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불씨
  • 조회 수 91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8년 11월 11일 18시 16분 등록
IraveKXqjZd-cVyft2XIkJ9oyZnk.jpg

'알쓸신잡'은 시즌1부터 즐겨 보고 있는 TV 프로그램이다. 얼마전 시작된 시즌 3에서는 아쉽게도 시즌2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김영하 작가가 출연한다. 시즌 1부터 알쓸신잡을 이끌고 있는 유시민 작가와 더불어 가히 프로그램의 투톱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 편에서 김영하 작가는 폰테루롤리 마을의 와이너리 농장을 방문했다. 그는 60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와이너리 농장의 26대 후계자와 나누었던 몇몇 대화를 소개했는데, 그중 한가지 이야기가 유독 귀에 들어왔다.

김영하 작가가 와인의 제조 비법에 대해 후계자에게 물어봤는데, 좋은 와인을 만드는 배합 비법이 존재하지만 그 비법은 기술자들만이 알고 있다고 후계자는 말했다. 그 와인의 배합비법은 600년 시간동안 기술자들에게만 전승되었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와이너리의 경영자인 자신의 일은 단지 기술자들이 만들어놓은 와인을 잘 파는 일이라고 대답한다. 기술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관리하지만, 와인의 제조에 있어서는 600년을 이어내려온 기술자들의 전통과 장인정신에 전적으로 의지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 있는 와이너리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다. 경영자는 기술자가 제조비법을 가지고 다른 회사로 이직할까봐 전전긍긍할 것이다. 와인의 배합비율을 조정해서 또다른 와인 상품을 만들어내도록 기술자들을 닥달할 것이다. 순수하게 와인 판매에만 주력할리가 없다. 자기가 모르는 분야라도 제조와 기술 부분에 어떻게든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안달이 날 것이다.

중국 고대문명은 황하유역에서 발생했다. 황하는 범람이 잦아서 백성들은 홍수가 날 때마다 큰 고초를 겪곤 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황하의 범람을 막는 일이 왕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다스릴 치 治는 글자 모양 그대로 강을 다스리는 치수治水를  의미한다. 하여 다스린다는 것은 물의 방향을 조절하여 범람을 막고 물이 잘 흘러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경영이나 관리에서 사람을 다루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을 다스린다는 것은 일을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지원해주는 일, 나아가 각 개인의 강점을 이끌어내서 팀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통상적으로 관리자의 역할이란 일을 잘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큰 비중이 있고, 경영자는 조직원의 강점을 이끌어 내는 것에 그 역할의 비중이 크다. 개인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을 관리한다는 것은 자신이 가장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조성하는 것이고, 개인 경영이란 자신의 강점을 이끌어내고 발전시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덧붙여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비전으로 각 개인을 이끌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리더에게는 동기부여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명장이었던 오기는 전쟁을 항상 승리로 이끌었고 재상의 지위까지 올랐지만, 전장에서는 병사들과 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잠자리에서 잠을 잤다. 하루는 곪아터진 상처의 치료를 위해 오기가 직접 한 병사의 고름을 입으로 빨아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병사의 어머니가 대성통곡을 했는데, 그 통곡의 이유는 오기에게 절대 고마워서가 아니였다. 이전에 병사의 아버지, 그러니까 남편의 고름도 오기가 빨아준 적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남편이 전쟁터에서 죽기살기로 싸우다가 결국 전사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들 역시 그렇게 되리라면서 통곡을 했다는 것이다.

오기의 동기 부여는 감정에만 치우쳤고 그 시대와 지금은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리더의 비전과 동기 부여는 결코 객관적 수치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전히 경영자와 리더란 모든 일을 알아야 하고, 가능한 많은 부분에 지배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이전에는 리더란 누구보다도 똑똑해야 하고 완벽해야만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리더는 팀원들이 같은 비전을 믿게 고무시키고 팀원들이 공동의 목표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동기를 고취시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리더는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하고, 그 방향에 대한 고민은 리더의 치열한 고뇌의 영역이다. 때론 집단지성은 참조용으로만 가치가 있을 뿐이다. 그 다음 리더가 해야 할 일은 팀원들이 그 방향에 대한 의구심이 들지 않도록 긴 여정을 잘 꾸려나가는 것이다.

리더란 ‘나’로 시작하여 ‘우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 구본형
IP *.121.156.75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