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박노진
  • 조회 수 467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6년 7월 12일 12시 01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36) - 행동은 말보다 크게 울린다

1993년 크리스마스 이틀 전인 12월 23일 김영모 과자점은 밤을 꼬박 새워 400여개의 케이크를 만들었다. 새벽 어스름이 지고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에서야 새로 만든 400개의 따근따근한 케이크가 냉장고 안에서 식어갈 수 있었다. 전 날 만든 400개의 케이크가 보관상의 문제로 손님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모두 폐기처분되었다. 케이크 겉에 덧바르는 버터크림이 냄새를 흡수하는 성질이 강해 냉장고에 보관할 때에도 밀봉해야 할 정도인데 보관장소가 마땅찮다고 지하실 창고에 보관해 케이크에 미세하게나마 지하실 냄새가 배였기 때문이었다. 독일 연수 후 바로 귀국해서 빵집을 점검하던 김영모사장의 결정이었다.

“박스를 전부 푸세요. 이 케이크들은 모조리 버립니다.”
“사장님,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예요. 이걸 다 버리면 장사를 어떻게 합니까?”
“장사 못해도 좋습니다. 다 버리세요.”
그리고는 400개 상자를 열어 케이크를 쓰레기 봉투에 담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쓰레기 봉투가 가득 찼다.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에, 간혹 훌쩍훌쩍 우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쓰레기를 모두 정리한 후 김영모 사장은 직원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자, 지금부터 케이크를 다시 만듭니다. 사정이 있는 사람은 가도 좋습니다. 내일 케이크를 팔고 싶다면 오늘 밤을 세워서라도 같이 만듭시다.”
김영모 사장은 가운을 챙겨입고 반죽 테이블에 서서 재료를 혼합하기 시작했다. 한참 작업에 열중하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케이크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 사람도 불평을 하거나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만약 그때 지하실 냄새가 밴 400개의 케이크를 버리지 않고 팔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대부분의 손님들이 냄새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맛있게 먹었을지도 모른다고 김영모 사장은 회고했다. 그래서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또 밤새워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만에 하나 냄새를 느끼고 불평을 하는 손님이나 신뢰를 잃게 된 고객이 있었다면 ‘김영모 과자점’은 지금의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불태워버린 15,000개의 휴대폰에서 세계 일등 애니콜 브랜드가 만들어진 것처럼, 버려진 400개의 케이크에서 한국 최고 김영모 과자점의 브랜드가 만들어진 것이다.

경영자의 의지나 신념이 기업을 흥하게 하기도 하고 망하게 하기도 한다. 조그마한 실수 하나를 어떻게 바라보는 가에서 그나 그의 기업이 가진 가치나 비전을 얼마나 견결하게 지켜나가려 하는 것인지 알 수 있다. 김영모 사장의 경우처럼 당장 판매해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있는 케이크를 전량 폐기처분하고 다시 만들었다는 점은 경영자의 가치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 만약 김영모 사장이 말로만 지시하고 그냥 집으로 가벼렸다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곳에서 밤을 새워 만들어 본들 내가 가져갈 것도 아닌데 하는 마음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러나 김영모사장은 직접 재료를 반죽하고 케이크를 만들었다. 불평이 있을 수 있었던 직원들조차 당장은 동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불만이야 있겠지만 나중에 천천히 오너의 고민과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장의 생각을 이해했으리라.

지배인에게 맡겨 놓고 골프나 치러 다니는 식당경영자, 삼식이처럼 세상물정 모르고 멋이나 여자만 쫓아다니는 사장보다는 자다가도 일어나 식당으로 가서 메뉴를 만들어 보거나 소스를 실험해 보는 사람이나 종업원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정리와 청소를 하고 종업원들을 맞이하는 사장이 훨씬 낫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농담도 하고 삼겹살도 같이 구워먹는 경영자가 더 정겹다.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혼만 내는 오너보다는 먼저 문제를 꺼집어내고 해결책을 같이 상의하는 상사가 더 존경받는다. 잘못에 대한 질책보다는 잘한 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장을 좋아한다. 월급 몇 푼 더 주는 것보다도 맥주 한 잔 나누면서 자신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인간적인 경영자를 더 좋아한다. 자신을 무시하거나 알아주지 않는 거만한 사장보다 내 남편 병 치료과정을 걱정해주고 우리 자식 대학 들어간 자랑스러움을 기뻐해주는 사장이 충성도 높은 종업원을 만들어 낸다.

IP *.118.67.8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12 어제보다 나은 식당(28) - 밥보다 술을 팔아야 남지 박노진 2006.07.04 5372
5111 어제보다 나은 식당(29) - 싼 맛에 교포 아줌마 쓴다고? [1] 박노진 2006.07.04 6007
5110 어제보다 나은 식당(30) - 모든 것은 고객의 요구에서 시작된다. 박노진 2006.07.05 4396
5109 어제보다 나은 식당(31) - 행복한 직원, 만족한 고객 박노진 2006.07.06 5005
5108 어제보다 나은 식당(32) - 먼저 주어라, 그것도 왕창 퍼 주어라 박노진 2006.07.06 4887
5107 어제보다 나은 식당(33) - 홍보, 입소문이 최고야 박노진 2006.07.06 4729
5106 My First Book 내용 전개 ver 0.5 file [1] 정경빈 2006.07.07 5120
5105 어제보다 나은 식당(34) - 종업원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주어라.(1) 박노진 2006.07.12 4311
5104 어제보다 나은 식당(35) - 당신만의 무엇, 그것을 찾아라 박노진 2006.07.12 4745
» 어제보다 나은 식당(36) - 행동은 말보다 크게 울린다 박노진 2006.07.12 4679
5102 어제보다 나은 식당(37) - 계획된 투자, 1년의 고통 박노진` 2006.07.13 4962
5101 어제보다 나은 식당(38) - 식당비즈니스에 관한 꿈 1(꿈의 법칙) 박노진 2006.07.17 5147
5100 어제보다 나은 식당(39) - 식당비즈니스의 꿈 2(장점과 단점을 살려라) 박노진 2006.07.17 4455
5099 어제보다 나은 식당(40) - 식당비즈니스의 꿈 3(미래의 법칙) 박노진 2006.07.17 4505
5098 어제보다 나은 식당(41) - 식당비즈니스의 꿈 4(시간의 법칙) 박노진 2006.07.17 4554
5097 어제보다 나은 식당(42) - 프롤로그 1 박노진 2006.07.19 4169
5096 어제보다 나은 식당(43) - 프롤로그 2 박노진 2006.07.19 4371
5095 어제보다 나은 식당(44)- 프롤로그 3 박노진 2006.07.19 4067
5094 어제보다 나은 식당(45) - 프롤로그 4 박노진 2006.07.19 4071
5093 어제보다 나은 식당(46) - 프롤로그 5 박노진 2006.07.19 3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