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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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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7일 11시 52분 등록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왔을 대사. '사느냐 죽느나 이것이 문제로다' 햄릿의 대사입니다. 조금은 부끄러운 사실 하나를 고백하자면, 이 나이 먹어서 처음으로 햄릿을 다 읽어봤습니다. 학창시절 몇번을 읽으려 했었지만 이상하리 만치 읽혀지지가 않더군요. 그러다 세월이 지나가고, 잊혀지고, 덮혀버렸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었건 그렇지 않건, 먹고 사는 문제에 그리 중요한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 작품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은 부끄럽게 다가온 건 왜 일까요? 누군가 정해 놓은 사회적 기준도 아닌데, 청소년기에 읽어야 할 도서를 지금 읽는 게, 그 시기에 해야 할 일을 놓친거 같아 부끄러운 기분에 잡혀 있었습니다. 선입견이겠죠?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읽어봤으니 말입니다. 퍽이나 대단한 교양인의 반열에 드는것도 아닌데 책을 읽음으로써 안도감이 드는군요.

 

세상을 살아 가다보면 부끄러운 행동내지는, 쑥쓰러운 사실을 받아 들일 때가 있습니다. 마음이 깨지고, 굴곡지고, 어딘가로 숨고 싶은, 되돌리고 싶은 시간을 느낄 때 인데요. 참으로 괴로운 때입니다. 저의 지난 주말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몇일 전, 마음앓이로 고생을 하는 후배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 왈,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는데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고, 벗어나고 싶은데 벗어날 탈출구가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더군요. 난감한 질문이었습니다. 저도 제 문제로 힘겹게 버티고 있는데, 선배랍시고 그런 어려운 질문을 하다니. 그 친구도 사추기의 혹독한 번민이 찾아온 모양입니다. 저도 부족한데 조언이 있겠습니까. 술한잔 나눠주고 말았죠.

어릴 적에는 나이들면 어느정도 채워지고, 시간안에서 알아가고, 흔들림이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수양이 부족한 탓인지, 원래 불완전함 때문인지, 아니면 마르지 않는 욕망 때문인지, 살다가 늘상 걸려 넘어지고 상처에 아파하는 나이 먹음을 느낍니다. 때로는 후회속에서, 부끄러움 속에서, 힘겨움 속에서 말입니다.

후배와 한참을 이야기하면서 더 밑바닥까지 내려가 봤습니다. ‘욕망이 무엇이고, 지금의 진짜 고민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 까지요. 마치 변경연의 OFF 수업의 한 단면처럼. 끝까지 물고 들어가 보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나눔과 이야기가 예전에 몰랐던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열게 하더군요. 더 분명해 진 건, 그는 나에게, 나는 그에게 더 열리는 마음의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희안한 일이죠. 20년을 넘게 서로 알고 지낸 사이인데도, 그런 감정을 가졌다는게

후배와 명확한 결론은 정리해 내지 못했습니다. 다시 만남을 기약하며 찾아보고 이야기하고 실행을 나눠보기로 한, 오랜만의 인생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회사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누구는 어떻다더라이야기 하는 것보다, 자신 스스로에 대해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 논의하는 시간. 이 부분이 참 따뜻했습니다. 그리고 위로가 찾아오더군요. 살다가 넘어지고, 할퀸 상처에 약바른 느낌.

사추기쯤 와보니 치이기 많이 했고, 힘겹게 서럽기도 했고,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상처도 수없이 쌓여 있던거 같습니다. 넘어가면 그냥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라는게 요즘들은 생각과 느낌입니다. 노래 가사처럼 조금은 지쳐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제는 쑥스럽지 않게, 어색하지 않을 만큼, 스스로를 표현해 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지난번 후배와의 대화에서 느낀 사실이지만, 제스스로를 조금씩 표현해 내니까 홀가분함이 자리하더군요. 그리고 마음안의 자유로움도 새살이 돋는거 같고요. 다른 사람이야 어떻든 저는 그랬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역시 사람안에서 살아야 하는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들어주는 것만이 아닌, 제것도 표현해 내면서 말이죠. 지식과 이론보다 상대를 받아들이는 배려와, 표현해 내는 인생안에서 또 힘을 얻어보려 합니다. 또 다른 성장판임을 믿어 보고요.

 

이번주 저의 고민과제는신규사업 하느냐? 마느냐?’ 이것이 문제입니다. ^^

저도 최선을 다할 테니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최선을 다하시고 좋은결과가 이어지는 한주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건강 유념시고 행복한 한주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IP *.226.2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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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9 20:03:02 *.124.22.184

'~읍니다' 가 거리감을 느끼게 할 것 같은데 참 편하네요.  ㅎㅎ

의섭씨를 알기에 그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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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8 10:03:33 *.226.22.184

그건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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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0 08:24:36 *.36.139.174
저는 쏭쓰형님이 참 대단합니다. 회사의 중역으로 신규사업의 진행여부를 검토하면서 과제도 완수하시고, 인간관계까지 항상 신경쓰시고!
오프모임 오셔서 "저 힘들어요~ 그래도 합니다" 라는 웃음 섞인 푸념과 솔직한 고백. 정말 존경합니다!
(밥 사달라는 거 아닌데...진심인데... 그래도 좋으시면 사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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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8 10:04:15 *.226.22.184

쏠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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