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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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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3일 11시 35분 등록

1993년인가 94년인가 이제는 기억도 가물거리는 그때 쯤, 성당일들로 피곤에 지친 몸과 마음을 안고 속초로 향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대학생 때라 아무런 계획도 없이 선배들 몇 명과 무작정 떠났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무작정은 아니었던거 같네요. 숙소는 정해놓고 떠났었으니까요. 당시에 유명했던 코레스코콘도에 선배의 사촌동생이 갔으니 일행과 합류하면 된다는 말에 떠났으니 최소한의 숙소는 확보하고 출발한 여행이었습니다. 생각난김에 코레스코 콘도를 검색해 보니 이제 사업을 거의 접는다는 내용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http://www.koresco.kr  

 

속초 코레스코콘도는 바다가 배경이 되는 멋진 전경으로 기억되고, 아늑했던 불빛 아래 파도의 철썩이는 소리를 들으며 술잔을 기울이던, 서로의 이야기에 아파하기도, 많이 웃기도 한, 아득한 기억들이 떠오르는 곳입니다. 갑자기 그때의 그 시간으로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울컥 일어나네요. 기억속 그날의 여행에서는 높아가던 파도, 하늘위를 날아다니던 이름모를 큰 새, 근심에 마음을 빼앗겨 심란한 마음을 안아주었던 바다가 아직도 깊게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마음이 복잡하고 삶의 여유를 잃을 때 바다를 찾는가 봅니다. 존재와 모습만으로도 많은걸 품어주고, 다시 일상의 삶으로 되돌려 보내주곤 하니까요.

속초를 돌아 설악산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제 마음속에 끝없이 내리던 비처럼 말이죠. 그러던 중 한계령 휴게소에 들러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양희은의 「한계령」이 휴게소 방송으로 울려 퍼지더군요. 비오는 풍경과 높은 산들, 그 안에 어울어진 노래와 사람들, 그냥 하나로 어울어진 풍경이었습니다. 그 안에 그냥 서 있었는데, 그게 왜 그리도한 감정이 올라왔던지그런 묘한 감정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오늘 비오는 출근길에 문득 떠오르더군요. 감정선 어딘가가 그때의 기억과 닿았던 모양입니다.


100.jpg


이번 지정도서 「카를 , 기억 사상」을 읽으면서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융에 입각한 나의 정의는 기질과 성격과 페르소나로 과거의 기억과 경험속에 존재하고, 지금을 살고 있는 사회와 가정에서의 라는 인식은 생각의 나일 뿐, 진정한 가 아니라고 합니다. 무의식속에 있는 그림자도 가 아니며, 진정한 는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바라보며 통합적으로 인식하는 그 자체로서의 , 진정한 라고 말합니다. 삶의 과정은 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정리를 해 봤습니다. 그러한 생각에 다가섯을 때, 오늘에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외적인 일로 내면의 를 등안시 했을 때, 내면의 , 아픔을 통해서건 자연을 통해서건 내면으로 불러들인다는 것을요. 그것이 삶의 한 과정 인가 봅니다.

 

가끔 원인 모르게 기억속에서 생각속에서 일상의 일들이 떠오른다면 그건 어쩌면 내면의가 외적인 나를 불러들이는게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치우치지 말고 균형을 잡으라고 말이지요. 최근들어 외적인 일로, 근심으로, 해야할 역할로 뭔가 비어 있는거 같고, 흔들렸는데 이유를 조금 알 듯 합니다. 생각으로 꽉 차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생각없이 이유없이 떠나야 겠습니다. 이 갈증을 달랠 수 있을 지 궁금해 지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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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5 13:08:43 *.75.253.245

이번 주 토요일 비움의 미학 한 수 가르쳐 주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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