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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4일 11시 51분 등록

주택이 주는 즐거움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

지난해 아파트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 주택 10채 가운데 6채는 아파트라는 뜻이다. 내가 살고 있는 천년의 고도인 경주도 아파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게다가 원룸은 또 얼마나 많이 짓고 있는지. 인구 25만의 도시. 정체된 도시이지만 끊임없이 짓고 있다. 내가 짓는 것에 뭐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살고 있는 천년고도의 도시조차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모양의 집이 들어서고 있기 것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경주만큼은 다른 도시들과 달리 집을 하나 짓더라도 좀 다르게 짓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이중 잣대 속에서 경주는 힘들어 하고 있다.

 

어린 시절, 내가 살고 있는 집 앞에 3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동안 주택에만 살아온 내게 그 아파트는 별천지였다. 그리고 친구들이 하나둘씩 그 아파트에 입주했다. 어린나이였지만 아파트에 들어가 보고는 깜짝 놀랐다. 오래된 주택의 우리 집과는 너무 비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학교 때 입주한 15평의 임대아파트였지만 그래도 새 아파트에 들어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아파트 생활은 얼마 전까지 이어졌다. 그래도 그 당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지금처럼 층간소음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문 바로 앞에는 말 그대로 이웃사촌이 살고 있었다.

 

그렇게 당연시 되었던 아파트 생활은 내 직업이 건설관련 일이 되고 나서부터는 주택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은퇴이후의 삶이었다. 아마 이것은 나만의 꿈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모든 남자들의 로망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내 머릿속에만 나중에 어떤 집을 지어야 할지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생기고 자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아파트에 살면서 항상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 뛰면 안돼. 그렇게 뛰지마. 조심해서 걸어. 조용히 좀 해. 소리지르지마.” 이런 것이었다. 누가 그런 것도 아닌데 내가 접한 뉴스 속에서 그런 것들이 은연 중에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었다. 다행히 뉴스에 나올만한 아랫집이나 이웃을 만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엘리베이트에서 마주친 아랫집 아주머니에게 인사치레로 드린 말이 저희 애 때문에 좀 시끄럽죠?”였다. 말 그대로 그냥 있기에 민망해서 꺼낸 말인데 아주머니의 답변이 우리 애가 고등학생인데 밤에는 좀 자제시켜주셨으면 좋겠어요였다. ~~ 우리 애들을 조심시키느라 했는데 결과적으로 피해가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다음부터 그 아주머니를 마주칠 때면 내가 죄인이 된 듯하고 미안한 마음에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나는 사실 층간소음에 그리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내 윗집에서 사실 좀 시끄럽더라도 이해를 했다. 신경을 안 쓰면 되는 것인데. 이제 우리 사회는 예전이 아닌 것이다. 너무나 예민한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는 층간소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화장실의 환기구 팬이나 베란다의 배수구는 위 아래가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 밖에 모든 것이 두께가 얇은 콘크리트 구조이다 보니 모든 소리를 차단시킬수 없다. 아마 이 구조를 차단시키려하면 공사비가 증가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그러다 보면 집을 사려는 우리에게도 그 비용이 고스란히 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아파트에 살면 그냥 같이 있어야 하는 그런 불편함이었다.

 

그러던 중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오랜만에 그 유명한 000 세상이라는 유명 브랜드의 아파트가 들어온다길래 주저하지 않고 청약을 넣었다. 그런데 분양가를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방의 도시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분양가였다.(물론 서울에 비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도 명품아파트니까 그럴 수 있지 하고 분양을 신청했지만 보기좋게 떨어졌다. 워낙 경쟁률이 세서 안될거라 생각은 했지만 막상 떨어지고 나니 기분이 좀 그랬다. 그런데 그동안은 그 아파트의 분양가가 그저 그런 숫자였는데 떨어지고 나니 눈에 띄였다. 아니 내가 이 금액을 주고 아파트에 들어가려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정도 금액이면 내가 원하는 집을 근사하게 지을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 뒤부터 집을 짓는 것부터 리모델링까지 생각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보류하고 있다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우연히 보고는 다른 집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결국 집 주인과 실랑이 끝에 에누리없이 돈을 주고 집을 샀다.

