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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30일 09시 04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26) - 먹는 장사가 남는 장사라고?

천호동에서 가격파괴 삼겹살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 이번 달 결산을 내보고는 나오는 한 숨을 그치지 못했다. 1인분에 8,000원 까지 하던 삼겹살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3,900원까지 내려서 운영하다 보니 월세 주고, 직원 3명 인건비에 재료비까지 주고 나니 남는 게 하나도 없다. 손님이라도 많이 오면 그나마 나으련만 하루 50만원도 못 파는 날이 많아 다음 달에는 주방 아줌마도 한 명으로 줄여서 써야 할 형편이다. 7,000원 8,000원에도 손님이 적지 않았던 기억이 이젠 가물가물하다. 올 해만 더 해보고 전망이 없으면 업종을 전환하는 것까지 고민 중인 최씨는 가을 학기 딸애의 대학 등록금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식당 마진율이 반이 넘는다고 말한다. 80년대 식당은 그럴 만도 했다. 인건비나 재료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꿈같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고품질 저가격 현상이 외환위기 이후 8년째 계속되어오는 외식업의 보편적 흐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요즘 외식업 평균 마진율이 채 10%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불경기가 지속되는 바람에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재료비나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기, 수도, 가스 등 일반 경비들이 해마다 인상만 하니 그동안 누려왔던 이익이 잠식당한 것이다.

식당의 재료비율이 50%를 넘으면 마진이 없다고 한다. 재료비가 차지하는 마지노선 비율이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인건비가 30% 이내에서 맞추어야 한다. 원가의 프레임 코스트가 60%에서 70%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건강한 식당 재무현황이다. 이 프레임 코스트가 너무 낮으면 고객이 이탈할 확률이 높고, 또 너무 높으면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음식의 맛은 조리의 비결도 비결이지만 무엇보다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데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재료비율이 너무 낮게 되면 음식의 질이 떨어지게 되어서 손님이 줄어들게 되고, 너무 높으면 많이 팔아도 남는 것이 없는 현상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세금과 임대료, 기타 경비를 합친 관리비 코스트가 평균 20%를 차지한다. 그래서 식당의 이익률이 관리가 잘 되는 곳은 20%, 평균적인 곳은 10% 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이런 식당들은 나은 편이다. 10개 중 8개 업소는 겉으로 남고 속으로 밑진다고 하니 다시 한 번 장부를 잘 확인해야 할 일이다.

재료비, 인건비, 일반관리비, 세금관리 등 원가 코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많이 팔리기만 한다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기대할 가능성이 낮다고 봐야 한다면 필자의 입장에서는 일반관리비와 세금관리를 우선해서 관리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재료비와 인건비는 줄이면 줄일수록 매출과 서비스 측면에서 마이너스가 나기 쉽다. 그렇게 보게 되면 우선 관리항목이 나온다. 일반관리비, 세금관리, 재료비, 인건비 순서대로 관리해 들어가는 것이 좋다. 일반관리비와 세금은 평균적으로 전체 매출액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매 분기마다 나오는 부가가치세는 매출금액에서 매입금액을 공제한 비율을 내게 되는데 통상적으로 5~7% 남짓 내게 된다. 그리고 신용카드 수수료, 임대료와 수도광열비, 퇴직금 적립 및 복리후생비, 잡비 등이 13~15% 가까이 나온다.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절약하게 되면 일반관리비와 세금관리에서 10% 가까운 금액을 줄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총 금액의 2% 정도만 줄이는 효과만으로도 대단한 금액이다. 월 5,000만원 정도의 매상을 올리는 식당이라면 월 100만원 정도의 절감을 내올 수 있는 것이다.

재료비와 인건비는 대단히 주의해야 한다. 종업원 만족은 고객만족과 매상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므로 재삼 재사 연구한 다음 결정해야 한다. 오픈 초기라면 재료비와 인건비는 줄이지 않는 것이 좋다. 적어도 1년은 손해 볼 각오로 시작하라. 같은 업종의 재료비율이 40%라면 50%까지 올려라. 좋은 재료는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게 해준다. 종업원은 규모에 따라 조금 넉넉하게 채용하는 것이 좋다. 요즘 식당 종업원의 경우 평균 140만원 이상의 급여에다 주1회 휴무는 기본이어서 부담은 많을 것이다. 파트타임이라든가 바쁜 시간대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손님이 어느 정도 많이 오는 것이 자리잡히면 그때 재료비와 인건비를 컨트롤하면 된다. 어느 고깃집에서는 개업 초기 재료비율을 70% 가까이 유지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1년 가까이 그렇게 하면서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더니 어느 틈엔지 45%대 까지 낮추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손님이 많이 오면, 즉 매상이 오르면 재료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재료비에 대한 탄력적 관리를 하면서 재료비를 낮추는 것이다. 탄력적 관리라 함은 우리 식당에서는 조금 줄이지만 다른 경쟁업소보다는 더 주는 방식을 말한다.

옛말에 1년차는 손해보고, 2년차는 본전 찾고 3년차에 들어서서 돈을 버는 것이 식당이라는 말이 있다. 틀린 말 하나 없다. 문제는 3년을 버티질 못하는 우리들한테 있다. 오픈 초기 1년 동안은 돈 벌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손해 보라는 것은 아니지만 번 돈은 모조리 재투자 되어야 한다. 재료비를 더 쓰던, 메뉴를 개발하는 것도 되고, 인테리어에도 투자하는 것도 좋다. 어쨌던 다시 손님에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투자되지 않으면 다음 해의 매상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 요즘 식당의 모습이다. 50만 정도의 중소도시나 행정구역에 평균 5,000개 정도의 순수한 식당 외식업소가 있다. 식당 1개당 150명이던 인구분포가 70여명으로 줄어든 것이 불과 10년 이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손님을 상대로 하기 이전에 같은 외식업소끼리 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벌려만 놓으면 돈이 되는 시절은 이미 갔다. 식당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1년은 투자하라. 아무 생각 없이 벌은 돈을 무조건 식당에 재투자할 각오로 시작한다면 3년 후 당신은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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