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2018년 3월 12일 11시 55분 등록

서른넷에 구본형의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를 읽고 서른다섯에 그의 제자가 되었다. 스승으로부터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방법을 배우며 생각했다. ‘이로써 스승보다 8년이나 먼저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구나!’  1년만 빡세게 공부하면 2년차엔 저절로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육아휴직 1년을 투자해서 작가 타이틀까지 얻게 된다면 꽤나 괜찮은 투자라고 믿었다.


있는 힘을 다했다. 죽을 것만큼 힘들었지만 정확히 힘든 만큼 짜릿했다. 후배 기수를 맞을 즈음에 되어서는 자신의 변화에 완전히 도취되어 있었다. “지금 우리가 같은 공기를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실제로 내가 한 말이었단다. 떠올리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러나 기억한다. 120% 진심이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어제 나는 정확히 마흔 셋이 되었다. 스승보다 8년은 앞서갈 수 있을 거라던 지난 날의 순진한 기대는 현실화되었는가? 과연 나는 지금 연구원 수련을 시작하기 전의 나와 8년 치 만큼 다른 공기 속에 살고 있는 걸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그 질문들은 전혀 중요한 질문이 아니라는 것’ 뿐이다.


KakaoTalk_20180311_134440139.jpg


<사진 1> ‘나’ ≒ 살짜쿵 비'현실'적인 세계관, 나를 찾아가는 지도로 꽉찬 서재, 사랑스러운 핑크로 이루어진 에너지 덩어리?
  


   8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대학을 다녔다면 두 번은 졸업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 긴 시간동안 나는 무엇을 한 것일까? 젊은 날의 호기가 민망하게도 마흔 세 살을 맞는 내게 남아있는 것은 오로지 ‘엄마’라는 키워드 하나뿐이다. 이 흔하디 흔한 단어를 얻기 위해 이리도 오랜 세월을 돌아왔다고 생각하면 허망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시간들 덕에 진짜를 가리던 수많은 가짜들을 덜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비움의 과정이야말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준비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마냥 허송한 세월은 아닌 것이 틀림없다.


   ‘세상에서 내 아이를 가장 잘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내 가슴에 품고 있는 ‘엄마’의 정의다. 나는 ‘엄마’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얻고 싶다던 서른 다섯 나의 꿈은 이미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물론 알고 있다. ‘잘 할 수 있는’과 ‘잘 하는’은 엄연히 다른 경지라는 것을. 그러나 남은 삶을 오로지 ‘아이를 가장 잘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 데 쓴다면 ‘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현실이 되지 못할 것은 또 무엇이겠는가?



KakaoTalk_20180308_170308217.jpg

       

  <사진 2> 나 ≒ 아이들이 자신의 바다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자가 되고 싶은 엄마


이것이 마흔 셋의 내가 새로 품게 된 꿈이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가장 분명한 방법으로또 한번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도전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렇게 마음을 다하다보면 언젠가는 오늘을 회상하며 ‘바로 그날, 마흔 세 살이 되던 그 봄에 내 삶은 다시 또 한 번 시작되었노라’고 말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날을 맞이하기 위한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면 오롯이 나를 닮은 작은 세상 하나는 지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때쯤이면 스스로를 ‘내 삶의 창작자, 作家’로 당당히 소개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아이들이 제 삶의 작가로 사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날을 기다리며 쌓아가는 시간!', <나는 무엇으로 특별해지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이보다 더 정확하게 답하기는 힘들 것 같다.

