가 조금씩 많아졌다. 최근에도 가장 근심스러운 일은 자식의 건강에 관한 것이었다.

 

종교를 가진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도 그렇고, 신과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무심코 책장을 바라봤는데 법정스님께서 손짓을 하셨다. 「버리고 따나기」를 펼쳐보니 밑줄 쳐 놓은 구절에 이런 글이 올라온다.

1.

인간의 삶과 이어지는 종교는 좋은 종교이고, 인간의 삶을 등지거나 소홀히 하는 종교는 좋은 종교라 할 수 없다. 이 말을 바꾸어 한다면, 올바른 진리는 인간의 삶으로 이어지고 진리를 가장한 거짓은 인간의 삶을 소홀히 한다.

2.

종교의 본질은 무엇인가? 새삼스런 물음이지만, 그것은 자비의 실현이고 사랑의 실천이다. 자비와 사랑의 실천 없이 깨달음이 어떻고 견성이 무어라고 지껄이는 것은 빈 골짜기를 울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문득 삶과 사람속에는 신()이 깃들여 있어야 풍성해지고 올바로 돌아가는 세상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혼자서는 살 수 없으며, 넘어설 수 없는 곳이 있어야, 사랑할 수 있어서 비로소 사랑스러운 존재가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슬픔과 고통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사랑하는 삶을 살고, 삶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니까.

신화와 종교가 인간의 삶과 멀어졌을 때 토마스 불핀치의 말처럼 이성을 얻은 것만큼, 감정을 잃어버린 것이 될 것이다. 우리 삶의 대부분은 감정이 차지하고 있는데, 그걸 잃어버리게 되면 삶은 매말라가고 황폐해 질 것이다. 서서히 말라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신화에서건 종교에서건 어울림 안에서의 삶을 사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사랑하는 존재로의 을, 이 찬란한 계절에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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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2:10:51 *.124.22.184

의섭씨는 엉뚱하면서도 세심해요. 아마 가족들도 그런 세심함에 고마워할거에요. 빨리 회복되길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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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0 04:51:42 *.106.204.231

부인님은 감히 범접할수 없는 존재이지요. 그 어떤 비교도 불가하고요. ㅋ

신화이건 종교이건 인간에게 그 어떤 신이 필요하다는 말 이제 좀 실감하네요. 하지만 아직 받아들이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사랑할 준비는 언제든 되어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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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1 19:00:59 *.120.85.98

"사랑할 수 있어서 비로소 사랑스러운 존재가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크~~ 소싯적에 여인들 좀 울리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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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12:32:45 *.226.22.184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렇지 못해서 아쉽기는 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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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2 21:23:38 *.39.23.224

사랑하면 알리라.

동기도 연구원도 교육팀도 마늘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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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12:33:17 *.226.2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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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8 21:24:32 *.44.162.136

사랑할 수 있어서 비로서 사랑스러운 존재가 된다.. 계속 입가에 맴돌게 되는 말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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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2 12:55:18 *.226.22.184

이승철의 노래같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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