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송의섭
  • 조회 수 927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7년 7월 31일 11시 33분 등록

2주간 고운기 작가의 삼국유사를 읽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연』의 삼국유사입니다. 책이 좀 두껍습니다. 750페이지 가까운 대장정이니까요.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일연스님께서는 '왜 삼국유사를 쓰셨던 것일까?, 이 책은 현재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까?’

 

먼저 삼국유사를 쓰신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책에서 어느정도 일연스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지만, 이곳 저곳을 찾아보니 대략의 결론이 이렇더군요. '13세기 무렵 외세의 침입으로 국토는 파괴되었고, 백성들은 회복되지 않은 농지와 수탈의 고통에서 절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를 위로하고 민족적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부여하고자 삼국유사를 섰다' 라고 합니다. 선뜻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민족적 자부심과 자긍심을 안다고, 과연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남았으니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의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인가? 아니면 힘을 합해 어려움을 극복할 것인가?, 우리는 왜 지금을 극복하려 하는 것일까?'

함께 살기 위한 우리라는 합심(合心), 무엇보다 필요했던 시기였을 것입니다. 제 언어로 옮기고 나니, 약간 정리가 되는 느낌입니다. 저도 10년전 쯤 동료들과 어려움을 건너온 경험이 있어서 슬쩍 비추어 보았습니다. 다른 이의 의도가 잘 보이지 않을 때, 내안의 언어로 정리하면 정확치는 않아도 근접은 하는 모양입니다.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기 위해, 정신적 역량과 정체성을 다시 세울 무언가가 필요했을 때, 스님께서는 「삼국유사」를 기술하셨을 것입니다. 역량의 집중과 결속은 마음이 갈 길을 정해주더군요. 존재의 이유와 가야할 길. 아마도 큰 틀은 그 안에 있으셨을 듯 합니다.

 

이어서 두번째. 삼국유사가 갖는 현재와의 연관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고운기 작가님의 인터뷰에서 힌트를 얻어 봤습니다. 삼국유사속에서 우리에게 부족한 컨텐츠를 뽑아오고, 오늘날의 새로운 미디어와 접합하는, 그래서 일연도 살리고 우리의 컨텐츠도 살리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융합에 있을 거 같다는 결론입니다. 과거를 스토리로 보고 현재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디어로의 진화를 꾀하자는 것입니다. , 스토리를 캐릭터로 일으키는 일이나, 온라인게임, 뮤지컬, 애니메이션등 다채로운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지금의 컨텐츠 부족분을 매꿔 줄 Creative요소로 삼국유사의 기여는 분명 있을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찾아봐야죠. 일을 찾아내는 건 보이는 자의 몫이니까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정리를 해보면 삼국유사는 민족적 자부심 뿐만이 아니라, 문화 컨텐츠로서의 잠재성을 내포한 우리 정신문화의 보고(寶庫)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격적인 휴가철로 들어서는 시기입니다. 산과 바다로 일상을 떠나는 것도 괜찮겠지만, 인문학 여행이라는 테마로 삼국유사속 역사기행은 어떠신지요?’

역사속 일연스님과 대화도 해보고, 지금 나아가야 할 길에 관해서도 한번 생각해 봄직 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제 자녀가 조금 더 자라면, 지도책 펼쳐들고, 빼곡한 메모에 사진기 둘러매고 역사여행 다니며, 글도 쓰고 사진도 찍어볼 참입니다. 삶이 더 풍요로워 질 거 같습니다.

 

깊어가는 여름, 건강 챙기시고 더욱 풍성해 지시는 하루 하루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IP *.226.22.184

프로필 이미지
2017.07.31 12:32:18 *.124.22.184

일연의 삼국유사를 현재로 소환시켰네요. 대단해요. 난 맘에 안든다고 투덜대기만 했는데...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32 개발자의 언어 [3] 불씨 2018.08.05 920
5031 10월 오프수업 후기 - "10월의 하늘" file 불씨 2018.10.22 920
5030 난 짐승이오. 짐승에게는 자유가 있어야지. [3] 어니언 2020.06.29 920
5029 오쌤의 수업풍경- 같은 세상 다른 현실을 살아가는 이유 [4] 지그미 오 2020.07.13 920
5028 마흔 세살, 혁명의 시작!!(김기상) [7] ggumdream 2017.04.17 921
5027 인생 네비게이션을 펼쳐보다 [2] 송의섭 2017.06.12 921
5026 #10. 나는 7번입니다. [5] ggumdream 2017.07.03 921
5025 <뚱냥이칼럼 #13> 일상으로의 초대_2 [1] 뚱냥이 2017.07.31 921
5024 #15. 일상으로의 복귀 [2] ggumdream 2017.08.14 921
5023 (보따리아 열전/조창인) 길 위의 작가가 내게 묻는다 file [6] 보따리아 2017.11.25 921
5022 5.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_ 박미옥 file [8] 해피맘CEO 2018.04.10 921
5021 한 줄의 문장을 읽고 [3] 박혜홍 2018.05.06 921
5020 12. 여전히 두려운 아픔이지만 [4] 해피맘CEO 2018.05.28 921
5019 쌓임 [1] 박혜홍 2018.08.26 921
5018 5월 오프수업 후기(송의섭) file [5] 송의섭 2017.05.22 922
5017 <뚱냥이칼럼 #29> 내일일기 작성법 file [3] 뚱냥이 2018.01.01 922
5016 #34_하루 세번, 혼자만의 시간 [1] 윤정욱 2018.02.05 922
5015 9월 오프수업 후기, 나에게는 일기, 우리에겐 편지 file [3] 불씨 2018.09.16 922
5014 싸움의 기술 박혜홍 2018.11.26 922
5013 이토록 위험한 닭발 [3] 종종걸음 2020.06.15 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