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연구 5 - 4조 2교대의 사회적 의미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탄탄하고 눈부신 성장을 계속해 온 유한킴벌리가 이룩한 신화는 7,80년대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의 그것과는 다르다. 한국 사회의 모범기업으로 한국 경제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한킴벌리의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이 회사가 채택하고 있는 새로운 고용 패러다임을 손꼽는다. 유한킴벌리의 근무체제는 사람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개별 기업들에게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시스템을 세계무대에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금석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한킴벌리는 93년, 신설공장인 대전공장을 시작으로 99년에는 군포, 김천공장에 4조 교대제라는 새로운 근무체제를 도입했다. 이는 생산직 근로자들을 4개조로 나눠 예비조를 운용하는 근무체제다. 이 시스템이 모든 공장에 적용되어 본격적으로 가동된 지 겨우 6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패러다임은 근로자에게는 여가활용과 재충전, 교육 등 자기계발의 기회를 제공했고, 회사에는 고용안정과 생산성의 향상이라는 일거양득의 놀라운 성과를 가져다 주었다. 즉, 4조 교대제는 유한킴벌리가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인 동시에 삶에 여유를 되찾아 준 핵심 주역인 셈이다.

4조 교대제는 회사와 가정과 개인이 공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다. 또한 과로와 저임금으로 대표되던 우리나라의 노동구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꾸어 놓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초과 근무와 과로에 시달리던 근로자들은 가정과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회사에 모든 시간과 열정을 바쳐야만 했다.
그러나 유한킴벌리는 새로운 근무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근로자들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했다. 더불어 근무수당 지급이 포함된 평생학습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휴식과 함께 자기계발의 장을 마련해 주었다. 즉, 이는 회사의 경쟁력을 제고해 주는 시스템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근로자 개인과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제도하고 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가 실시하고 있는 시스템에 의하면, 단지 기존의 일자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인력 고용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모든 기업이 4조 교대제를 도입하면 기존 인력보다 25~30% 정도의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회사가 4조 교대제를 통해 생산성을 증가시켜 성장하게 되면, 사업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더 늘어나고, 이것은 다시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된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우선, 낡은 패러다임은 경제 개발 단계에서의 저임금 경쟁이었고, 누가 더 큰 규모를 가질 것이냐 하는 규모의 경쟁이었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최근 중국의 약진을 예로 들어 볼까요? 특히 외국인의 직접 투자금액이 연간 800억 달러나 중국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10배 이상의 외국인 투자가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이 전 세계 제조업의 블랙홀을 일으킬 정도로 제조업을 전부 흡수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제조업도 흡수해 가고 있어요. 그래서 일자리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체들도 40% 이상이 중국에 사업장을 차리거나 이전해 가겠다고 하는 실정인데, 그런 현상이 계속될수록 우리나라의 일자라는 부족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에도 공식 실업자가 100만이고, 비공식까지 합하면 200만에서 300만에 달할 정도인데 말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현상은 이제 장년, 중년, 노년에 도달한 베이비 붐 세대들이 예전과 다르게 다들 일자리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여성들도 마찬가지죠. 전업주부로 집에서 일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옛날에 일을 안 하던 사람들도 일을 찾고, 또 직장을 도중에 그만둔 명예퇴직자, 그리고 조기 퇴직한 사람들과 졸업하고 직장을 잡지 못한 사람들 모두가 일자리를 원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공식통계 이상으로 일자리에 대한 욕구는 엄청납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 말씀드렸듯이 이제 중국과는 저가경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중국은 저임금이나 규모의 경쟁을 하게 놔두고, 우리는 차별적인 지식과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지식기반의 고기술 사회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생학습이 필요하고, 평생학습을 하려면 예비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모든 직장에서 예비조를 뽑아야 하는데, 그것은 수백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뉴 패러다임은 우리 사회가 고기술 사회, 지식기반 사회로 가는 길이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이고, 그에 따라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뉴 패러다임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믿습니다.”

유한킴벌리의 4조 교대제가 사회적인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심각한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심각한 경제문제 중 하나가 바로 ‘고용 없는 성장’이다. 경제가 더디긴 하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 원인은 대기업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늘리고 투자를 하기보다는 주식 가치를 높이는 제 힘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위주의 일자리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한킴벌리의 성공은 기업을 바꾸지도, 사람을 바꾸지도 않으면서 단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정리해고를 하지 않고도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 낸 독특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