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희동이
  • 조회 수 948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20년 6월 7일 23시 07분 등록

회사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 사랑해줘야 할 사람들, 모두들 지쳐있고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는 이도 있고, 눈앞의 일만으로도 힘든 이도 있고, 적당한 일을 맡지 못해 헤매고 있기도 하고, 때론 도전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속으로 불평하는 이도 있고, 능력이 모자라 힘들어 하면서 견디는 사람 등 참 사랑 받아야 할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누가 이들을 사랑해줄 수 있을까? 모두들 제정신이 아닌데, 그저 급한 일, 중요한지 아닌지 모르지만 중요하다고 윗 사람이 찾는 일 먼저 하느라 모두 주위를 볼 틈이 없다. 회사와 사랑이 뭔 상관이랴. 그들도 그렇게 살아 왔고 또한 다른 그들도 그렇게 살아 가고 있는데. 회사에 너무 애착을 갖나? 회사가 돈 버는 곳이지만 한 직장을 20년 가까이 다니다 보면 남 같지 않은 게 인지 상정이다. 그들의 앞날도 보이고 나의 앞날도 보이는데 사랑 없이 이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팀장에게 뭘 그리 많은 것을 바라는지? 셀 수도 없는 잡일들 (자잘한 인사 업무, 수명 업무, 관리 업무, 각종 보고, 자료 준비, 회의 참석, 대외 협업, 면담, 평가 등). 자기일 아니면 눈 치켜 뜨고 왜 시키냐고 어이없어 하는 그들 때문에 밤 늦도록 잔업하며 해치웠던 주인 없는 허드렛일들. 이것들이 사랑이 아니고 무엇일까? 그들은 그렇게 쓰러져 갔고 외로워져 갔다. 홀로 남은 듯 아래위로 기댈 데 없는 그들이 사랑 없이 이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까?

 

팀장의 역할 중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지속적인 변화/혁신 리더가 되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한다. 정말 어려운 말이다. 회사의 시스템은 직원들의 사고를 제약할 수 있다. 한 기업의 시스템과 조직문화는 계속 변화하지만 닮아 있다. 메트릭스 영화 속 세계에서 보여주는 프로그램 된 세계처럼 회사 속 시스템과 조직문화는 닮아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러니 회사와 직원들은 닮아간다. 간혹 독창적이거나 개성 있는 방식이 적용될 때, 가장 우선 조직 문화에 익숙한 조직원들이 우선 알아채고 저항을 거세게 한다. 새로운 변화는 일단 편안한 그리고 예측 가능한 생활이 도전 받는 다고 여겨지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그들의 안정에 걸림돌로 여겨지기 쉽다

 

때로는 시스템을 넘어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그 자체로 위험요소가 되어 저항을 받게 된다. 그러니 잔말 말고 시키는 데로 중간만 하라고 누군가 조언한다. 두렵고 두려운 그 말 속에 동의와 합의와 설득의 과정은 외롭고 고단한 운동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들은 시도하기 전에 죽임이 시도된다. 누구를 위한 변화일까? 팀장들은 모두 자신의 성공과 승진에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고 직원들을 이용만 하는 악마라고 한다. 솔직히, 대부분의 말단 팀장들은 그렇지 않다. 본인이 승진해서 임원이 되겠다고 악을 쓰고 일하는 사람은 요즘 주위에 거의 없어졌다. 세상이 바뀐 탓도 있지만 그런 사람이 발붙이고 살 수 있는 조직 문화가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제발 말단 팀장들의 진정성을 한번 봐주면 어떨까? 그들은 당신을 정말 사랑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팀장과 같이 변화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 퇴근하면서 울고 갈 것이다. 너무 감격해서.

 

팀장은 외롭다. 능력 있고 소통의 달인인 팀장도 있겠지만 그런 팀장은 사실 많지 않다. 왜 그러냐 하면 비슷하게 성장해 왔기 때문에 그런 것을 배워본 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여느 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리더십 교육처럼 가성비 낮은 것도 없다. 그러니 대부분 말단 팀장들은 부서원들과의 소통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늘 어려워 한다. 누구랑 친하면 다른 사람이 눈 흘기고, 누구랑 업무를 많이 하면 차별한다고 여기고, 밥이라도 늘 같이 먹다 보면 측근인양 비켜본다. 팀장이라고 교회나 성당을 다니며 깊은 사랑을 배워온 것도 아니고, 절에 다니면서 무한한 자비를 깨달은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니 그 많은 팀원을 어떻게 다 소통하고 아우르고 돌봐주고 성장시키며 성과를 내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러니 너무나 쉽게 외로움을 선택하곤 한다. 부서를 책임진다고 하지만 뭘 얼마나 책임질 수 있을까? 그저 외롭게 서있는 망부석처럼 느끼고 있을 것이다. 허수아비일지도.

