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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4일 22시 27분 등록

부산 여중생 피해자 그 후 이야기

11기 정승훈

 

20179월에 있었던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은 잔혹성 때문에 대중의 공분을 샀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소년법폐지 주장까지 나왔다. 39만명이 서명해 청와대에서 잔혹한 청소년 범죄가 처벌 강화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공식답변을 했다.

 

청예단에서 같이 상담 봉사자하는 분이 알려줘 2018322일 천종호판사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저녁 6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갔다. 법원을 보니 3년 전 아들의 소년재판이 떠오르며 여러 생각이 났다. 로비의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외부인을 통제하는 출입 통제장치가 있었다. 강연을 주관한 아동권익보호학회 담당자가 출입 통제장치 앞에서 인솔을 하고 있었다.

 

4층에 도착하니 벌써 천종호판사는 와 있었고, 강연을 듣기위해 온 사람들은 접수대에 이름을 적고 있었다. 뒤쪽에선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해 마련된 책상과 의자, 강연 자료가 부족했다. 뒤쪽에 의자만 놓아 자리를 만들었다. 5분 정도 후에 시작한다는 안내 멘트가 있었다. 준비해 간 천종호판사의 책을 들고 앞으로 갔다. 사인을 부탁했다. 이름을 물어보며 사인을 하는 사이, 23각 멘토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반가워하며 언제 하냐고 묻는다. 아직 연결할 아이가 없어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니 부산 내려가면 바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8년간의 소년재판 경험이 녹아난 강연은 그동안 학교폭력과 청소년 범죄를 구분 없이 바라보는 것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했다. 언어폭력, 왕따 같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인성형 학교폭력과 상해, 폭행, 감금 같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비행형 학교폭력이 있고, 절도, 강도, 사기 같은 학생이 학교 안팍에서 저지르는 청소년 범죄와 학생이 아닌 중도 탈락한 청소년이 저지르는 범죄가 있다는 것이다. 학생의 신분으로 저지르는 비행형 학교폭력과 청소년 범죄는 범죄 심리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천판사의 생각이었다. 부산 여중생사건은 학생 신분이 아닌 중도 탈락한 청소년 범죄인데 사회에선 모두 학교폭력이라는 범주에 넣고 있고 그러다보니 모두 같은 시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출산율 최하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지난 번 페미니즘 강의를 했던 사회학자와 같았다. 우리는 지금 있는 아이들만이라도 잘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고. 또한 한 명의 소년범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만드는 것이 소년재판의 목적이며, 그러기위해 들어가는 사회자본이 얼마나 많은 지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우린 엄벌주의만 내세웠지 평소에 그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부산 여중생 사건도 엄밀히 따지면 학교폭력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 일어난 청소년범죄다. 피해학생도 장기 결석을 하며 모범적인 학생은 아니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친한 친구가 없었고 가출해서 어울린 사람들이 가해자들이었다. 가출학생들이 모이면 그 어느 곳보다 서열이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폭력은 자동으로 따라온다고 한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이 있었다. 변호사, 국선보조인, 6호 처분기관 관계자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고민하고 있던 것들에 대해 질문했다. 약속된 830분까지라는 시간이 다 되었다. 주관인 아동권익보호학회의 다음 세미나 안내로 강연은 끝이 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와 아동권익보호학회 담당자의 인솔로 대여섯 명이 서로 옷이나 손을 잡고 출입통제 장치를 빠져나왔다.

 

지하철로 가는데 인도에 서있는 천조호판사를 발견했다. 왜 서게시냐고 물으니 서울역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 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재빨리 스마트폰의 지하철 앱으로 검색했다. 3호선을 타고 충무로에서 갈아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다. 코스를 알려 드리고 같이 지하철로 걸어갔다.

오늘 강연 들었냐고 물어 보길래 아까 23각 멘토 신청했다고 했던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너무 많은 사람을 동시에 보니 기억을 못했나보다. ~ 그러냐며 명함 받았으면 연락처를 달라고 한다. 못 받았다고 하니 명함을 꺼내 주며 꼭 문자로 연락처를 달라고 한다.

 

부산 여중생 사건 학생들에게 23각 프로그램을 권했다는 뉴스기사를 봤다고, 그 후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반갑게 웃으며 피해자 학생 프로그램 참여했어요. 좋아져서 학교로 돌아갔어요.” 한다. 78일의 일정으로도 변화가 있냐는 물음에 있다고 답한다. 도입 처음엔 34일로 하자고 했다고 하는 걸 그건 여행이다. 안 된다고 반대했다고 한다. 보통 5일째 고비가 온단다. 그 고비를 넘겨야 프로그램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후원하던 기업이 이제 후원을 안 하는 것으로 아는데 예산은 있는지 걱정이 되어 물었다. “그 기업에서는 끝났어요. 다른 곳에서 후원하고 있어요. 예산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한다. 강연 중에 들으니 캠프, 해외여행 등 많은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계시던데...

부산가정법원에서 다른 법원으로 발령을 받았다고 들었다. 그에 대해 묻자 맞다며 그것 때문에 많이 속상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백여 미터의 짧은 거리를 걸어오며 생각지도 못한 인터뷰를 하게 됐다.

 

부산 피해 여중생에게 사진을 같이 찍어주며 누가 뭐라고 하면 이 사진을 보여주고 아빠라고 해.”라고 했다던 천판사. 무조건 엄벌하라고만 하고 평소엔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사람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이라고 누구 하나 버릴 아이가 없다는 판사님의 말을 되새기며 어른이란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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