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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0일 23시 42분 등록

아이들과 신나게 제주도에서 한달을 놀고 온 우리들은 아이의 개학을 준비하면서 잠깐 미뤄두었던 1학기말 아이 담임선생님이 보내주신 생활 통지서를 꺼내어 들었다.


학습에 대한 의지는 있으나 이해력이 부족하여 꾸준한 독서 등 보다 더 노력이 필요하며.. “


한 마디로 공부를 못한다는 이야기인 듯 하다. 집에서 조금 더 신경을 쓰셔야 할 것 같다는 완곡한 권유의 표현으로도 들린다. 아내와 나는 우리 아이가 조금 뒤 떨어진 다는 말에 속이 상하면서 또 한편으론 아직 2학년인데? 그런 것을 가린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아직은 조금 더 놀면서 배워야할 나이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서로 한다. 둘이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마음 한 켠엔 불안한 마음과 함께 이제 공부를 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이 함께 자리잡는다. 누군가처럼 유난을 떨지는 않아도 아이가 뒤처지 않을 정도는 해야 하나 이런 복잡한 마음이 뒤 엉켜 진다.


저녁 내 고민하면서 뒤척이던 무거운 몸을 일으켜 아침 출근길에 나선다. 회사로 가기 위해 들어선 지하철엔 이른 아침임에도 벌써 많은 사람들로 분주하다. 서둘러 이리저리 갈 길을 재촉하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서면 오후에 한가한 지하철과는 다른 긴장감이 있다. 역사 안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보이는 열차 도착 현황을 재빠르게 훑어 보면서 에스칼레이터에 서있는 사람들을 요리조리 비켜가면서 플랫폼으로 향한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뛰기 시작한다. 그러면 순간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 열차가 도착하나?” 이런 마음에 덩 달아서 뛰게 된다. 조금 이라도 시간을 아껴보고자는 마음에, 또는 지각하지 않기 위해서, 이번 열차를 놓치면 많이 기다려야 하기에 등등 목적은 여러가지 일 수 있으나 출근길에 조금이라도 더 일찍 가기 위한 한 마음으로 한 사람이 뛰면 여러 사람들이 같이 뛰기 시작한다.


조금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군중심리에 휩싸인 아프리카의 들소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던 들소 중 한 마리가 갑자기 물을 찾기 위해서 뛰기 시작한다. 그러면 다른 들소들도 덩달아 뛰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사자가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무리들이 이동할 시간이 되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뛰기 시작한 선두를 뒤 쫓아 거대한 들소 무리들은 한 방향으로 속속 뛰기 시작한다. 그런데 뛰기 시작한 이유를 아는 소는 한 마리 밖에는 없다. 그래도 일단은 같이 뛴다. 그래야 불안하지 않아서 라고 한다.


가끔 따라 뛰는 내가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계단을 내려가는 내 앞에서 문이 닫히고 떠나 버리는 열차를 몇 번 보내는 경험을 하게 되면 일단 그냥 같이 뛰는게 속 편하다는 생각에 많은 경우 같이 뛰게 된다.


열차 못 타요.jpg


 

그런데 사람들이 한꺼번에 계단에서 그리고 에스칼레이터에서 뛰게 되면 부딫쳐서 넘어질 수도 있고 계단에 발을 헛디뎌서 구를 수도 있어서 위험하다. 오죽하면 당산역에선 위와 같은 재미있는 경고문구를 붙였겠는가? 길어봐야 3-4분인 배차 간격인데 다음차를 타면 될 일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뛴다.


지금은 극장들이 좋아져서 앞 사람이 아주 큰 사람이 앉지 않는 한 앞 사람 때문에 영화가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이 않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 즐겨 다녔던 소위 멀티플렉스 전 영화관들은 앞 사람으로 인해서 영화가 안 보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면 앞 사람을 피해서 같이 움직이면서 영화를 봐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생겼다. 정말 심한 경우에는 차라리 일어나서 보는게 낫겠다 싶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관에서는 아무도 일어서지 않는다. 내가 일어서면 뒤에 사람도 일어서서 봐야 한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편안한 의자를 놔두고 일어서서 영화를 봐야 하기 때문에 조금 불편해도 같이 앉아서 보는 것이 거기 모인 관람객 모두를 위한 최고의 방법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시 우리 첫째 애 이야기를 해 보자면, 고민 끝에 여기저기 독서클럽, 방문 독서 등의 서비스를 알아 본 우리가 한결 같이 들은 말은 이미 늦었어요. 모두 다 하는데 어머님, 아버님께서는 지금까지 뭐하고 계셨어요? “ 아이에게 조금 더 관심이 필요하다는 충고와도 같은 진심 어린 걱정이었다. 우리 아이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살가울 수가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집 가격이 2-300만원이고 24개월 할부가 가능하니 한달로 보면 큰 부담이 안된다는 친절한 재무 상담까지 받곤 하였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고민이 다시 들었다. 매번 지하철에서도 뛰는 사람들을 보면서 뛸까말까 고민하던 내 모습이 갑자기 오버랩 되었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독서 클럽 이걸 할까 말까, 뛸까말까를 고민하기에 앞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빠진 것 같다란 생각이 들었다.


근데 왜 뛰어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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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1 15:00:01 *.226.22.184

자녀를 위한 변경연 과정을 만들어보면 어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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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1 17:37:50 *.18.187.152

우리 아이랑 동갑이네요. 아직은 더 놀립시다^^

제주도에서의 한달이 아이한테 풍요로운 기억으로 남을 듯요. 두 분 잘하고 계신 거 같은뎅. 

'학습의지가 있...'에 밑줄 팍팍 긋습니다. 기특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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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5 21:16:59 *.223.36.249
"용기"가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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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8 00:14:02 *.44.153.208

이제 시작인 듯 하네요. 정말 자녀 교육은 다른 사람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용기' 가 필요한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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