 

그래도 팀장은 팀원들을 사랑한다고 믿는다. 아니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 뒤에서 잘되기를 바라고 있고, 혹시 성과가 좋지 않을 것 같으면 옆에 다가가 같이 밤을 세며 실패라고 같이 하려고 하고 있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팀원에게 박수를 보내며 모든 공을 그에게 돌리며, 무대 뒤에서 대견하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망부석이 따로 없다. 그저 잘되기만 노심초사하며 그대를 바라보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서있다. 사랑 없이 어떻게 그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팀장은 신이 아니라 그저 옆에서 늘 당신을 지켜봐 주고 기다려주는 망부석이다. 늘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IP *.105.8.109

프로필 이미지
2020.06.08 13:12:18 *.103.3.17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옛말같지만, 여전히 자리가 사람을 규정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내부적으로, 외부적으로 모두 말이죠. 그건 낮은 직급이건 높은 직급이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직급과 인격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 반면 스트레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비례한다는 사실은 팀원이나 낮은 직급의 직원들은 잘 모르죠. 피상적으로 알아도 배려할 부분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리더는 힘든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인문학과 사람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겠죠.. 잘 읽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20.06.08 22:16:59 *.62.162.247

팀장이 아니라 낀장....이라는 생각도 해봤어. 어려운 노릇이야. 어차피 내가 니가 아니고 될 수도 없는 일인데. 최악의 순간에 최소한의 예의와 일말의 호의를 잃지 않는 관계라면 정말 괜찮은 팀이라 생각해. 그것도 결코 쉽지는 않더라. 

프로필 이미지
2020.06.09 18:50:47 *.247.149.239

아.. 낀장이라니...ㅠ  팀이 워낙 여러 사람들이 가까이 일하다 보니 그냥 팀원으로 있는 것도 개개인의 역학 관계가 얽혀서 예측도 어렵고 이해도 어려운데... 팀장이 되어서 일을 지시하고 성과 만들기 해야 되면.. 머리 터질거 같아요..

그래도 아주 이상한 사람 몇을 빼면, 팀장님이 대신 쥐어 터지고 오는거, 싫은 소리 열 번할거 여덟번은 참는거 모르지 않더라고요. 어차피 성과야 운도 많이 작용하는 거니.. ㅠㅠ 혹시 팀이 원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팀장님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프로필 이미지
2020.06.14 17:54:08 *.158.120.236

주인없는 허드렛 일. 낀~~장 ㅎㅎㅎ

망부석처럼 옆에서 뒤에서 지켜주고 밤도 세야하는 그런 자리.

회사에서 팀장은 한 팀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회사팀을 이끌어가는 자리인듯요. 

망부석으로 있다가는 허리와 목디스크로 고생하니, 욕 얻어먹어도 자신을 먼저 챙겨야될듯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212 [33] 시련(11) 자장면 한 그릇의 기억 secret [2] 2009.01.12 205
5211 [36] 시련12. 잘못 꿴 인연 secret [6] 지희 2009.01.20 209
5210 [38] 시련 14. 당신이 사랑을 고백하는 그 사람. secret 지희 2009.02.10 258
5209 [32] 시련 10. 용맹한 투사 같은 당신 secret [2] 2008.12.29 283
5208 [37] 시련. 13. 다시 만날 이름 아빠 secret [3] 2009.01.27 283
5207 [28] 시련(7)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secret [8] 지희 2008.11.17 330
5206 칼럼 #32 혹, 내 아이가 피해자는 아닐까? (정승훈) file 정승훈 2018.01.28 888
5205 칼럼 #25) 개인이 즐거워야 회사도 즐겁다 (“개인” 편)_윤정욱 윤정욱 2017.11.13 890
5204 삶과 목표 [3] 불씨 2018.05.13 893
5203 11월 오프 수업 후기 file 불씨 2018.11.19 893
5202 또 다시 칼럼 #17 학교폭력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 [3] 정승훈 2018.08.26 895
5201 # 북한 응원단과 나의 공감대 [1] 모닝 2018.02.19 896
5200 또 다시 칼럼 #4 내 아이가 목격자라면 (정승훈) [6] 정승훈 2018.04.29 896
5199 칼럼 #22 레이스 달린 덧신_윤정욱 [3] 윤정욱 2017.10.16 897
5198 칼럼 #35 학교폭력 전문 상담가에게 듣는다 (정승훈) 정승훈 2018.02.11 897
5197 #38 세상과 소통하는 나만의 채널 갖기 (윤정욱) file 윤정욱 2018.03.12 897
5196 아르고 호를 타고서- 6월 수업 후기 [4] 박혜홍 2018.06.19 897
5195 부트로더(Bootloader) [3] 불씨 2018.07.29 897
5194 7월 오프수업 후기 보따리아 2017.07.18 898
5193 #18. 不在(부재)로써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그를 애도하며 [2] ggumdream 2017.09.11 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