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정승훈
  • 조회 수 917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8년 1월 6일 21시 52분 등록

가해자 부모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11기 정승훈

 

 

그 아이가 원래 그런 아이였대요.”

누가 그 아이와 어울리겠어요?”

그 아이가 허위사실을 만들었어요.”

그 아이의 잘못이 내 아이보다 많아요.”

평소 아이들 괴롭히고 돈 뺏고 했던 아이인데 우리 아이들은 이번 한 번뿐이고 평소에 때리는 아이들이 아니에요.”

가해자 부모들이 많이 하는 말들이에요. 우리 아이의 잘못보다 상대 아이의 잘못을 부각시키고 원인이 상대 아이에게 있다는 말이죠. 심지어 학폭위가 열리는 자리에서도 우리 아이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상대 아이의 잘못을 들춰내며 공격하기도 해요.

 

그 아이 1학년 때부터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대요. 이번에 학폭위 신고까지 하면 그 아이 곁에 누가 가려고 하겠어요. 우리 아이도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여러 명의 아이가 1명을 때렸는데, 피해자 부모가 전화를 하지 말라고 하는 데 어떡해야 하냐고 하며 상담전화가 왔어요. 그러면서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더군요. 가해자 부모라도 똑같이 상담을 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있고 당연히 힘든 과정 중이기에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던 나도 그 순간 뭔가 확~ 올라오더군요.

어머니, 어느 누구도 어떤 이유 때문에 맞거나 괴롭힘을 당할만한 것은 없어요. 그리고 만약 학폭위가 열리고 나서 자녀분이나 다른 아이들이 같이 어울리지 말자거나, 무리에 껴주지 않고 따돌림을 한다면 그것 역시 학교폭력에 해당되는 거예요.” 라고 정확히 말씀드렸어요.

또한 이렇게 여러 명의 가해자가 있으면 피해자 부모님은 동시에 전화를 받게 되고 그것 자체가 고통이 되는 것을 모르더군요. 사과를 한다는 명목으로 지속적으로 전화를 하는 것도 하지 말아야할 일이에요. 피해자 부모님이 사과를 받을 수 있는 마음이 돼야 해요. 진심어린 사과는 사건을 알게 되면 바로 해야 해요. 그 시기를 지나서 하면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기다렸어요. 사과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사과 한 마디 없었어요.” 이 말 역시 피해자 부모님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이에요.

 

학폭위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부모가 잘 지도하겠다고 신뢰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왜냐하면 가해자 조치 결정을 내릴 때 처분 기준이 있어요. 가해자 폭력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을 기준으로, 가해자의 반성과 화해의 정도, 조치로 인한 선도 가능성 반영이 되기 때문이에요. 상대 아이를 비난하면서 우리 아이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칫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거죠. 그럴 땐 차라리 정확히 우리 아이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명확히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 나아요. 6하 원칙에 따른 사실을 기록해서 증빙자료를 마련해 두는 거죠.

학폭위 조사를 경찰 조사와 같다고 생각하시는 데 그렇지 않아요. 물론 사건과 관련된 학생들을 불러 조사를 하고 기록으로 남겨요. 하지만 경찰이 범인 취조하듯이 하는 것도 아니며 학폭위 또한 재판이 아니에요. 가해 학생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 학생의 선도. 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이 그 목적이에요. 피해학생도 가해학생도 다시 학교라는 공간에서 같이 생활하고 지내야하는 학생들이에요. 학생 당사자간의 분쟁이 아닌 부모들 간의 감정싸움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해요.

 

해야 할 일은

가해사실을 확인하세요. 아이와 친구, 교사에게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세요.

잘못을 인정하세요. 아이의 잘못과 부모의 책임을 인정하세요.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피해학생에게 아이와 함께 사과하고 회복을 지원해 주세요.

다시 기회를 주세요. 전문가 상담, 봉사활동 등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은

부인하지 마세요. 가해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또 다른 가해행위입니다.

피해학생을 탓하지 마세요. 피해학생에게서 폭력의 원인을 찾지 마세요.

정당화하지 마세요.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며 폭력을 정당화하지 마세요.

회피하지 마세요. 불안, 걱정과 두려움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습니다.

IP *.124.22.184

프로필 이미지
2018.01.08 13:41:07 *.18.187.152

서두부터 마무리까지 짜임새가!

갈수록 포텐 터지시네요.

프로필 이미지
2018.01.09 21:28:49 *.223.32.122
위 지침을 지키면, 피해자의 상처를 빨리 치유할 수 있을듯 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52 또 다시 칼럼 #30 학교폭력 상담이 연말이면 너무 많아요 [4] 정승훈 2018.12.30 924
5051 마흔 세살, 혁명의 시작!!(김기상) [7] ggumdream 2017.04.17 925
5050 #4 시지프스의 손_이수정 [8] 알로하 2017.05.08 925
5049 칼럼 #11 나의 고향 청송 그리고 제사의 추억 [3] 윤정욱 2017.07.10 925
5048 <뚱냥이칼럼 #12> 일상으로의 초대 1 [2] 뚱냥이 2017.07.24 925
5047 칼럼 #22 레이스 달린 덧신_윤정욱 [3] 윤정욱 2017.10.16 925
5046 #22 - 치료약이 없는 바이러스 file [2] 모닝 2017.10.16 925
5045 11월 오프수업 후기 [1] 윤정욱 2017.11.21 925
5044 <뚱냥이칼럼 #29> 내일일기 작성법 file [3] 뚱냥이 2018.01.01 925
5043 7. 사랑스런 나의 영웅 file [8] 해피맘CEO 2018.04.23 925
5042 한 줄의 문장을 읽고 [3] 박혜홍 2018.05.06 925
5041 나 만의 특별과제 3 -새로 알게 된 것들 [2] 박혜홍 2018.07.27 925
5040 10월 오프수업 후기 박혜홍 2018.10.20 925
5039 10월 오프 수업 후기 정승훈 2018.10.23 925
5038 12기 12월 오프 수업 후기 박혜홍 2018.12.17 925
5037 걷기예찬_걷는 시간에 관하여 [2] 어니언 2020.08.16 925
5036 [칼럼3] 편지, 그 아련한 기억들(정승훈) [1] 오늘 후회없이 2017.04.29 926
5035 <칼럼 #5> 지금 있는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 장성한 [3] 뚱냥이 2017.05.15 926
5034 # 칼럼 10 같이 노는 사람 - 친구(이정학) [6] 모닝 2017.07.03 926
5033 11월 오프수업 후기 (정승훈) 정승훈 2017.11.19 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