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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6일 16시 34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32) - 먼저 주어라, 그것도 왕창 퍼 주어라

식당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사람인생 하루에 울고 웃는 것임을 느끼곤 합니다. 어제 숨이 턱에 차도록 바빠서 정신이 없을 정도로 많이 팔았음에도 오늘 손님이 적으면 마음이 불안해 집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월 매출을 다시 확인하고 재료비가 얼마나 되는지 속이 졸아붙어 두 번 세 번 세어 보지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자연히 알게 될 놈의 것을 확인사살이라도 하듯이 눈으로, 손으로 세어봐야 마음이 놓이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이번 달 월세는 얼마가 지출되어야 하고 이자는 또 얼마나 통장에서 빠져 나갈텐데 마음만큼 돈은 들어오지 않고 재료비니 공과금이니 인건비니 해서 매일 주머니 곶감 빼먹듯이 야금 야금 새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이놈의 돈은 도대체 어디에 다 있나 싶지요.

그래서 마음이 약한 사람은 소매장사를 하면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만 식당비즈니스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월드컵이 열리는 때나 장마가 오는 달은 다른 날보다 훨씬 줄어든 매출 때문에 속이 상하고도 남습니다. 손님이 적으면 종업원들이 먼저 경영자 눈치를 봅니다. 괜히 자기들이 더 미안해합니다. 저는 그럴 때 아예 밖으로 나가 버립니다. 차라리 눈에 보이지 않으면 저도 종업원들도 마음이 당장은 편해지니까요. 예전에는 그렇게 했었지요.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편하게 농담도 하고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같이 의논합니다. 그러다 보면 더 깊은 정이 쌓이기도 하고 서로가 더욱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도 들게 됩니다.

부산에 J갈비라고 꽤나 큰 식당이 있습니다. 지금은 무척 손님이 많아서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몇 해 전 외식교육을 받다가 이 식당의 주임직책을 맡고 있는 주방 중간책임자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K주임은 말도 많고 아는 것도 많은 아주 열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자기가 근무하는 식당 자랑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변을 털어놓았습니다. 개업하고 1년 동안은 손님이 적었다고 합니다. 종업원은 열 몇 명이나 있었는데 매상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도 식당 사장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하도 손님이 없으니 직원들이 식당 주변의 풀이라도 뜯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보다 못한 주방장이 식당이 잘 되면 그때 다시 종업원들을 채용하더라도 지금은 남는 종업원들은 내 보내자고 건의를 해도 이 식당 사장님은 그런 걱정 하지 말고 손님 오면 더 친절하게 더 맛있게 서비스하라고 하였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니 서서히 손님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어느 틈엔지 웨이팅이 걸릴 정도로 손님이 밀려들기 시작하더랍니다. 그제서야 식당사장님은 재료비 이야기를 하면서 어느 정도 선에 재료비를 맞출 것을 지시하였고, 목표비율 이내로 절감한 재료비는 전액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였습니다. 감동한 종업원들은 깻잎 한 장이라도 아끼려고 노력하였고 적지 않지만 남지 않을 정도로 주는 방법도 개발하는 등 전 종업원 모두가 혼연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성과급으로 받는 금액도 적지 않았고, 손해 볼 동안 직원들을 믿어준 사장님을 위하고 또 자기들이 나중에 식당을 할 생각에 많이 배우고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1년 동안 지키고 버틴 식당사장님의 의지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당장 손해 본 금액도 만만찮지만 2년째에 다 만회하였다고 합니다.

B식당의 사장님 역시 이러한 전략으로 식당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개업 초기 식재료비율을 70%까지 높인다고 합니다. 만족할 만큼 손님이 찾아오면 그때부터 재료비 조절을 합니다. 이 분 역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기간을 길게는 1년까지 잡습니다. 말이 1년이지 긴 시간입니다. 그동안 수백 번 식당을 엎었다 세웠다 할 만큼 긴 시간이지요. 식당이라는 비즈니스가 재료비가 물에 술탄 듯 만들기 나름인 경우가 많습니다. 월 5천만 원의 매출에 재료비가 40%인 2천만 원이 들었다고 가정하면 6천만 원을 판다면 2천4백만 원이 들어야 정상이지만 실제 들어가는 재료비는 2천백만원이나 조금 더 들어가는 정도입니다. 반대로 매출이 4천만 원으로 줄었다면 재료비는 천육백만 원만 들어야 하는데 천팔백만 원이나 거의 줄지 않거나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요? 식당만의 특징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똑 같은 양이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두 접시를 만들 것을 세 접시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님이 적게 와도 양을 줄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손님이 더 많이 오게 되면 같은 양으로도 음식을 내갈 수 있는가 하면, 손님이 적게 오면 양을 줄일 수 없게 되어 재료비가 더 많이 나오는 법입니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실제로 그렇게 됩니다.

