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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6일 16시 00분 등록

나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마다 1편

11기 정승훈

 

 요즘 학교폭력과 관련된 뉴스가 부산, 강릉, 서울에서 동시에 나오며, ‘소년법을 폐지해야한다는 청원을 청와대에서 진행 중이더군요. 그러면서 학교폭력을 그저 뉴스로 보고 분노하는 일반 시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마로 그 뉴스가 남의 일 같지 않아요.

 

 그날은 여느 날과 다를 게 없는 그저 평범한 하루였어요. 20156월 오후에 중3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자기가 후배를 때렸는데 그 후배가 신고를 했고 그 일로 학교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는 내용이었죠. 자세한 이야기는 집에 와서 다시 하겠다며 전화를 끊었어요. 전화를 끊고 크게 걱정을 하진 않았어요. 이상하게 난 무슨 일이 생기면 더 차분해지고 어떨 땐 제3자의 일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먼저 생각해요. 그래서 우선 아들에게 자세히 들어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면 될 거라 생각했죠.

 그리곤 학교 담임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피해학생이 경찰서에 신고를 했기 때문에 학교폭력위원회를 바로 열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릴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었고 참석여부를 물어왔어요. 담임선생님께선 출장이 잡혀서 참석을 할 수 없는 데 그날로 잡혔다며 그 다음 날 다시 학교로 나와 면담을 하길 원하셨어요.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아들이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학교 끝나고 집에 온 아들에게 사건에 대해 들었어요. 5월 달에 있었던 일이고 벌써 한 달이나 지났더군요. 후배라는 학생은 같은 학교가 아닌 타학교 중2이며 평소에도 얼굴은 알고 있었대요.

 사건은 타학교 학생이 아들과 같은 학교 중1, 아들 친구의 동생과 그 친구들에게 돈을 뺏고 돈이 없다고 하니 때린 일에서 시작됐어요. 이 일을 전해들은 아들은 화가 났다고 해요. 평소 친구 동생이 자기를 잘 따르고 자기도 동생처럼 여겼는데 다른 학교 아이에게 맞았다고 했으니까요. 그러던 중 우연히 길에서 타학교 학생을 만났고 왜 때렸냐? 네가 때린 거 맞냐?” 고 물어봤는데 반성하는 기미도 안보이고, 불성실한 태도로 쳐다보며 제대로 대답을 안했대요. 같이 있던 친구 중 하나가 먼저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고, 아들이 그 다음으로 뺨을 3대 때리고, 마지막으로 다른 친구 한 명이 주먹으로 턱을 때렸대요. 그런데 지나가던 어른이 여기서 그러지 말고 조용한 데로 가라고 했고 그래서 공원으로 가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했다 네요. 누군가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출동해서 부랴부랴 흩어졌대요.

 그 이후 길에서 마주치면 그날은 미안했다. 형이 밥 한 번 사줄게.” 그러고 그 학생도 . 언제 밥 사줄 거예요?” 그러면서 별일 없이 지냈다고 해요. 그러다 6월에 전화 통화를 하게 됐는데 그 학생이 아빠 흉내를 내며 엄포를 놓길 래, 친구 중 한 명이 , 나머지 턱도 맞을래.” 했고 그 전화를 알게 된 엄마가 화가 나서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고 해요. 나중에 그 엄마는 가해자가 전화로 협박해서 아들이 맞을까 무서워서 엄마가 아닌 아들이 신고했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경찰에게 이 사실에 관해 어느 것이 맞는 지 알려달라고 했더니 알려줄 수 없다며 답을 안 해줬어요.

 

 며칠 후 경찰서에서 형사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토요일 10시까지 경찰서로 아들과 함께 신분증을 가지고 오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아들의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않은 상태인데 아들이 피해자의 배를 때리고 머리를 잡아끌고 갔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있다면서 기정사실화하고 있더군요. 말투도 너무 기분이 나빴지만 뭐라고 할 수 없었어요. 때린 건 사실이니까요.

 

 경찰서엔 남편이 아들과 갔어요. 경찰서에 가기엔 왠지 무섭더군요. 경찰서 가서 조사받고 서로 원만히 합의하면 해결될 줄 알았어요. 아니란 걸 나중에 알게 됐죠. 다른 가해자 학생과 부모도 같이 조사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3명의 아이들을 각각 다른 형사들이 질문하고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에 근거해 질문했다고 해요. “몇 대 때렸냐? 어딜 때렸냐?”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하고, ‘머리 끌고 갔다는 걸 봤다는 데 아니냐?’며 목격자 진술과 다르다며 계속 추궁했다고 해요. 몇 시간의 조사와 형사의 질문에 참다 참다 한 엄마가 그랬다고 하더군요. “형사님, 목격자 진술에 맞춰서 대답해야 합니까? 안 할걸 했다고 하라는 거예요?”라고 했더니 그런 건 아니지만 목격자가 있으니 그런 거라면서 조사를 마쳤대요. 남편도 아들에게 네가 한 일만 정확히 이야기하면 돼.”라고 했다더군요. 그 목격자란 아이도 알고 보니 피해학생과 어울려 다니는 아이더군요.

