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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4일 23시 26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13) - 어떻게 하는 것이 어제보다 나은 식당이 되는 것일까

식당에는 고객이 있다. 이것이 경영의 관점이다. 누가 식당비즈니스의 고객인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식사를 하러 오는 손님이 그런가. 아니면 같이 동고동락할 종업원들이 고객인가. 그런가?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의 첫 번째 고객은 누구인가?

자신이다. 내가 하는 일의 가장 최우선적인 목적은 나다. 반드시 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스스로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면 아무리 돈을 많이 버는 일도 지겨워진다. 아니 돈을 버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까먹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내가 만족해야만 일이 재미있어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루가 즐거워진다. 매일 매일이 새롭다. 오늘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잠자리에서조차도 내일이 빨리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밤 세워 일하는 것이 힘들지 않게 된다. 오직 자신이 만족하는 경우만이 그렇다.

일이 업으로만 느껴지지 않고 일이 삶과 분리되어서도 안 되고, 일이 내 인생의 다른 요소들을 희생시켜서도 안 된다. 나는 욕망을 사랑한다. 욕망만큼 강력한 모티베이션은 없다. 일상의 삶은 그것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질병에 걸리는 것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다. 우리 몸 속에 이미 이들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있다. 병은 마음에 있다. 욕망을 잃은 삶은 죽은 것이다. 재미가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잘못된 깨달음 속에서 우리는 지금껏 살아왔다. 세상이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과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변하는 현실에 돌을 던져라. 부모의 모습으로, 선생의 모습으로, 심지어 아내의 모습으로 우리를 설득하는 현실에 나는 더 이상 허리 굽힐 수 없다. 어떤 글에서 나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자존심을 굽힐 줄 안다. 나를 더 이상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좌절하게 만드는 현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허리 굽힐 것을 거부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다른 것을 희생하기도 하고 오랜 시간 나의 욕망을 위해 많은 시간을 그것에 투자해야 함을 한다. 허울을 벗어내기 위해 폼 나는 자존심을 굽혀야 한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을 따름이다. 가장 확실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법은 오늘을 차곡차곡 쌓아 미래를 만들어 내는 법이니까.

부유함이 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라면, 채찍을 잡는 하인노릇이라도 나는 사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마음에 드는 길을 따를 것이다.
공자께서 하신 말이다. 그 시대에도 부유함이 좋은 것이었나 보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은, 그때는 마음에 드는 길을 따르는 것이 부유함에 대한 욕망을 잊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마음에 드는 길을 걷다 보면 부유함이 따른다는 것이다. 다양함과 전문성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이미 와 있는’ 미래는 ‘전문가에 의해 부가 분배되는 사회’인 것이다. 물고기처럼 생각하는 낚시꾼, 고객의 눈을 가진 사업가,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재구성하는 예술가들은 모두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욕망에 따라 자신의 시간을 그곳에 쏟아 붓는 사람들이다.”

식당비즈니스가 당신의 인생을 파괴하지 않는지 생각해 보라. 식당비즈니스가 당신의 삶을 빛내는 직업인지 되돌아 보라. 단순히 식당비즈니스가 좋은 직업인가를 묻는 것은 무의미한 질문이다. 당신의 삶이 눈부셔지는가, 이 일을 함으로 당신의 삶을 즐길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위대한 당신만의 직업이자 삶이다. 놀이이자 즐거움이다. 당신은 식당비즈니스를 통하여 부와 명예, 그리고 세상을 얻을 수 있다.

어제보다 나은 식당은 이렇게 먼저 당신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서 시작했다면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생각하라. 당신의 소중한 인생의 한 부분을 의미 없이 일만 하다가 허비하지 않도록 말이다. 동한거에 들어가는 스님들의 각오처럼 통렬한 아픔을 느낄 각오로 당신의 비즈니스를 사랑할 이유를 찾아라. 이것이 어제보다 나은 식당이 되기 위한 첫 번째 고개를 넘는 길이다.

찾았는가? 그렇다면 되었다. 아직 찾지 못했다고 다시 되돌아가라. 첫 번째 고개를 넘지 못한다면 아무리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해도 식당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없다. 어떤 이유로 시작하였던지 간에 또는 무슨 이유로 장차 식당비즈니스를 하려고 하던지 간에 당신이 식당비즈니스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서가 아니라 당신의 인생을 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찾지 못하면 앞으로 즐거워야 할 일이 고통스러워진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힘들다. 5시에서 6시 사이에 일어난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간단히 정신을 차리고 노트북을 켠다. 그리고 식당비즈니스와 관련된 글을 쓰거나 정리한다. 글쓰기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그것부터 시작한다. 어제 식당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해 보기도 하고, d런 저런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면 별도로 정리해 두기도 한다. 식당이나 경영학과 관련해 읽었던 좋은 내용이나 관련 기사들을 추려 나만의 파일에 모아둔다. 그리고 식당비즈니스에 관한 글을 쓴다. 날로 얻어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 속에 들어가 내가 그들이 되어보려고 노력한다. 식당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현장들은 이미 많이 겪어봐서 상상만으로 그들과 섞이는 일은 어렵지 않다. 단순히 그들을 모방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 속으로 얼마나 진심으로 다가가는가가 중요하다. 가슴으로 그들을 이해하지 않으면 내 스스로가 감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당비즈니스든 글쓰기든 또 다른 일이든 ‘가슴으로 설득당하지 않고는 자신의 철학이나 깨달음으로 전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제보다 나은 식당으로 가는 두 번째 고개는 첫 번째 고개보다는 쉽다. 당신의 하루를 바꾸어라. 당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라. 당신이 식당비즈니스를 통하여 성공하겠다면 증거를 보여라. 당신의 하루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대답할 수 있으면 두 번째 고개를 넘은 것이라고 봐도 좋다. 하루 속에서 식당비즈니스가 즐거우면 아주 훌륭한 경영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처럼 식당비즈니스에 관한 글을 쓰든지 삼겹살 소스를 만들든지 아니면 시장에 가서 아주 좋은 재료를 싸게 사오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면 그렇게 하루를 먼저 시작하라. 점심 영업이 재미있으면 그런 업종을 선택하라. 밤늦게까지 가게를 지키는 일이 재미있으면 그쪽 방면의 일을 시작하라. 무엇을 선택하든지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먼저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어제보다 나은 식당으로 가는 두 번째 고갯길이다.

머리로만 이해한 것보다 무서운 것이 없다. 말로는 무엇이든지 다할 수 있다. 그러나 말이 앞서는 사람은 신뢰받지 못한다. 말과 행동이 같아져야 한다는 뜻이다. 월간 식당에서 하는 교육에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아주 재미있는 한 경영자를 만났다. 서울에서 닭갈비전문점을 하는 이였는데 이미 3개나 되는 점포를 가지고 있는 젊은 오너였다. 그는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었다. 매일을 3개의 업장에서 보내는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왜 그렇게 재미있느냐고 물으니 하는 답이 싱거웠다. 그냥 재미있다는 것이다. 음식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고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영업을 하는 것도 재미있고 그러니 엉뚱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서 손님들에게 재미있는 이벤트를 많이 보여주니 자연히 손님들도 많이 온다고 하였다. 그에게는 단지 재미있다는 취미 하나로 식당을 3개나 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를 찾아라. 이것이 세 번째 고개를 넘는 길이다. 무엇이 재미있느냐고? 글쎄, 그것은 당신의 몫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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