IP *.130.115.78

프로필 이미지
2018.03.12 12:02:12 *.94.171.90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내가 만들고 싶은 것으로 만들지 말고, 아이들 역시도 스스로 삶을 조각하고 그려가는 작가가 될 수 있도록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ㅎ 

프로필 이미지
2018.03.12 12:56:23 *.127.106.147

"마흔세 살 또 다시 시작하다" 응원할께요^^

프로필 이미지
2018.03.14 13:29:13 *.7.20.153
아름다운 변곡점이 되기를ᆢ
두손모아 응원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8.03.16 10:16:36 *.124.22.184

엄마 너무 중요하죠. 요즘 상담 전화를 받으며 더욱 실감하고 있어요. 아이를 아무 조건없이 사랑하는 엄마.  아이를 키우면서 어른이 되는 거더군요. 제 삶에서 많은 비중과 중요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엄마에요. 그런데도 이것만큼 어려운 게 없더라구요~

 

조금 더 엄마를 해본 사람으로, 전 '엄마'만 하는 것보다 '엄마'를 하면서 '엄마가 아닌 나'도 병행하는 것이 아이가  '아~ 엄마도 엄마의 삶이 있고 중요하구나' 여기는 것 같아요.^^

프로필 이미지
2018.03.21 13:34:16 *.130.115.78

스마일리 _내 맘대로 만드려 들지 말고 존재 본래의 목소리를 존중해주는 것,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한 발짝 떨어져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제 안의 목소리에 깊이 귀기울여 보고 싶습니다. ^^


이경종 _  아마 저는 마흔 네 살에도 또 시작하고 있을 가능성이 한없이 100에 가까울 거예요. 날마다 거듭나서 1년 단위로 껍질을 벗을 수 있는 희열을 누려보고 싶습니다. ㅎㅎ


박중환 _ 그 마음이 전해집니다. 든든하고 따뜻해집니다.  ^^


정승훈 _ 그렇죠? ㅎㅎ 둘째를 낳자마자 시작한 엄마의 사람 공부도 어언 10년차, 어느새 아이도 두자리수 나이를 얻게 되었네요. 이제 엄마도 변신이 필요한 시기,  '엄마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새로운 엄마역할의 핵심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52 또 다시 칼럼 #30 학교폭력 상담이 연말이면 너무 많아요 [4] 정승훈 2018.12.30 924
5051 마흔 세살, 혁명의 시작!!(김기상) [7] ggumdream 2017.04.17 925
5050 #4 시지프스의 손_이수정 [8] 알로하 2017.05.08 925
5049 칼럼 #11 나의 고향 청송 그리고 제사의 추억 [3] 윤정욱 2017.07.10 925
5048 <뚱냥이칼럼 #12> 일상으로의 초대 1 [2] 뚱냥이 2017.07.24 925
5047 칼럼 #22 레이스 달린 덧신_윤정욱 [3] 윤정욱 2017.10.16 925
5046 #22 - 치료약이 없는 바이러스 file [2] 모닝 2017.10.16 925
5045 11월 오프수업 후기 [1] 윤정욱 2017.11.21 925
5044 <뚱냥이칼럼 #29> 내일일기 작성법 file [3] 뚱냥이 2018.01.01 925
5043 7. 사랑스런 나의 영웅 file [8] 해피맘CEO 2018.04.23 925
5042 한 줄의 문장을 읽고 [3] 박혜홍 2018.05.06 925
5041 나 만의 특별과제 3 -새로 알게 된 것들 [2] 박혜홍 2018.07.27 925
5040 10월 오프수업 후기 박혜홍 2018.10.20 925
5039 10월 오프 수업 후기 정승훈 2018.10.23 925
5038 12기 12월 오프 수업 후기 박혜홍 2018.12.17 925
5037 걷기예찬_걷는 시간에 관하여 [2] 어니언 2020.08.16 925
5036 [칼럼3] 편지, 그 아련한 기억들(정승훈) [1] 오늘 후회없이 2017.04.29 926
5035 <칼럼 #5> 지금 있는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 장성한 [3] 뚱냥이 2017.05.15 926
5034 # 칼럼 10 같이 노는 사람 - 친구(이정학) [6] 모닝 2017.07.03 926
5033 11월 오프수업 후기 (정승훈) 정승훈 2017.11.19 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