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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8일 10시 21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23) - 식당은 아무나 할 수 있다?

외식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명퇴를 하거나 창업을 하게 되면 첫 번째로 생각하는 것이 ‘식당이나 하지’라고 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주위에 널린 것이 식당이고 아는 사람 한 둘 쯤은 식당을 한다. 되네 안되네 해도 먹고 사는 것을 보면 이 일 저 일 하다 안 되면 식당이라도 하면 되지 한다. 과연 그럴까? 식당이 과연 남들 눈에 보이는 것처럼 쉽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식당을 경영할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꼼꼼하게 생각해 보기로 하자. 분명히 전제를 하건데, 일반적인 기업도 성공확률이 채 10%가 되지 않는다. 열 개 중에 하나가 성공할 확률이 채 되지 않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의 현실이다. 식당이라고 이러한 현실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다. 상식적으로 식당을 창업해서 성공하는 비율이 100개 중에서 3개 정도는 성공한다고 한다. 그리고 7개는 현상 유지를 한다. 나머지 90개의 식당은 망하거나 겉으로 남고 속으로 밑져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망해간다고 한다. 적어도 상위 10%안에 들지 못하면 몇 년 죽도록 고생만 하다가 빛더미 위에 올라 앉아 알거지가 되고 만다. 다행히 권리금이라도 제대로 받고 본전이라도 건지면 다행이지만 망해가는 식당을 권리금까지 주고 인수할 바보는 없다. 당신이라면 비싼 권리금을 주고 인수할 생각이 있는가?

첫 번째로 식당 경영자는 부지런해야 한다. “부지런한 것 하나는 자신 있어.” 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직장 다닐 때 오로지 성실 하나로 버텨온 부류들이다. 물론 가능성이 많다. 우선 축하할 일이다.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식당은 아침 일찍 문을 열어서 밤늦게 까지 문을 연다. 평균적으로 오전 10시 시작해서 밤 10시에 마치는 식당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식당 종업원들이 그렇다는 말이다. 경영자는 그렇지 않다. 10시에 문을 열기 전에 시장을 봐야 하기 때문에 보통 아침 8시에는 시장을 보러 간다. 새벽시장을 보는 이도 있고, 문을 연 이후에 가는 경우도 있고 아예 납품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오전에 시장을 보고 와서 종업원들이 출근할 시간에 맞춰 오는 것이 태반이다. 그리고 오전에는 어제 늦게까지 정리하지 못한 청소나 장부정리, 혹은 부족한 물건을 사러 가거나 영업 준비를 한다. 늦은 아점을 종업원들하고 먹고 나서는 바로 점심영업을 시작해서 보통 2~3시까지는 정신없이 점심장사를 한다. 그리고 오후에는 또 사입해야 할 물건을 사러가거나 개인적인 볼 일도 보고 은행도 다녀오는 등 저녁장사 전까지 바쁘게 돌아다니다 저녁장사를 준비하게 된다.

저녁장사는 보통 6시부터 밤 10시까지는 하므로 바쁘던 바쁘지 않던지 간에 그 시간동안은 바깥에 돌아다닐 수 없다. 요즈음은 대부분의 식당들이 종업원들을 출퇴근을 시켜주기 때문에(저녁만 퇴근시켜 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긴 한다) 집이나 식당으로 다시 돌아오는 시간은 거의 11시를 넘기기 일쑤다. 그리고 나서 정리하고 매상 체크하고 오늘 온 손님들 주에 불평이나 불만을 가진 손님들 생각, A회사 단체손님들한테 조금만 더 잘 해 줄걸 하는 생각들을 하다 보면 12시를 훌쩍 넘겨서 새벽 1시나 2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든다. 부부가 같이 하는 경우라면 한 쪽은 일찍 들어가 집이라도 정리할 수 있다. 그런 형편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더구나 주말은 꿈도 못 꿀 형편에 있는 식당이 너무 많다. 종업원들은 주말에 쉴 수도 있지만 경영자는 어지간한 시스템이 갖춰있지 않은 곳을 제외하면 쉰다는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런 생활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1년, 2년은 일상이 된다. 이 생활을 버텨낼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면 처음부터 이런 조건을 이겨낼 체계를 갖춰서 해야 한다. 가능하면 부부가 같이 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힘들면 말다툼이 일어나고, 말다툼이 잦아지면 영영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쉽다. 성실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식당 경영자의 성실은 상상을 초월한 희생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그 정도 쯤이야 하는 이들도 있지만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정말로 이 일을 해 낼 자신이 있는가? 두 번 세 번 생각하고 주변에 물어보라. 당신의 아내가 혹은 남편이 오케이 한다면 해도 좋다. 쉽게 보고 덤벼들어서는 백이면 백 망하는 게 식당비즈니스다.

