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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2일 22시 44분 등록
날씨가 정말 좋았다. 10월의 푸르른 하늘, 벌써 7번째 오프수업이다. 날씨가 좋으니 간밤의 숙취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상쾌했다. 마흔이 넘어선 지금에도 날씨에 기분이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아직 모자라다는 반증일게다. 이번 오프수업은 변경연의 공저 콤비 홍승완, 박승오 두 자문위원과 함께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거운 빔프로젝터를 배낭에 짊어지고 간 것은 너무도 잘 한 일이었다. 두 자문위원의 멋진 강연과 수업 피드백은 프로페셔널했다.

오프 수업은 지금까지의 공부와 자아성찰을 바탕으로 삶의 방향성을 한문장으로 정리하는 것, 그리고 그 방향성에 어울리는 자신만의 상징을 찾아 그것을 해설하는 것이었다. 덧붙여 나중에 첫 책 프로필의 초안이 될 자기소개에 대한 짤막한 글까지가 10월 오프과제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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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에 앞서 홍승완 선배와 (내 발표 이후) 박승오 선배의 명강의가 있었다. 명강의에 심취하느라 사진을 하나도 찍지 못했다. 위 사진은 사실 설정 샷이다 ㅋㅋ 승완선배는 목감기로 목소리가 나지 않음에도 열의 넘치는 강의를 해주었고, 승오선배는 본인의 삶과 적절히 어우러진 강의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연구원 레이스 첫 북리뷰 도서였던 <위대한 멈춤>의 공저자들다운 강의였다. 지난 북리뷰에서 내 또래인 두 자문위원들의 멋진 글솜씨와 깊이 있는 생각의 흐름에 탄복했었다면, 이번 오프수업에서는 실제 그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삶의 이야기들에 다시 한번 감탄이 터져 나왔다. 오랜만에 선배의 관록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사실 내게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이것도 사실 불가능...) 선배를 바라보는 신입생의 모습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삶의 방향성을 한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더욱이 그에 어울리는 상징을 찾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였지만 나름 최선안으로 급조한 과제를 발표했다. 내가 선택한 나의 상징은 지금 이순간 올려다 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10월의 하늘'이었다. 1차원적으로 10월의 하늘은 좋은 순간이라는 한 점에 머물렀다가 금새 지나가 버리는 직선의 시간을 상징한다. 내 상징이 되기 위해 그것은 평상심과 항상심이라는 삶의 모든 순간을 포괄할 수 있는 2차원의 넓이로 확장되어야 한다. 궁극의 단계는 다시 한점이 되는 것인데, 그것은 차원과 시공을 초월한 바로 '지금 이 순간'으로 다시 돌아온다. 시의적절한 피드백들로 내 머리와 가슴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던 좋은 수업시간이었다.

혜홍선생님의 상징은 몬테네그로의 바닷속에서 발견한 십자가 모양의 돌과 하트 모양의 돌이었고, 승훈선배의 상징은 이제 원숭이에서 하트가 되었다. 저마다의 고유한 개성이 있는 것처럼 자신만의 상징이 있고, 같은 상징이라도 다의성의 힘을 빌어 제각각의 해석이 다 다른 법이니, 우리들 인생의 의미 또한 다 부여하기 나름이 아니겠는가. 작가의 길을 간다는 것,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있어 모든 것들의 의미를 한번 더 되짚어봄이 아니던가? 카잔차키스에게 나비는 유충으로부터 변화하는 또다른 차원의 존재를 상징했지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에게 나비는 영혼의 영생을 의미했다. 잘 익은 사과 한알은 과연 내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뉴턴에게 다 익어서 떨어지는 사과는 만유인력의 발견을 의미했지만, 경험많은 노로의 촌부에게 사과는 때가 되면 떨어지는 자연의 섭리인 법이다. 

명쾌했던 두분 자문위원님들의 말씀, 항상 핵심을 끄집어 내주는 미옥선배의 코멘트, 승훈선배의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피드백, 혜홍웨버님의 경험에서 우러난 삶과 인간에 대한 해석, 그 모든 것은 정답이 아니다. 단지 참조용 레퍼런스일뿐, 내게 그 어떤 것도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심지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 역시 정답이 아니다. 삶의 정답은 오직 정답을 향해 가는 과정 그것 하나 뿐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부는 결국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모든 것(나 자신, 우리, 사랑, 꿈, 욕망 등)들을 내 안에서 끄집어 내서 마름질하고 무두질하여 내 안에 다시 정리하는 과정인데, 아직은 많은 것들이 뒤죽박죽인 상태이며, 정리되었다고 생각되는 것들조차 사실은 편협한 사고와 경험으로부터 기인한 것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만의 고유한 철학은 자신의 사상을 더욱 구체화하고 체험화하면서 증식되고 확장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들이 깊은 나를 만들 것이다. 일단 내 안의 울림이 많아지고 깊어져야 내가 느낄 수 있는 한계의 폭과 깊이가 커질 것이다. 그 느낄수 있는 폭과 깊이만큼 내 영혼은 성장하리라. 그러다보면 언젠가 모든 계절은 저마다의 고유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와 모두 10월의 하늘처럼 반짝일 것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한겨울의 어두운 하늘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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