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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19일 13시 23분 등록

5) 식당을 마케팅하자

음식이라는 한 분야를 세상 속에서 사람들에게 서비스해서 판매하는 비즈니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식당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먹을 음식은 있지만 먹어줄 사람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수많은 식당들이 고생하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다. 그들은 하루 종일 고객을 찾아 뛰어 다닌다. ‘고객은 도망치고 그들은 고객을 잡으려고 뛰어다니는 술래잡기 속’에서 많은 식당들이 제풀에 지쳐 문을 내리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음식을 파는 그들이 안타까워 보였다. 문득 고깃집을 할 때의 내가 떠올랐다. 아! 한심한 나였다. 나는 이들보다도 더 내 고기를 팔러 돌아다녔다. 손님이 오면 고마워서 같이 술을 먹었다. 그리고 또 다른 손님이 오면 한 잔 더 먹어 주었다. 아는 사람이 세 번 오면 한 번은 나도 사 주었다. 당근 버는 것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아졌다. 스스로 지쳐 문을 닫았다. 그렇게 첫 번째 식당은 망했다.

두 번째 식당을 열면서 나는 나의 특성을 제대로 분석하였다. 나는 생각보다 여린 사람이다. 거절도 잘 못하는 타입이라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술을 먹지 않아도 되는 업종을 선택해야 했다. 결국 기존 술손님이라는 내 손님을 포기해야만 했다. 고깃집에서는 내 손님이 매출의 20%를 차지했는데 지금 식당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나는 유달리 다른 식당을 많이 다니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시도를 많이 하는 편이다. 고깃집을 할 당시 생각만 하다가 실행해보지도 않고 접어둔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 아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은 조그마한 아이디어라도 일단 시행해 보는 편이다. 그러자면 대표 메뉴 한두 가지로 장사하는 아이템은 나에게 맞지 않겠다 싶었다. 결론은 ‘한정식’ 전문점을 하는 것으로 나왔다. 토속한정식에다 요즘 트렌드가 된 웰빙과 퓨전을 접목시킨 아이템이라면 지방이지만 한 번 승부를 걸어볼 만 하였다. 마침 괜찮은 식당자리가 나서 인수를 하게 되었다.

식당을 오픈하면서 광고나 영업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세일즈 대신 식당을 마케팅할 방법을 모색했다. 시내 곳곳에 프랭카드를 걸거나 생활주간지에다 광고를 게재하는 대신 고객들이 입소문을 타서 저절로 찾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대신 나만의 방식으로 메뉴를 만들어 고객을 창출하고자 하였다. 내 음식을 먹어줄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나를 찾아 줄 방법들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래 글은 오픈한지 한 달 동안의 과정을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이다. 나는 이렇게 나의 식당을 마케팅하였다.

오랜만에(?) 사업인지 장사인지를 시작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머릿속에는 이런 저런 계획들이 어제 롯데월드 무료입장객들 마냥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실제 진행되는 일들은 겨우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시작한 지 3주 만에야 메뉴를 바꾸고 메뉴가 안착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교육하고 안정시키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바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정신이 없었던 한 주였습니다. 덕분에 고객들의 반응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은 조금 안심이 됩니다.

“사업의 목적은 고객을 창조하고 지키는 것이다. 이것이 시장 경제가 서 있는 바탕이다. ······ 기업의 목적은 사람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할 것인지는 그러므로 이러한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선생님의 책 ‘월드클래스를 향하여’의 첫 번째 기준 [시장과 고객]의 첫 구절입니다. 밥장사도 이왕 시작했으면 잘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고 이 구절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무엇보다도 앞줄에 세웠습니다. 대충 예전의 명성이나 이미지에 의존해서 오픈하다가는 몇 달 못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시대에는 점심이나 저녁을 집에서 해결하지 않고 외식이라는 명칭 하에 바깥에서 먹는 일이 아주 흔합니다. 오죽하면 모임이나 약속을 정할 때 “뭐 먹을래?”라든지, “어디 식당 잘 하는데 없어? 갈 데가 없어.” 뭐 이런 애기들이 오가지 않습니까. 저는 이런 사람들이 원하는 식당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내 돈 내고 내가 사먹는데 아무거나 먹고 싶지 않다> 현대 소비자들의 소비심리입니다. 선생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식당가서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괜히 화나신다고 그랬던 것을요.