식당을 개업하는 경영자나 업종을 바꿔 다시 오픈하는 경영자일수록 재료비에 연연해서는 돈을 벌 수 없습니다. 적당한 양을 주어야지 그렇게 많이 줘서 남으면 어떡하려고? 하는 질문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문제까지 해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잘되는 식당은 초기에는 그런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물론 맛이 있어야 하지요. 맛도 없으면서 양만 많이 준다고 손님들이 마구 몰려들지는 않으니까요. 당근 식당비즈니스의 기본은 첫째가 맛이요, 둘째가 서비스요, 셋째가 분위기(청결한 점포)입니다. 거기엔 ‘고품질 저단가’ 전략으로 고객수를 늘려 매출을 극대화한 후 원가조정을 통해 이익을 증대시켜야 합니다. 당장 손님이 오지 않는데 원가에만 얽매이는 것은 비즈니스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판매하는 음식의 가치를 높여 많은 손님들이 식당을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박리다매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적정한 이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의 판매가격이나 원가비율을 맞추는 것도 요령입니다. 그렇지만 식당은 일단 손님이 많이 와야 살아있게 됩니다. 매출 중심의 식당운영에서 가치중심의 식당운영으로 변해갈 수 있는 것도 손님이 많이 와야 가능한 법이거든요.

무조건 많이만 와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많이 와도 소화해낼 수 있는 좌석수가 있고 종업원들이 감당해낼 수 있는 손님수가 있는 법입니다. 어느 정도 손님이 차게 되면 무조건적으로 계속 찾아오지는 않습니다. 이상하게도 손님들은 알게 됩니다. 더 이상 무리하게 손님을 유치하거나 서비스가 나빠지면 손님들의 빈도도 줄어들지요. 어쨌던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은 손님이 많이 오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손님들도 사람이 많은 식당을 선호하는 것이 우리들의 습성입니다.

저는 1년 동안만 원 없이 퍼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막말로 망한다 해도 퍼주고 망하면 아쉬움은 남지 않습니다. 아끼다 망하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실 망하면 까먹는 돈의 차이도 크게 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1, 2천만 원 차이입니다. 망하면 기본적으로 까먹는 돈이 몇 천에서 몇 억 되잖아요? 어차피 말아먹는 거 1, 2천만 원 더 까먹나 덜 까먹나 망하는 입장에서는 별반 차이나지 않습니다. 손님이라도 많이 와서 식당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더라도 권리금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손님이 적은 식당은 권리금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제 말이 틀린지 아닌지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왕 퍼 주는 것, 왕창 퍼 주십시오. 손님이 이렇게 주고 뭐 남느냐고 할 때까지 줘 보십시오. 우리나라 손님들은 참 인정이 많습니다. 그렇게 먹고 간 손님들은 미안해서라도 다시 옵니다. 그리고는 꼭 한 두 사람 데리고 옵니다. 그렇게 새끼를 칩니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을, 두 사람이 네 사람을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어느 틈엔지 손님으로 가득 찬 식당을 보게 될 것입니다. 식당의 가치는요, 가격에 대비한 고객만족도가 얼마나 높으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객만족도는 품질과 서비스 그리고 호감도를 더한 것입니다. 가격에 비해 맛있지, 양 많지, 서비스 좋으면 당연히 호감도도 좋아집니다. 그러면 손님이 오고 또 오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도 많은 식당경영자들은 알면서도 선뜻 시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당장의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지출되어야 할 돈 때문에 더 많이 주길 부담스러워 합니다. 과연 그렇게 될까? 하고 생각만 하다 하루해가 넘어갑니다. 돈을 벌려고 식당을 하는지 망하려고 하는지 선택이 분명해야 합니다. 분명한 선택에는 명확한 실천이 뒤따라야 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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