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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일 10시 27분 등록
1. 미래 사회 키워드

해체

앨빈 토플러는 그의 책 <제3의 물결>에서 산업사회 시대였던 ‘제2의 물결’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 시기는 표준화, 전문화, 동시화, 집중화, 극대화, 중앙집권화로 특징 지워진다. 모든 것은 규격이 정해져 있고 대량 생산 체제에 맞추어져 있다. 빠른 속도로 동일품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의 이미지를 연상하면 쉽겠다. 일정한 근무 시간에 한 곳에 모여 일하는 보통의 직장 체제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물론 중앙집권의 형식이 유리할 것이다.

그 이후에는 모든 것이 해체된다. 개인에게 정치적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무관심해진다. 자크 아탈리는 <인간적인 길>에서 선거는 쇼에 불과해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제 최선의 선택을 한다기보다는 최악의 선택을 피하기 위해 투표를 한다고 한다.

더 이상 한 곳에 모여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정보 기술의 발달로 흩어져 있어도 접촉이 어렵지 않다. 모바일 오피스는 이제 미래의 일도 아니다. 새로운 각종 IT 기기와 매체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다른 곳에서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앨빈 토플러는 ‘가내전자근무’가 보편화될 것을 전망하였다. 노동의 장소가 바뀌고 흩어진다.

가족의 형태가 달라진다. ‘부모+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이제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나타난다. 자녀가 없는 가정, 편부모 가정, 독신 가정, 재혼 부부 가정의 수가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생소한 수많은 가족의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앨빈 토플러는 ‘개개의 인간이 일생 동안 스스로 주문한 가족 형태를 경험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될 것’이라 하였다.

소외

이제 개인이나 조직이나 하나하나가 개별적으로 살아난다. 아니, 사실 제대로 살아나면서 중간 중간에 가라앉음의 단계가 있을 것이다. 소외이다. 소외란 자기가 본질 또는 주류라고 여기는 것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지금은 해체의 시기에 있다. 중심을 잡지 못하면 흔들리게 된다. 소외가 찾아온다. 그리고 미래에는 개별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므로 이데올로기, 사상처럼 전체를 같은 것으로 물들게 하는 것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다. 무엇이 본질이고 주류인지 불분명해진다. 소외가 찾아오기 쉽다.

개성과 정체성

하나하나가 살아난다는 것. 본연을 발휘하는 것. 즉, 원래의 모습을 피워내는 것, 개성과 정체성의 발현이다. 지금도 그 움직임은 활발하다.

자기만의 컨셉으로 승부하는 소규모의 상점이 늘어가고 있다. 건강중시와 웰빙 문화도 기여했지만 표준화 획일화의 표상인 패스트푸드점의 인기가 식었다. 같은 품목을 취급하는 상점이라도 분위기는 천차만별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구미에 맞는 것을 찾아 구석구석 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점점 가속화될 것이다.

차별화 되지 못한 문화를 가진 기업, 고객에게 차별적으로 어필하지 못하는 기업은 쇠퇴한다. 이는 덩치와 상관없다. 효율적인 대량 생산 문화의 모토는 이미 저만큼 지나갔다. 고객들은 개성이 뚜렷하다. 관심이 더 세분화되었다. 바뀌기도 잘 한다. 아는 것도 많아졌다. 타겟을 제대로 잡고 마케팅도 잘 해야 살아남는다.

내가 중요해졌다. 내 삶의 질이 중요해졌다. 직장인은 없는 시간을 쪼개서 자기계발에 열중한다. 물론 살아남기 위해서인 면도 있지만, 개성과 정체성을 찾고 발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조직에 헌신하고 충성하는 문화는 빛을 바래고 있다. 각종 취미 생활과 여가에 힘을 쏟고 즐긴다. 일에만 매달리는 사람은 매력이 없다. 페이스 팝콘의 <클릭! 미래 속으로>에 건강장수 트렌드, 젊어지기 트렌드, 작은 사치 트렌드, 행복 찾기 변신 트렌드 다 같은 맥락이다.

