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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0일 20시 22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9) - 대박식당 엿보기 2

천안에 또 하나 대박신화를 이룬 식당이 있다. 이름하여 오리정식 전문점 ‘신토불이’다. 10여년 전 천안 시내에서도 30분은 들어가야 하는 외곽에 걸어다니는 것이라곤 고작 개나 고양이밖에 없던 한적한 곳에서 시작한 식당이 지금은 그곳에 어마어마한 3층짜리 건물을 지어 하루 매출 1,500만원까지 올리고 2년 전에는 천안 동부지역에 2호점을 직접 지어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아마 천안에서 식당으로 대박을 터트린 곳은 술을 주메뉴로 파는 일식집 등의 음식점을 제외한다면 ‘강릉집’과 ‘신토불이’ 두 곳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토불이도 10여년 전에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시작은 그보다 더 오래되었다고 하나 여러 사람들의 입맛과 소문을 타기 시작한 시점이 대략 그 정도 되었다.

광우병 파동이 나기 불과 한 달 전에 조류독감이라는 사상 최대의 재앙이 오리, 닭 요리 음식점에 들이 닥쳤다. 어느 통닭 체인점 사장이 하루 만원도 팔리지 않는 것을 보고 자살했다는 신문기사가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할 때였다. 우연찮게 신토불이를 갈 기회가 있었다. 그곳이라고 별 수가 있을 수 없었다. 그 넓은 주차장에 빼곡이 있던 차는 아주 드문 드문 보였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고 있으려니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지배인인 듯한 분이 와서 찾아와 주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조류독감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는 설명을 장황히 하고 나갔다. 우리 팀은 어차피 오리고기를 먹으러 왔는데 신경 쓰지 말라고 맛있게나 잘해 달라고 하였다. 조금 있다가 들어온 게장이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왜 이렇게 많이 주느냐고 하니까 손님이 많이 줄어서 이렇게라도 찾아온 손님에게 성의를 보이는 것이라고 서빙 보는 분이 이야기하였다. 이 집의 특징은 오히려 오리고기보다도 게장이라고 할 만큼 양념게장이 맛있다. 웬만한 게장집보다 훨씬 맛있다. 다른 날 같으면 시끄러워서 먹는 둥 마는 둥 했을텐데 그 날은 편안하게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 후 다시 들린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게장을 나중에 시키지도 않았는데 추가로 한 번 더 가져다 준다. 그러고도 더 달라고 하면 돈을 받고 판다.

신토불이도 오리요리를 코스요리화 하였다. 양념게장을 비롯한 앞 반찬이 나오고 오리구이, 양념구이, 오리탕, 백숙이 차례대로 나온다. 가족들이 와서 먹어도 괜찮고 회식을 해도 과히 나쁘지 않다. 연인들끼리 와도 먹기 좋다. 메뉴를 복잡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 서울을 중심으로 직영점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주)이목원의 오리고기 전문점들의 형태는 복잡한 한정식의 형식을 오리정식 시스템으로 만들어 시골스러운 분위기의 손님들에게는 조금 불편한 느낌을 주는데 비해서 신토불이는 달랑 대(大), 중(中) 두 가지 메뉴로만 내 놓으니 뭘 시킬까 하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후식으로 나오는 팥빙수도 맛있어 젊은이나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신토불이에 일하는 종업원들은 신토불이에 가서 음식을 사먹지 않는다고 한다. 직접 듣지 못했으니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하는 말인즉슨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오리를 보면 오리고기는 절대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측해 보건데 그 많은 오리요리를 만들기 위해 주방에서 작업하는 와중의 청결문제나 오리고기 냄새가 베이는 등의 문제로 인하여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던 그 만큼 많이 팔리고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식당이라는 의미가 여기까지 와전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강릉집’과 ‘신토불이’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아마 천안지역에서의 음식점 성공요인 중의 하나가 되기도 할 것이며,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이 지역주민들의 먹거리 문화일지도 모른다.