 

내가 사는 집은 2층집 단독주택이다.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일단 집을 지은지 1년밖에 안되었고 내가 지을려는 집과 유사한 형태였고 아이들 학교도 5분 거리였다. 지금 2년째 살고 있다. 결론은 물론 대만족이다. 일단 아이들에게 뛰지마. 좀 조용히 좀 해이런 말은 절대 안한다. 대신 니들 원하는대로 맘껏 놀아라고 한다. 그리고 여름에는 마당에 간이 수영장을 만들어 애들을 뛰어놀게 한다. 상상하는 넓은 잔디마당은 아니다. 우리집 마당은 평소에는 주차장으로 사용한다. 전 주인은 아이가 없어서인지 마당을 잔디가 아닌 블록으로 깔았고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블록으로 깔았지만 여름이면 어김없이 그 사이로 온갖 잡초가 삐져나온다. 처음에는 뭐 잡초를 뽑아야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놔두었는데 비가 어느정도 오고 난 뒤에는 걷잡을수 없을 정도로 번식을 하는 것이 아닌가. 거의 한나절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잡초제거를 했다. 그리고 보니 잔디를 마당으로 하고 있는 집의 어려움이 눈에 들어왔다. 멋지게 자라난 잔디마당을 보면 주인의 노고와 땀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택에 사는 덕분에 넓지 않은 마당이지만 마당에 여러 가지 채소를 직접 기른다. 올해는 토마토, 가지, 고추, 상추, 오이등을 심었다. 유례없는 가뭄이어서 작황이 좋진 않았지만 우리 4식구 먹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남아서 문제였다. 아침에 일어나 텃밭에 가서 갓 따온 상추, 오이 등을 씻어서 상에 올리면 맛있게 먹는 식구들을 보면 흐뭇해진다. 딸아이는 유치원에 가기 전에 한번씩 들러서 방울토마토 몇 개를 먹고 난 뒤에야 학교에 간다. 그리고 마당에서 텐트를 쳐놓고 구워먹는 삼겹살 맛이 일품이다. 비록 이웃에게는 냄새나 연기에 좀 미안하지만 말이다. 마당 한켠에는 애들이 놀 수 있는 모래놀이장도 마련해놓았다. 6살 딸에게는 둘도 없는 놀이터이다.


    가지.jpg 오이.jpg


다만 불편함도 만만치 못하다. 우선 여름에는 덥다. 겨울에는 춥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아파트에 비해 더하다는 뜻이다. 2년차이다 보니 이제 적응이 되었다. 그리고 얘기했듯이 작은 마당이지만 잡초제거도 해야하고 청소도 내가 해야한다. 담이 거의 없는 주택이다 보니 주위에 이웃들이 우리집 마당을 다 보게 된다. 누가 뭐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저분해 보이는 것을 보여주기 싫어 청소도 하고 좀 꾸며주기도 해야한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은 주택이 주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는 아파트을 보면 저기 살고 싶다가 아니라 아휴~ 저렇게 갑갑한 곳에 어떻게 살지 하는 생각이 든다.(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이다.)

 

우리는 살면서 항상 반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나중에 멋진 집을 지어서 살거야라고 말하고 현재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러나 주택에 살아본 나는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는 시점까지는 주택에 살고 오히려 나이가 들어서는 아파트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노인이 되어서 주택은 여러 가지 고충들이 많다. 아직까지는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만 나이가 들어가면 육체적으로 힘에 붙이기 때문에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지금의 희생과 불편함은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고통을 감내한다. 그러나 이것만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의 행복없이는 미래의 행복도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즐기라는 것은 아니다. 그 나이 때 해야 할 것은 해야 하지만 우리가 항상 강조하는 균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무척 어려운 것이지만 일과 가정, 성공과 행복, 돈과 가치있는 일 사이에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하고 항상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조정해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너무 늦지 않게 깨달아 참 좋다.

IP *.106.20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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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4 13:48:28 *.14.90.189

나도 아파트보다 주택을 좋아하는데...

사실 주택이 관리하기 힘들기는 하죠. 그래도 난 나이 들어서도 주택 살래요. ㅎㅎ

기상씨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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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4 14:41:22 *.226.22.183

마당에 평상깔고 술한잔 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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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5 07:20:11 *.7.53.65
주택의 즐거움,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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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8 09:42:43 *.222.255.24

내년 봄에 이사해야 하는데 살짝 고민되네요. 

공동주택이 이런 저런 편리한 점은 있는데, 매달 말에 관리비 청구서 볼때마다 

짜증이 치밀어 올라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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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10:05:25 *.36.139.156
형님~우리 멋진 집을 지어요~! 저는 제 꿈입니다! 꼭 나만의 집을 짓고 살거에요 ㅋ

현재의 행복 없이는 미래의 행복은 없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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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0 23:46:31 *.44.153.208

나도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다. ^^ 진심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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