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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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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9일 10시 52분 등록

'내 삶이 항상 지나치게 단순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위험할 만큼 복잡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슨 말과 행동을 하든지 그들은 거기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는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측면을 추측해 내려고 애썼다.'

-영혼의 자서전


나는 말이 많다. 줄이고 줄여서 썼는데도 글이 길어졌다.

 

이번 주는 책을 읽는데 온갖 방해물이 나를 덮쳤다.

마치 사탄이 나를 방해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책이 두 권이나 되고 다 두꺼워 조용히 읽기도 마음이 급한데 바로 윗 층에서 욕실 공사를 하느라 소음이 말도 못했다. 바로 내 귀에서

건물을 때려 부수는 소리가 났다.

노트북 사용을 못해서 어딜 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그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어야 했다.

그래도 다행히 문장이 맘에 들어서 때때로 그 소리가 안 들릴 때도 있어서 좋았다.

그러다 소음에 지친 우리 집 욕실에서 물이 떨어져서 그걸 해결하느라 또 시간을 뺏겼다.

 

무엇보다 시어머니는 인공호흡기를 다시고 지금 죽은 듯이 주무시고 계신다.

의사가 2,3일 못간다, 주말을 넘기기 어렵다 해서 미국에서 시동생들이 한달음에 달려오고

나도 대기상태로 병원에 오갔다. 그러느라 토요일 6월 오프수업에 끝까지 함께 하지 못했다.

우리들은 연명치료를 거부했으나 의사는 기어이 인공호흡기를 달고 재우는 약을 넣어서 지금 죽지도 살지도 않은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소위 배웠다는 의사들이 노인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기도제목이 생겼다.

앓지 않고 즉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죽을 것, 죽을 때까지 다리를 잘 쓸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기도 꺼려하는 신에게 나는 기도드린다.

 

거기다 외손자 둘이 유난히 자주, 많이 아팠다.

어린 것들을 돌보느라 지친 딸이 내게 구원을 청한다. 낀 세대의 고통이자 특권이다.

시어머니는 주시지는 않고 받기만을 바라시다 지금도 내 일상생활의 발목을 잡고 계신다.

딸도 툭하면 (딸 말에 의하면 극히 드물게) 도와달라고 징징댄다.

외손자들의 얼굴이 눈에 어른거려 책이 읽히지 않는다.

그 와중에 딸네 냉장고가 완전히 망가져 바로 어제 산 음식이 다 상할 지경이라고 난리다.

아 좀 혼자 해결하면 안 되겠니! 엄마 애들이 아프잖아

딸네서 가져온 음식들로 겨우 비워가던 냉장냉동고가 또 차버린다.

정리하는 시간도 아까웠다. 작가의 말이 아무리 훌륭해도 이 일상생활이 바로 삶이구나.

나는 마감시간이 닥쳐오는 작가의 심정을 아주 조금 경험해 보았다.

 

남편은 내가 밥해주면 좋아한다. 아침에 신문을 보면서 내가 밥해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남자의 일상적인 행복을 내가 책 읽기가 급하다며 가끔 깨뜨린다.

문득 안쓰런 마음이 든다. 자기 엄마는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고 마눌은 책만 읽는다.

 

애 둘을 돌보고, 함께 병원에 데려가고, 힘들어하는 딸 밥해먹이다가 내 몸도 녹초가 되었다.

 

이제야 수업후기가 나온다

남편은 아침 일찍 활 쏘러 나가서 나는 간식거리를 들고 걸어갔다.

 

학생들보다 먼저 가서 기다렸던 지난 날의 나처럼 신진철, 박미옥 연구원이 벌써 와 있었다.

병원에 12시까지 가야 면회가 되어서 나는 오늘 11시에 나가겠노라고 말했더니 먼저 발표하라고 한다.

(11시에 나갈 수 있을까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시모님은 위독한데 내가 이래도 되나...) 주저리주저리 말하다 또 그녀에게 걸렸다.

미옥 팀장이 빨리 읽으라고 적시에 말을 잘 끊었다.


옆에서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지켜보는 신진철님의 기운이 느껴진다.

다 읽고 서로 코멘트하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었다. (경종님 글 참조)

그런데 그 얘기보다 신진철 연구원의 웃음소리가 나는 더 인상적이었다.

으으흐허허하하하하~ 하는 음악 같은 목소리로 마른 몸에서 저음의 힘차고 맑은 웃음소리가 도에서 라까지 올라가면서 튀어 나왔다.

그는 베이스 기타 같았다. 실례지만 귀여웠다.

5월 수업의 김용규님은 말을 많이 하면서도 또박또박 그 단어의 선택과 표현력이 대단했었다.


그는 아마도 나에 대한 선입견 내지 편견을 듣고, 갖고 있는데다 이 나이 많은 할머니와 어떻게 수업할까 고심했을 것이다.

내가 전에 그랬던 것처럼.

 

또 그를 응원하느라 4기의 이 한숙, 6기의 이선형님도 함께 와서 나도 든든하였다.

무엇보다 이 한숙님은 내 꿈이었던 아프리카 여행을 함께 했기 때문에 더욱 반가웠다.

나의 딱딱함을 벗겨주고자 보따리 얘기도 하면서 내 웃음을 끌어낸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는 내게 글이 편하다며 격려해 주었다. 감사하다.

동기 이경종연구원은 글만 잘 쓰는 게 아니라 말도 넘 잘해서 난 오랜만에 눈물까지 흘리며 내게는 없는 허리가 부러져라 웃었다. 그는 키가 크고 허리가 길어서인지 디스크다.

11기 정승훈, 이선형 연구원은 정말 똘망똘망한 여학생 스타일이다. 공부가 취미인 사람들 같다.

그녀가 있어서 나는 든든하다. 다들 배울 점이 너무 많다.

그렇지만 11시에 나가야해서 마음이 급해지다보니 내 말은 또 빨라지고 정신없어진 것이 무척 아쉽다  

IP *.48.4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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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9 18:13:11 *.103.3.17

경황없는 와중에 정말 고생하셨네요.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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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9 19:48:52 *.140.209.139
실례지만 넘넘 사랑스러우신 혜홍샘~^^

힘든 상황속에서도 정성을 다해주셔서 많이 감사해요. 충분히 나누지 못한 아쉬움은 다음 수업에서 풀어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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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0 11:58:26 *.124.22.184

웨버님의 말과 글에는 유머와 위트가 있고 자유함이 있어요. 그걸 살리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후기네요~

힘든 상황중임에도 과정을 열심히 하는 모습 대단하십니다. 꼭 건강은 지키면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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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1 07:00:36 *.48.44.227

우리 삼총사님들 감사해요~~ 여러 분들이 나와 함께 1년간 공부하게 된 의미가 있게 되기를 바라고요

언제든지 기탄없이 말해주고 일러주세요~~( 나는 딱딱하고 띨띨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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