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2017년 9월 25일 14시 00분 등록

오프수업 후기 저자들과의 만남

 

최근 변경연 과정의 의미와 내 글에 대한 회의로 고민을 많이 했다. 20여 페이지의 북리뷰를 하는 것은 필사의 개념일 것이다. ‘저자연구는 저자 약력을 검색해서 찾아 올리라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결과물로서의 책을 내게 된 저자의 인생을 살펴보라는 뜻일 것이다. 여러 권의 책을 낸 구본형 선생님이 이런 포맷을 남긴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마음을 다해 책을 읽고 북리뷰를 해왔다. 다만 매주 쓰는 칼럼은 스스로에게 실망을 하고 있었다. 20여 편이 넘어가니 밑천이 떨어지는 거 같고, 최근에 쓴 칼럼은 책이 아니라 일기장에나 어울릴 법한 글이었다. 일기장도 아니고, 지인들만 보는 SNS도 아니고,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위한 책을 내고자 한다면 이런 주제와 퀄러티로는 어림도 없다.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변잡기나 개인적 경험을 넘어서는 주제를 잡아야 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차, ‘저자와의 인터뷰 9월 오프수업 과제로 주어졌다. 본격적인 글쓰기를 앞두고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중간점검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시기적으로 적절한 과제라 생각되었다. 나는 국내 저자 2, 해외저자 2명을 선택하여 글을 쓴다는 것, 책을 낸다는 것과 관련된 질문을 주로 했다. 책을 쓴 계기, 책과 여행, 책과 인간관계, 생생함이 전해지는 책 등 5가지 질문 중 4가지가 책 쓰기와 관련된 질문이었다. 이렇게 과제를 하면서 고민의 실타래가 풀렸고 어떤 주제를 잡아야 할 지 실마리를 잡았다. 배우자를 도반으로 삼아 그와의 공저를 생각하니 주제의 범위도 넓어졌고 내가 그간 만난 1만 여명의 사람들과의 경험이 단지 개인적 경험에 머물지 않겠구나 싶었다.

동기들 중에서는 정학씨의 과제가 좋았는데, 정학씨는 사랑사회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어 균형감각을 갖춘 글을 쓸 수 있는 바탕이 엿보였다. 괴테와 유발 하라리가 적당하게 섞이는 글, 실용적이면서 어린 왕자와 같은 책이 기대되었다. 수정씨의 글은 사색이 바탕이 되어 명랑하면서도 가볍지 않아, 칼럼만이 아니라 북리뷰도 꼭 챙겨보게 한다. 정욱씨의 코멘트와 질문은 항상 예리하고 도움이 된다. 그저 속으로만 우물거리고 있던 주제를 말하게 했고, 일단 내뱉으니 생각이 구체화된다.

이어진 선배들의 출간기념회. 과제에서는 과거의 저자들을 만났다면 이번에는 동시대 저자들을 마주하게 된 셈이다.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에 이어 <엄마의 글쓰기>를 출간한 김정은 선배는 11기를 감안한 것인지 출판과정을 설명해주어서 매우 도움이 되었다. 말씀도 리듬감 있게 조근조근 하게 하는 스타일이라 귀에 쏙쏙 박혔다. 책을 내면 강연도 해야 하니 요새의 저자는 말과 글을 함께 잘하는 게 좋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 선배의 강연 스타일도 참고하면 좋겠다 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바로 전날 남편과 공저 이야기를 했던 터라, 부부가 함께 책을 냈다는 것에 관심이 쏠려 유형선 선배를 귀찮게 하였다. 뒷풀이에서 질문을 많이 했고 많은 도움을 주셨다.

<위대한 멈춤>을 포함한 다수의 책을 낸 박승오 선배의 <갈림길에서 듣는 시골수업>. 위대한 멈춤은 휴가 때 남편과 함께 읽었는데 저자연구를 더 세심하게 해야겠다는 계기를 만들어준 책이기도 했다. ‘멈춤지금 여기에로 이어져 <갈림길에서 듣는 시골수업>이라는 인터뷰 집을 낸 그 흐름이 좋았다. 책으로 만났을 때에는 다소 차분한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실제로 보니 흡인력 강한 강연 스타일을 갖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첫 번째 책을 내고, 딸과 함께 두 번째 책을 낸 김정은 선배. 다수의 책을 내고 있는 박승오 선배. 두 번째 책을 왜 못내고 있을까 고민하던 내게 자극이 되고 도움이 되는 분들이었다.

뒷풀이에는 변경연 객원멤버랄까, 꿈벗도 연구원 멤버도 아니지만 구본형 선생님 팬이라는 김범준씨도 함께 했다. 그는 미래명함을 건네 주었다. 구본형 선생님의 미래 풍광은 알고 있었으나 어디에선가 미래명함도 언급하셨었나 보다. 그걸 실천한 그는 과연 구사부 팬이었고 나 역시 자극 받아 10월 내로 미래명함을 만들겠다 다짐했다. 그러려면 <뭐뭐뭐의 저자>라는 소개가 필요하니 책 제목을 잡아야 할 것이고, 그러면 주제를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미래를 만드는 미래명함의 힘이 느껴진다.

갈짓자로 걷던 중에 갈피를 잡은 날이었다. 남은 시간 질적인 측면에서 충실히 임하여 내년에는 나도 케잌 컷팅 좀 해봐야겠다. 다음 책을 쓸 동기에게 던질 부케도 준비할 테다.

IP *.18.187.152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32 [칼럼 #7] 거위의 꿈(정승훈) file [11] 오늘 후회없이 2017.06.04 912
5131 #16 -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 제주 - 여행의 뒤에서(이정학) file [5] 모닝 2017.08.21 912
5130 <뚱냥이칼럼 #19> 뚱냥이 에세이 - '마당 넓은 집' 외 1편 [4] 뚱냥이 2017.09.18 912
5129 <뚱냥이칼럼 #24> 뚱냥이 에세이-'담다' 등 2편 [1] 뚱냥이 2017.11.13 912
5128 #26 맥주이야기 2 (이정학) file [2] 모닝 2017.11.27 912
5127 우리의 삶이 길을 걷는 여정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file 송의섭 2017.12.25 912
5126 이해와 오해 [3] 박혜홍 2018.07.09 912
5125 코딩교육의 본질 [3] 불씨 2018.08.12 912
5124 #15 - 목적지만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 가는 길이 목적인 여행 [5] 모닝 2017.08.14 913
5123 <뚱냥이칼럼 #18> 뚱냥이 에세이 - '한 걸음 더' 외 1편 [2] 뚱냥이 2017.09.11 913
5122 칼럼 #26) 추억을 곱씹으며 힘을 내야지 file [3] 윤정욱 2017.11.26 913
5121 #26. 그렇게 안하고 싶습니다. [1] ggumdream 2017.11.27 913
5120 칼럼 #31 가해자 부모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정승훈) [2] 정승훈 2018.01.06 913
5119 [뚱냥이의 놀자 도덕경] 제3장 머리도 비우고, 마음도 비우고 뚱냥이 2018.02.19 913
5118 K [2] 박혜홍 2018.07.30 913
5117 또 다시 칼럼 #25 소년법을 폐지하면...(두 번째) 정승훈 2018.11.12 913
5116 모든 나뭇조각은 진짜 [3] 불씨 2020.06.14 913
5115 나쁜 상사에게서 배웁니다 [5] 송의섭 2017.07.24 914
5114 [칼럼 #14] 연극과 화해하기 (정승훈) [2] 정승훈 2017.08.05 914
5113 #17. 주택이 주는 즐거움 file [6] ggumdream 2017.09.04 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