첫째, 미끼메뉴가 아주 맛있고 제일 먼저 손님을 유혹한다. 강릉집은 미역국이, 신토불이에서는 양념게장이 그것이다. 이 집들이 대박을 터트리기 전에 우리들은 강릉집에는 미역국을 먹으러 가고 신토불이에는 게장 먹으러 가자고 했을 정도이다. 난 지금 ‘마실’이라는 푸전 한정식을 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프랜차이즈를 준비하려고 한다. 거기에 이 두 가지 음식을 다 적용해 보려고 마음먹고 있다. 미역국은 앞 요리로, 양념게장은 요리와 반찬용으로 내 볼 생각이다. 그런 것처럼 이 두 식당은 메인 요리에 앞서 나오는 미끼메뉴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둘째, 코스요리화 했다는 점이다. 앞의 ‘강릉집’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코스요리는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메뉴들이 하나로 묶이니 고객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식당 입장에서는 주문받을 때마다 메뉴가 달라지지 않으니 준비시간을 단축하고 인건비와 재료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다. 재고만 충분히 준비되면 그때 그때 만들어 내놓기만 하면 되니 아무리 손님이 많이 와도 감당해낼 수 있다. 주문에서부터 조리와 서빙 그리고 식사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아주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또 하나의 이점을 선사해 준다. 바로 테이블 회전수를 높여 준다는 점이다. ‘강릉집’은 이 방식으로 하루 최고 12.5회전의 기록을 올렸다고 한다. 아주 잘 되는 식당의 평균 테이블 회전율이 3회전에서 4회전이니 이 정도면 얼마나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는지 짐작해 보기 바란다.

셋째, 아주 번화가가 아닌 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다. 이 말은 한편으로는 얼마나 음식에 자신이 있기에? 하는 것도 되지만 다르게 바라보면 제발에 독을 푸는 방법이다. 어느 음식점이든 이왕이면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으려고 한다. 그래서 소위 목 좋은 곳은 권리금이 몇 억씩 한다. 그래도 식당을 하는 많은 경영자들은 이왕이면 돈을 더 주고서라도 A급 자리를 선택한다. 맛이 아니더라도 올 수 밖에 없는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 망하는 것 보다 낫다는 생각일 것이다. 이 두 식당은 사람들의 유동성이 거의 없는 곳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성공했다.

넷째, 가격대비 고객만족도가 아주 높다. 4인 기준으로 5만원 정도면 지금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삼겹살집을 가더라도 1인당 평균 객단가가 15,000원에서 20,000원은 나온다. 인분 개념으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양껏 먹다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나올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은 대부분은 사람들이 경험한 바다.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한 가지 요리가 아닌 여러 가지 요리를 다 먹을 수 있다는 장점과 각각의 요리들이 제 나름대로 맛을 낼 수 있도록 한 것이 또 하나의 성공요인이 아닐까.

다섯째, 마지막이 국물요리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강릉집’은 매운탕이 나오고, ‘신토불이’는 오리탕이 나온다. 한국민족은 식사를 할 때 국물이 없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찌개문화가 발달해 왔다. 이 탕 요리는 술을 먹을 땐 술안주가 되기도 하고, 밥을 먹을 땐 반찬으로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한다. 더구나 탕 요리는 배를 부르게 해준다. 국물에 밥까지 먹게 되면 지금까지 먹은 음식에다 마지막 한 숟가락을 더 얹게 되니 배가 부르지 않으면 거짓말이다. 이 탕요리가 두 대박식당의 마무리 역할을 잘 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칭찬하고 싶지 않는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바빠서 그런지 서비스가 그리 친절하지 않다. 손님의 기분이 나쁜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살갑게 맞아주는 느낌은 없다. 나중 서비스 편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더운 날 손님이 물밀듯 밀려 들어오면 그때는 손님이 손님으로 보이지 않고 웬수로 보인다고 서빙보는 종업원들이 말한 기억이 있다. 아마 이 두 대박식당의 종업원들은 그런 생각이 들것이다. 그래도 새 손님은 그런 것은 모른다. 그저 이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만 잔뜩 가지고 왔을 것이다. 그런 손님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해서 언짢게 돌아간다면, 그래서 그런 손님이 자주 있게 된다면 대박집으로서의 명성은 차츰 사라질 수도 있다. 옛말에는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성공은 오랜 시간 노력해야 하지만 추락은 하루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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