두 번째로 식당 경영자는 사람 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아야 한다. 무척 우아하게 표현했는데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손님들은 별 별 종류의 손님이 다 있다. 그런 손님들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선 부침성이 좋은 사람이라면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국에 머리카락이 들어갔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맛이 없다고 불평만 늘어놓는 손님은 차라리 약과다. 종업원들에게 치근대는 손님부터 술주정을 하는 손님, 조금만 조금만 하면서 소주 한 병 더 시켜놓고 퇴근 시간을 한두 시간 어기는 손님까지 천차만별이다. 이런 손님을 보면 속이 탄다. 그래도 참아야지 별 수 없다.

손님만 그러면 다행이다. 종업원들이 말도 없이 결근하거나 손님과 싸우기라도 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이 모든 상황에서 책임은 식당 경영자에게 있다. 손님이나 종업원들은 자기 속만 챙길 뿐 나머지는 나 몰라라 한다. 손님이 많이 오는 경우는 차라리 낫다. 손님이 오지 않는 식당을 쳐다보고 있을라치면 속이 탄다. 그래도 종업원들은 월급만 받으면 된다. 음식이 맛이 없어 잔소리라도 하면 더 맛없는 음식이 된다. 종업원들 비위를 맞춰주지 않으면 그나마 사람들을 구하기도 어렵다. 종업원들끼리도 네트웍이 있어 어느 집은 대우가 좋지 않다고 소문이 나면 그 집은 면접 보러 가지도 않는다. 직원만족이 고객만족보다 우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식당은 종업원이 돈을 벌어다 주지 절대로 경영주가 돈을 버는 시스템은 아니다.

세 번째는 식당 경영자는 실천력이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음식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맛에 대한 기준과 통제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실천력과 통제력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실상은 같다고 봐아 한다. 식당은 뭐니 뭐니 해도 맛이 최우선이다. 아무리 식당이 누추해도, 아무리 서비스가 엉망이어도 맛이 있으면 손님이 찾아오는 법이다. 고깃집은 고기가 좋아야 하고, 횟집은 회가 싱싱해야 한다. 김치찌개집은 김치가 맛있어야 하고, 청국장 전문점은 청국장이 좋아야 한다. 적어도 자기가 하는 업종에서 기본은 알아야 하고 그 기본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노하우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을 현장에 바로 써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맛이 이상하거나 조리방식이 틀렸으면 즉각 시정하거나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식으로 어영부영하다가 하루 이틀, 한 달이 지난다. 망한 다음 바꿀 것인가.

주방장이 어제 술을 먹어서 결근을 할 때에는 즉시 주방으로 투입될 수 있을 정도의 대안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카운터에만 앉아서 돈만 세는 것을 생각했다면 지금 당장 그만 두어라. 영화나 만화에서 나오는 식당은 현실과는 엄청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적어도 메인 메뉴의 소스정도는 만들 줄 알아야 주방에서 경영자를 실험하지 않는다. 주방장 자신이 없어도 꾸려나갈 수 있는 식당이라는 인식정도는 심어놔야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

식당 경영자만큼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종업원은 드물다. 아이디어를 내면 종업원들만 힘들어진다는 인식 때문에 더 편하고 좋은 환경으로의 아이디어조차도 무엇인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싫어서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지경이다. 음식에 들어가는 양념이나 소스를 바꿔보는 것도, 손님들에게 물을 끓여서 주자는 것도 말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일단 실천할 수 있어야 따라온다. 아이디어가 규칙으로 바뀌는 것은 오직 경영자의 실천적인 행동뿐이다.

이처럼 식당은 아무나 할 순 있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성격과 대인 관계, 식당이라는 서비스업에 맞는 스타일인지를 먼저 분석해 본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식당은 시작하면 적어도 3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한 업이다. 마흔이 넘어서 시작했다면 다시 다른 일을 생각할 시간적인 여유가 거의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돈이라도 벌었다면 모르겠지만 시간도, 돈도 다 잃어버린다면 늦은 나이에 다시 남의 밑에서 인생을 마무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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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6.06.28 17:20:28 *.97.228.61
한때 '먹는 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회자되곤 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다른 분야에서 이런 식의 글을 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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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빈
2006.06.30 13:16:16 *.217.147.199
저도 동감. 요즘 노진 형보면 둑방터지듯 밀려 나가는 거 같애.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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