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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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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5일 06시 15분 등록

퇴직 후 취미생활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한 열 댓 명 회원들이 있었는데 서로 쌤, ,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전직 교사출신들만 모인 곳으로 왔나 신기했는데 알고 보니 한 사람만 현직 학원 강사였고 전부 주부들이었다.

거기다  대학도 아닌 곳이었는데 가르치는 분을 교수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나는 중학교 교사 하던 습관으로 모든 선생님들을 가르치는 그 분을 선생님~ 하고 불렀다가 다시 교수님으로 종종 고쳐 불렀다.

이번 여행 중에 20대의 가이드와 인솔자는 서로 가이드 선생님, 인솔자 선생님으로 부르더니 설명 도중에 어떤 아주머니 선생님이....” 하는 말을 하는 바람에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들은 우리 여행객을 향해서도 전부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퇴직 전 학교에서 새로 생긴 직업으로서 이렇다 할 호칭이 없던, 교사들의 보조 역할을 하던 젊은이들을 선생님으로 부르느냐 마느냐,

나아가서 스승의 날에 급식 담당 아주머니들을 선생님 대우를 하냐 마냐로 논쟁이 된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정교사, 임시교사, 시간강사를 구분해내고 때로는 대우를 달리하기까지 하였다.)

몇 달 전 윗 집 화장실 공사로 우리집 화장실에서 물이 샜을때 오셨던 기술자들도 서로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아마도 빠른 시일 내에 전 국민의 선생님가 이루어질 것 같다.

어느 골프장에서는 캐디가 자기를 코스 메니저라고 소개하였다. 두 호칭 간에 뭐가 다른건지는 모르겠다.

코스 메니저니까 코스만 알려줄 뿐 공은 안 찾아 준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어떻든 호칭이 달라지는 만큼 하나의 직업도 세분화되었다 

산모도우미는 산모와 아기만 돌보지, 시간이 남아도 집 청소나 음식은 해주지 않는다.

청소도우미도 마찬가지다. 청소만 하지 다른 일은 하지 않는다.

그동안 도우미를 써 본 적이  없는 나는 딸이 출산을 하면서 이런 일을 알게 된 것이다.

갓 해산한 산모는 산모도우미 따로 ,청소도우미 따로, 음식도우미 따로 구하든지, 왠만한 직장의 월급만큼  비싼 값을 치르고 입주도우미를 구하든지 길이 여러 갈래라  도우미 분들을 선택하기가 예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어떻든 호칭을 달리하면서 사회적으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상승한 것이 좋은 점이다.

 

호칭에 관한 문제는 직업에서뿐만이 아니다. 학교의 동창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작은 친목모임에서도 이모저모 이끌어가는 사람을 회장이라고 부른다. 물론 회장이란 단어는 재벌들만의 독점 단어가 아니긴 하다. ..고등학교에서도 전교 회장이라고 부른다.

동네 아저씨들 예닐곱 모여서 뭔 회를 만들고 그 중 한 사람을 회장이라고 불러도 누가 뭐라겠는가. 어떻든 회장이 되겠다는데 말이다. 조폭들도 두목을 회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주변에 온통 회장님 천지다. 회장님! 하고 부르면 뒤 안돌아 볼 사람이 몇 안 될 것 같다.

예전에는 사장님이 흔하더니 나라가 발전해서인가 요즘은 회장님이 우세다.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전 국민의 회장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중학생들은 서로 '야 이 새끼'라고 불렀다.센 쨔샤들은 앞에다 개를 붙이기도 했다.

대부분 남자중학생들의 새끼化 내지 개새끼化는 이미 이루어졌다.

이름값을 하느라 그러는지 강아지들이 못된 개 처럼 날뛰는 일이 많아져서 걱정이다.


또 군대도 아닌데 작은 모임이긴 하지만 좀 이모저모 이끌어간다 싶으면 대장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나의 십 수명 되는 여고동창 모임에서 한 친구를 누가 대장이라고 부르니까 줄줄이 그녀를 대장이라고 부른 일이 있었다.

