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도 어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대변자의 역할을 하는 사회적 책임감과 함께 여타 기업과 같이 이익을 내야 하는 약간은 이중적인 일을 동시에 잘 수행해야 한다.

방송국의 수익원은 크게 광고수익과 기타 수익으로 나뉜다. 광고 수익이 제일의 수익원이기에 나머지는 기타수익이라는 큰 카테고리로 구분된다. 아니 구분 된다기 보다는 오히려 광고수익이 아닌 것은 다 뭉뚱그려졌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광고수익과 기타 수익의 비중이 거의 80:20에서 40:60정도로 까지 변모하고 있다

광고 수익에 대한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물론 광고수익이 예전과 달리 큰 폭으로 상승하지 못하고 있는 탓도 있지만 다른 수익이 큰 폭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크게 늘어나는 수익은 방송을 여러 플랫폼 즉 다양한 형태의 뉴미디어로 송출하면서 받는 재송신 수신료이다. 지상파 방송이 케이블, 위성, IPTV, 모바일 등 유선채널에 방송을 다시 내 보면서 가입자 당 일정한 금액을 받는 수익이 광고수익 다음으로 많은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약 18%이다. 그 다음으로 많은 수익이 프로그램을 다양한 형태로 판매하면서 발생하는 형태이다. 흔히 한류라고 일컬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2000년초부터 일본을 시발점으로 시작된 한국 방송프로그램의 수출은 최근엔 남미지역에 까지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해외에 프로그램을 완성본으로 수출하는 것과 국내에서 인기있는 프로그램의 포맷, 즉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드는지 상세하게 설명하는 설계도를 수출하는 이른바 포맷 수출 등을 합쳐서 국내 방송프로그램 수출액만 2016년 한해에만 3억 2043만달러 정도가 된다. 그리고 국내 IPTV와 모바일 VOD 등 서비스를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체 방송국 수익 중 약 15% 정도가 된다. 그리고 방송프로그램을 활용한 다양한 부가사업을 통해서 약 5% 정도의 수익을 벌어드리고 있다.

부가사업은 쉽게 말하자면 방송프로그램을 원 재료로 해서 다른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사업을 일컫는다. 흔히 애니메이션 캐릭터 판매도 방송사에서 하는 부가사업 중 하나이며, 인기있는 프로그램을 책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도 부가사업 중 하나이다. 이 외에도 외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이 많은 사업과 서비스들이 진행되고 있다.

내 개인적인 업무에 대한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다. PC통신에서 콘텐츠, 신규사업 기획업무를 하다가 처음 방송국의 자회사에 입사한 후 내가 하게 된 일은 KBS의 60여년간 축척 된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사업을 기획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처음 기획된 일은 동영상을 활용하여 멀티미디어 백과사전을 만드는 일이었다. 쉽게 생각하면 기존의 백과사전처럼 ‘사자’를 찾으면 사자에 관련된 ‘사자가 사냥하는 법’, ‘사자의 짝짓기’, ‘사자와 호랑이’ 등의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였다. 당시에도 누구나 필요한 서비스임에 공감을 표시했고 사업적인 가능성도 높게 평가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수 백만 건 쌓여 있는 동영상 콘텐츠에서 딱 맞는 영상을 찾아서 편집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것이었다. 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최대의 관건이었다.

투자자를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포털 기업에도 제안해보고, 각종 관련 기관에 투자 유치를 의뢰하기도 했고, 교육부에 찾아가서 국가적인 사업으로 진행해 볼 것을 설득하기도 했다. 처음 교육부에서도 좋은 취지이기도 하고 한 국가의 지적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좋은 서비스라고 판단하여 관심을 가졌으나, 정권 교체기로 인해서 쉽게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다시 표류하기를 6개월쯤 되었을 때 팀 내에서 회의를 해서 사업 모델을 조금 조정하기로 했다. 멀티미디어 백과사전의 전 단계 버전으로 교육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동영상 자료 서비스로 사업 모델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즉, 초등학교 현장에서 사회 수업 시간에 세계 여러 나라를 배우는 단원에서는 각 나라의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쉽게 설명하면 남극의 펭귄에 대해서 배우는 단원에서는 펭귄 관련된 동영상 자료를 교과과정에 맞도록 선생님이 활용하도록 해 주는 서비스였다.

해당 사업 아이디어는 한 회사와 의기투합이 되어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계약을 체결하여 약 3년여간의 개발기간을 거쳐서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 서비스가 요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아이스크림’이란 서비스이다. 해당 서비스는 현재 한 해 약 수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현재 방송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광고를 제외한 새로운 형태의 수익모델을 창출해 내는 것은 최근 방송국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방송산업의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 어떤 변화가 있는지 다음 장에서 다시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