남녀의 정체성.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남녀는 역할 구분이 있었다. 앨빈 토플러는 산업 시대의 남녀는, 남자는 밖에서 노동하여 돈을 벌고, 여자는 집에서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것으로 구분하였다. 최근 ‘여성’이라는 화두가 부각되고 있다. (솔직히 최근도 아니다.) 페이스 팝콘은 미래의 트렌드 중에 일부로 ‘여성적 사고’, ‘남성 해방’을 제시하였다. 이는 여성이고 남성이고 간에 소위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에 갇혀 상당히 눌려있었음을 반증하는 예이며, 여성성과 남성성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추세가 가시화된다는 뜻이다.

감성에 호소한다. 감성 경영, 감성 마케팅, 감성 리더십, 감성 교육 등 이미 감성이 중시되고 있다. 감성은 인간의 인식능력 중 하나이다. 순수한 인간의 모습이다. 인간임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징표이다. 이성이 강조된 시기가 오래였다. 경영이나 마케팅이니 리더십에 감성이 들어간 지는 오래지 않았다. 감성에 호소하는 추세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인간은 원래 감성을 가진 존재이며, 이제 이것이 스물스물 나오는 것이다.

무엇이 답인가. 앞서 말한 가족의 여러 형태를 보자. 지금은 편부모 가정이나 재혼부부 가정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많으나,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정답은 없다. 그저 수많은 답이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 믿었던 옳고 그름, 정답과 오답, 맞고 틀림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질 것이다. 개성과 정체성을 찾으면서 다양화되었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그 무엇이 줄어든다. 갑자기 조그만 우려가 생긴다. 이렇게 모두가 제각각으로 생활하고 행동하고 일하고 하면, 만약 타인과 타조직에 배타적이기만 한다면, 패닉 상태가 쉽게 오지 않을까. 소외감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무엇인가 통합하고 연결하는 고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연결

뜻을 같이 하는 공동체가 많아진다. 사실 지금도 이미 많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먹거리를 먹이기 위한 엄마들의 모임, 인문학 공간의 새로운 시도 ‘수유 + 너머’, 작게는 직장 내 취미 생활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셀 수도 없다. 종류도 참 다양하다. 그리고 범위도 여러 가지다. 직장 내의 소소한 모임에서부터 범국가적인 것까지 차이도 크다. 중요한 것은 이들 공동체의 수가 많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의 영향력이 증대된다는 점이다. 국가적인 영향을 미칠만하게 될 수도 있다.

가족은 혈연관계에 매여야만 하는가? 같이 사는 사람. 꼭 혈연이 아닐 수도 있다.

이 곳, 변화경영연구소라는 곳. 역시 하나의 공동체이다. 어떤 공통점으로 모여 있는 것일까. 이 곳 소장님의 말로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창조적 부적응자’들이 있는 곳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무슨 공통점을 찾든지 간에 모인다. 헤쳐 모여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앞서도 말했지만, 이런 공동체간, 조직간 괴리로 패닉 상태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니 그보다 그런 무수한 공동체, 조직을 하나로 본다면, 그 하나는 어떻게 흘러갈까. 지금은 답이 잘 안 그려진다.

안되겠다. 부족하다. 이런 공동체 말고 또 무엇에서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을까. 안 떠오른다. 그러나 분명 더 있을 것이다.



2. 나의 Vision, 나는 어떻게 살까.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쓰는 것보다 더 어렵다. 미래가 그렇게 움직인다면 나는 어떻게 살까.

‘개성과 정체성’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다 보면 답은 바로 나온다. 전부터 생각하던 것. 바로 ‘나답게 살기’이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나의 본연을 끌어낸 삶이다. 내 기질과 강점을 최대한 살린 생활이다. 나의 선호와 희망을 알고 따르는 삶이다.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가진 인간인지 그것부터 알아야하겠다.

내가 세상에 대해 가지는 가치관을 알아야하겠다. 아직 정립이 안 된 부분이 있다면 세워보아야 하겠다. 방향을 잡기 위해서이다.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야겠다. 알아야 함 그 자체도 있지만, 그 안에서 나의 위치를 잡아보기 위함이다.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지 그려보아야겠다. 그러면서 나의 방향을 잡고 어떻게 살 지를 모색한다.