그녀가 그렇게 불러달라는 것도 아니었는데 알아서 그렇게 불러준 것이었다.

일대 일로 그녀를 대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내 알 바 아니나 카톡 방에 그녀를 대장이라고 쓰니 그것을 읽게 되는 것이 내게는 문제였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녀가 내 대장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자라면 어린 시절, 골목대장의 의미라도 있겠으나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는 원래 따지기 좋아하는 내 성격 때문인지, 도덕 시험문제 내느라 형성된 성격인지 모르겠으나 O대장이라고 읽게 될 때마다

나는  난처했다. 나의 대장은 오직 예수님이신데다 더더욱 읽을 때마다 다 늙어서 그녀의 부하가 되기 때문이다.

이건 있을 수 없다 생각한 나는 남편에게 내 생각을 타진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 당신 왜 그래? 뭘 그렇게 따져?’ 하면서 핀잔만 주었다. (그렇지만 나는 알아서 해결했다.)

이렇게 호칭문제를 따지는 사람은  또 있었다. 내 동창 중의 한 명은 할머니란 호칭으로 불리는 것에 분개했다.

나는 일단 손주들이 있기도 했지만 60대 중반이면 할머니라고 인정하고 있었기에 의아했는데 그녀는 할머니라는 호칭이 약해보이고,

상대방에게 맥 빠지게 느껴지게 하기 때문에 싫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뭘로 부르면 좋겠는가에 대한 답은 또 딱히 없었다.

직업이나 취미 관련 호칭도 없는 그녀가 언제까지 할머니란 호칭을 거부할지 궁금하기는 하다.

그녀의 충고대로 우리는 서로 액티브 시니어라고 부르니 순간적으로 힘이 나기는 했다.

그 친구가 있으면 우리는 그녀의 눈치를 보면서 할머니 소리를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호칭에는 호칭에 따르는 책임이 있고 이미지가 있다.

제대로 된 호칭과 그에 걸 맞는 언행이 필요하다.

요즘 잔인한 조폭두목과 기업회장 사이를 그야말로 무경계로 오가는, 양 아무개라고 하는 괴물에 관한 영상을 보았다.

국가 발전을 위한 기업도 아니고 음란물을 만들어 돈을 벌었고 무차별 폭행한 그에게 어떤 호칭을 주어야 할까?

그보다 양괴물이 그렇게 안하무인으로 설쳐댔던 몇 년간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니 거기 연관된 경찰과 검찰 관련 사람은

어떤 호칭으로 불러야할까?





양아치똥꼬맨?  조폭 협력업체? 참된 적폐맨? 생각이 빨리 안난다.

게다가 요즘은 그 호칭대로 부르기 싫은 사람도 있다. 이 사람 덕분에 아베가 덜 욕을 먹는 것 같다.


나는 교회를 옮기다보니 박권사에서 이제는 성도라고 불린다.

아들 또래의 교구 목사는 그 야무진 얼굴로 날 꼬박꼬박 성도라고 부른다.  나이들면 대충 권사라고 불러줄 법한데도 아니다.

나는 아무 말도 안한다. 나는 그냥 나이고 성도라고 불러줌이 감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前 교회에서의 자료를 보여주면 도로 권사가 되겠지만 성도라는 호칭이 도리어 감사하다.

주님과의 순수했던 첫사랑으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주유소 점원을 혼합석유 이송 기술 전문가라 부르나, 조폭두목을 회장이라고 부르나 동일인이듯이 나를 무엇으로 부르든

나는 이니 성도라는 호칭도 좋다.

또 변경연에 오니 12기 연구원이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내가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연구원이라고 말한다면 모두들 의아해할 것이다. 뭔 연구를 하는데? 누가 인정했는데? 하면서.

그럼 또 그 호칭에 맞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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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5 11:01:26 *.62.190.82
재미있어요. 박연구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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