 

 그 다음 주 월요일 오후에 학교에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어요, 아들 학교에서 타학교 중2 학생이 아들학교 1학년 친구 동생을 때린 것에 대한 건과 아들 친구들이 타학교 학생을 때린 사건을 시간만 달리해서 진행했어요. 그 학생은 가해자로, 피해자로 학폭위에 참석한 거죠. 그 학생의 어머니는 경찰에게도 절대 합의할 생각 없으니 연락처 알려주지 말라고 했대요. 학교에 와서도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자기 아들 처벌 받을 테니 우리 아들도 처벌해 달라면서 합의 못하니 연락처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고 선도선생님이 말씀하시더군요.

맞은 1학년 학생들은 그 학생 처벌받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해요. 알고 보니 그 학생의 그런 일이 처음이 아니었고 본인 학교 학생들에게도 여러 번 했다고 해요. 아들 친구 엄마들과 학폭위를 기다리는데 심정이 말할 수 없이 찹찹하더군요. 이 일이 이렇게 밖에 처리할 수 없는 일인가 싶으면서, 개인정보보호법이란 이유로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연락처를 알 길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어요.

 

 학폭위에 참석하니 학교담당 형사, 선도 선생님, 타학교와 아들학교 학폭위 위원에 가해자인 우리 아이들과 부모만 있었어요. 학교담당 형사가 2개 학교가 관계되고 학년도 다 달라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사건과 관련된 경위를 읽어주고 사실여부를 확인하는데 주어가 생략되었지만 모두 아들과 아들 친구인 가해자가 주어인 것처럼 말하더군요. 그래서 사실과 다른 내용들을 내가 얘기했어요. ‘전화해서 불러냈다. 전화해서 협박했다.’고 하는데 아들과 친구들은 그 학생의 전화번호조차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전화할 수 있냐. 전화한 것은 그 학생과 알고 있는 다른 학생이다. 라고 했더니 타학교 선생님이 화를 내시며 어머님이 학생 대변인이시냐? 왜 어머님이 말씀하시냐?”는 거예요. 어이가 없더군요. “아이들이 대답을 잘 못하고 있어서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라고 했죠. 다른 위원들이 중간에서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바꾸더군요. 학생들은 반성문과 사과문을 쓰고 Wee센타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일주일간 받고 부모도 Wee센타에서 하는 부모 교육을 9시간 받으라는 처벌이 내려졌어요.

 

 학폭위 끝나고 나오는 데 학교 담당 형사가 아이들 몰려다니지 못하게 하라네요. 몰려다니다 보면 사건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요. 경찰서 다녀온 어머니가 형사들이 몰려다니는 아이들의 신상을 다 파악하고 있더래요. 형사들은 몰려다니는 아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것 같다고 하면서요. 그런데 이 시기 아이들 또래 친구가 중요한 시기인데 어떻게 몰려다니지 않을 수 있을까요. 부모나 형사가 몰려다니지 말라고 한다고 그럴까요.

 

다음 날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하는 데,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며 어떻게든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같은 가해자 어머님들을 급히 만나 어떻게 할지 의논을 했어요. 한 어머니는 별일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며 절 안심시키더군요. 저 역시 이걸로 끝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이 일은 쉽게 끝나지 않았어요. 돌이켜보면 처음 일이 생겼을 때 알았어야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일이었더군요. 피해 학생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가해자가 중3 나이인 만 14세 이상이면 형사 처분대상 나이이고, 무엇보다 2명이상 집단이기에 특수폭행에 해당되더군요. 그래서 쌍방합의로 그냥 사건이 종결되는 게 아니었어요. 다음 수순이 사건의 검찰 송치였던 거죠.

 

 그때는 시작에 불과했어요. 그 이후 더 많은 시간이 걸렸고 일들이 있었거든요. 그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해야겠네요.

 

 예전에 어떤 변호사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변호사는 약자에게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에요.” 그 분이 인권변호사이기에 더 이렇게 말씀하셨겠지요. 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공정한 것으로 여기지만 무엇이든 법으로 해결할 수 없고, 법도 허점이 많아 피해갈 수도, 오히려 역이용도 가능하죠. 재심변호사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의 말처럼 억울하게 피해보는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사건의 예방이 먼저라는 것을 몸소 겪어본 나로썬, ‘소년법을 폐지해서 법을 강하게 해야 한다는 처벌만이 답이 아니다 라는 걸 알게 됐어요. 어쩜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건 아닐까 싶네요. 예방이라는 건 다각도에서 접근해야하거든요. 가정의 붕괴, 학교와 교사의 교육적 역할의 부재, 경쟁 사회와 물질 만능의 사회 모습 등 너무도 요인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임시처방으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봐요. 반짝 관심과 분노 말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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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8 13:19:37 *.75.253.245

저희 큰 조카도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다툼이 있어 피해자로, 

둘째 조카는 반대로 친구와의 다툼으로 가해자가 된 경우가 있습니다. 


가해자였든 피해자였든 그 이후의 보살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네요. 

후속 칼럼도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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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08:45:17 *.124.22.184

정욱씨 누님도 힘드셨겠네요.

모든 사건은 피해자건 가해자건 모두 힘든 거죠. 그 가족까지도.

 

아들내미 졸업해서 성인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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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23:13:39 *.222.255.24

그렇죠. 사건, 범죄, 병 등 많은 일들이 예방이 훨씬 중요한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들고 결과가 빨리 또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다보니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법을 강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말하는 많은 사람도 

아마 결과에 대한  단죄의 의미 보다는 예방의 방법 중 하나로 주장하는 것 같아요. 

많이 힘드셨을텐데 어찌 견디셨을지... 다시 한번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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