나는 좀 더 많은 곳에 나를 빠뜨린다. 그래서 더 많은 경험을 한다. 많은 분야에 접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시공간을 체험한다. 이 때 유의할 점, 나는 나를 내려 놓는다. 나는 나를 편안히 대한다. 오히려 이렇게 함으로써, 여태 보지 않았던 것을 본다. 느끼지 못한 것을 느낀다. 더 깊이 들어간다.

한편, 미래를 향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기 때문이다. 몸담을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나는 나를 외부로 연결한다. 외부와 소통한다. 관심의 초점은 내 안과 밖을 다 둔다.

해체로 인한 소외감? 위와 같은 과정에서는 이것이 나를 크게 괴롭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 것인가. 나의 미래상과 전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 답할까.

지금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끌어내지 못한다. 나는 또 하나의 여정의 초입에 있다. 실험과 모색의 단계에 있다. 나는 많은 갈래를 만나고 선택을 할 것이다. 앞서 말한 것들은 그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만난 많은 것들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다만, 전제는 사람이던 공동체건 조직이건 국가건 간에 이 모든 덩어리들은 각각의 고유함이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자기다움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찾아주고 방향을 잡아주는 일을 하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기다움의 바탕에서 문제점을 분석해주고 해결책을 구해주면 보람이 있을 것 같다.
IP *.142.24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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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5.01 10:44:43 *.99.241.60
자기다움을 찾는 것도
여러 사람과 사건들 속에서 찾아보는것도 한 방법일듯 합니다
내안의 문제와 내 안의 재능을 찾는것도 한 기본적인 방법이지만
일속에서, 사람속에서, 책속에서, 영화속에서
나를 찾는 여행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홀연히 감동의 순간이 오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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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7.05.01 16:17:40 *.99.120.184
개인화 추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나를 찾아가는 일'이 될 것입니다.
변경연 처럼 공동체를 통해 나를 찾아가도록 돕는 일이 미래에 중요한 직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발견한다면 직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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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7.05.02 12:32:56 *.122.143.72
'나를 찾아가는 여행'은 끝이 없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많은 창조적 부적응자들을 만나세요. 그리고 '나 안의 나'를 찾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시고 번뇌하세요. 삶은 고단하나 '나의 발견'은 행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쉽지 않은 주제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뚜렷하네요. 저 또한 '나 안의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어렵네요. 그것도 많이. 아직도 짙은 안개 속에 갇혀 헤매고 있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잡을 수 있는 건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지만 '나'는 '나'를 좋아하기에 절대 '나'를 계속하여 방황 속에 놓아 두지 않으리란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드리세요. 미래는 바로 내일도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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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웅
2007.05.04 01:38:55 *.47.119.17
민선님의 글을 읽고 가장 와 닿은 키워드는 “개별화의 가속화와 주류의 불분명함”이에요.

개별화의 가속화와 주류의 불분명함으로, 나·비주류·예외·대안이 많아지는 시대가 될 것 같네요. 그래서 점점 자기다움이 중요해지는 사회로 이행이 되는 것 같고요. 대안과 예외가 많이 허용되고 다양함이 중요시되는 사회가 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이러한 생각들이 민선님의 글을 읽으니 연상이 되네요.

민선님 글에서 제게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네요.

“무엇이 답인가. 앞서 말한 가족의 여러 형태를 보자. 지금은 편부모 가정이나 재혼부부 가정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많으나,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정답은 없다. 그저 수많은 답이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 믿었던 옳고 그름, 정답과 오답, 맞고 틀림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질 것이다. 개성과 정체성을 찾으면서 다양화되었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그 무엇이 줄어든다.”

특히 이 부분! ‘개성과 정체성을 찾으면서 다양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장이 제겐 가장 끌리네요! 물론 다른 원인으로 인한 면도 있겠지만요. 어떠한 원인으로 인해 이렇게 가치관이 변화가 되는 걸까요. 참 궁금해지네요. (사람들의 놀라운 적응능력 때문일까, 또 무엇이 있을까..?)

민선님 글을 읽으며 이러한 생각들을 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시 훑어보니 칼럼이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제가 어느 한 부분만을 강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잘 읽고 갑니다. 좋은 글, 생각하게 만드는 글 많이많이 쓰시길 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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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2007.05.05 18:38:40 *.142.242.104
김신웅님.
댓글을 이리 열심히 쓰시다니...
말씀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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