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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1일 23시 18분 등록

구본형 선생님과 함께 춤을!

 

 

11기 연구원 김리아

 

지금 살고 있는 삶이 네가 살고 싶은 바로 그 삶이냐?” 이렇게 물으면 나는 이제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나는 춤추듯 이 길을 아주 멀리 끝까지 가고 싶다.

 

아주 멀리 끝까지라는 글귀에서 눈이 멈추고 마음이 울렸다. 초아 서대원의 <주역강의> 추천사를 쓴 구본형 선생님의 글을 읽고 있던 중이었다. 인생의 중반에서 만족스러운 변곡점을 스스로 만들어 남은 인생길을 아주 멀리 끝까지가고 싶으셨던 분. 그 분의 춤은 2013 4 13일에 끝이 났다. 적어도 이 세상이라는 무대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그 분의 춤은 정말 끝난 걸까?

 

나 혼자의 의지만으로는 결코 읽지 않았을 수십 권의 책을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 과정을 통해 읽었다. 깨우침과 울림을 안겨준 책들을 읽으며 그렇게 구본형 선생님을 만났다. 그 분이 읽었던 책들은 마치 영매가 된 듯 독서를 통해 선생님의 정신은 나의 마음 속에서 춤을 추었고 나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였다. 변경연의 커리큘럼대로 책을 읽던 와중에 주역에 이끌리게 되었고 급기야 <주역강의> 추천사에서 구본형 선생님을 만남으로써 그 분의 커다란 무대 위에서 나 역시 춤출 준비를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지켜보고 그 마지막을 아름답게 표현한 제자 플라톤, 공자의 죽음을 함께 한 제자들, 괴테의 죽음을 지켜보고 그 아름다움에 눈물 흘렸다는 제자 에커만. 저자연구를 하며 위대한 정신들의 마지막과 스승의 마지막을 바라보고 기록하며 추억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현대에는 이렇게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삶의 마지막을 보내는 스승이 없지 않나?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아니었다. 멀리 찾을 것도 없었다. 변화경영연구소의 구본형 선생님이 바로 그렇게 제자들과 함께 인생을 마무리하신 분이셨다.

 

선생님 별세 후 무려 4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2013 7 15),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2013 9 5),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2014 2 10), <나에게서 구하라>(2016 6 20). 이 네 권의 책에 저자는 구본형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그의 여러 지인과 제자들이 마음을 모아 출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리고 선생님이 세운 개인대학원은 4년이 지난 2017년 현재까지도 운영이 되고 있다.

 

2012 12 1일 구본형 선생님은 홈페이지에 <크리에티브 살롱 9를 열며>라는 글을 올린다. 그리고 2013 2월의 어느 날 살롱에 들러 그곳을 운영하는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병원으로 향하셨다고 한다. 그 때만 해도 질환이 이미 선생님을 압도하고 있음을 모르셨던 거 같다. 여느 일상과 같은 하루가 시작되었지만, 여느 일상과 다른 하루로 마무리 된 날이었다. 그 길로 선생님은 병원에서 나오지 못하였고 여느 일상과 다른 병원에서의 하루 하루가 이어지게 된 것이다.

 

병석에 계실 때 많은 제자들의 방문을 받았고 선생님의 얼굴에는 죽음의 그늘이 없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병의 진행에 제자들이 오히려 당황하였고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했던 것 같다. 병상에서 장례식장으로 이동된 삶의 마지막 무대에서도 선생님은 제자들과 함께 한다. 염을 하는 그 자리에 가족들만이 아니라 많은 제자들이 함께 하였다고 한다. 좁지 않은 공간이었음에도 가족과 제자들로 꽉 찼다고 하니, 삶의 마지막을 이렇게 꽉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4월 장례식 때도 선생님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선배의 모습을 봤는데, 12월 송별회 때도 선생님을 추억하며 울먹거리는 선배들의 모습을 봤다. 얼마나 맑고 따듯한 영혼이었길래 시간이 흘러도 이렇게 많은 제자들이 추억하는 걸까. 나는 나의 방식으로 책 속에서 선생님을 만났고 책을 냄으로써 제자로서의 끈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서대원 주역강의 추천사에서 춤추듯 멀리 끝까지 가고 싶어하는 구본형 선생님의 춤사위를 보았다. 우리의 춤은 펜 끝에서 시작될 것이다. 변경연 연구원들이 이어갈 책이라는 무대위에서 선생님과 우리는 이 길을 아주 멀리 끝까지 함께 출 것이다. 선생님의 춤은 끝나지 않았다.

IP *.18.2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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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00:35:16 *.44.153.208

아.. 정말 우리 오프 수업이 이게 아니였던가 싶네요~ 수업이 진행될 수록 구본형선생님에 대해서 알아갈 수록 새삼 더욱 고개가 숙여지네요

그 분은 어떤 것을 깨닫고 가신 것일까? 새삼 궁금해지고 그 길을 가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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