“기업의 활동은 어떤 제품을 생산해 가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고객을 만족시켜 가는 과정이다. 이것이 시장 경제 체제하에서 비즈니스맨이 이해해야 할 핵심이다. 고객의 요구가 있다면 고객의 만족을 위해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재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재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에 대해서 고객은 아무 관심도 없다. 따라서 생산 방법이나 제조 과정은 기업 활동의 본질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것은 무대의 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식당 열쇠를 받아든 다음 날부터 주변의 사람들 몇몇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메뉴대로 식사를 대접하였습니다. 사정을 말하고 한 달 후에 정식 오픈을 생각하니까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나는 대로 말해달라고 하였습니다. 가격은 인당 만원이 넘는데 실제로는 5,6천원 짜리 같아 보인다. 맛이 하나도 없다. 찬만 많이 깔리고 먹을 게 없잖느냐. 가격만 올리고 내용은 올리지 않아 이미지가 많이 나빠졌다. 등등 좋다는 애기는 거의 나오지 않더라구요. 제가 느낀 그대로 한 때 대박을 쳤던 식당이라는 것만 빼면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이제는 한물 간 식당의 겉모습이 채 겨울이 가시지 않는 찬바람과 함께 홀로 선 느낌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그들이 다시 이 식당을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손님이 없는 식당은 말 그대로 죽은 식당입니다. 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말없이 떠난 고객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일, 메뉴를 다시 만들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식당의 내,외부 환경을 다시 꾸미는 것이었습니다.

“고객 요구의 핵심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정보의 소스는 세 가지이다. 하나는 고객의 불만족과 불평이다. 이것보다 좋은 살아있는 데이터는 없다. 또 하나는 떠나간 고객을 분석하는 것이다. 왜 그들이 떠나가게 되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세 번째는 새로운 고객이다. 왜 그들은 바로 당신의 기업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야말로 살아 있는 싱싱한 정보들이다. ······ 일본인들은 떠들썩한 미국식 시장조사 말고 소매점이나 대리점을 통해 그들이 파악한 고객의 요구와 기대를 간접적인 방법으로 조용히 확보하였다. 일본인들이 미국 시장에서 아주 성공적인 진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식으로 조용히 ‘미국 시장이 가진 암호’를 푸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가진 암호를 푸는 열쇠를 찾아내는 일을 먼저 시작하였습니다. 아직도 찾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조금 더 많은 방법을 시도해 보았을 뿐 언제 찾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고객의 요구를 위 구절처럼 세 가지로 나누어 분류해 보았습니다. 먼저, 고객의 불만족과 불평을 들어 보았습니다. 가장 큰 부분이 불친절한 서비스와 음식이었습니다. 떠나간 고객들의 가장 큰 불만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맛이 문제였습니다. 게다가 똑같은 음식을 주면서 가격만 올렸다는 것이죠. 대충 진단은 된 셈입니다. 해결은 제 손에 달렸습니다. 그냥 이대로 갈거냐 제대로 바꿀거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변화를 선택하였습니다. 그것도 대충 폼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거의 전면적인 변화를 제일 먼저 음식부분에 일으키기로 하였습니다. ‘고객이 가진 암호’를 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풀어보기로 한 것입니다.

“시장에서의 승리가 좋은 경영의 결과라면, 좋은 경영이란 과연 무엇일까? 한마디로 고객을 돕는 경영(Customer-helping Business)이다. 고객을 돕는 것이 목적인 경영은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리고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는 잘못 배웠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의 추구가 아니다. 이윤은 경영의 결과이다. 결과와 목적을 혼동할 때 우리는 심각한 오류에 빠지게 된다. ······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경기에서나 경영에서나 승리는 게임 자체의 몰입을 통해 얻어진다는 점이 그것이다. 선수가 점수에 연연하면 그 경기는 풀리지 않는다.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은 결과가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목적은 좋은 삶 자체이고, 경기의 목적은 좋은 경기 그 자체이다. 경기 동안의 몰입과 정열이 중요하다.”

위대한 무용수 나진스키는 자신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춤추는 사람은 사라지고 춤만 남을 때’라고 말하였습니다. WBC 대회에서 이치로의 망언은 두고두고 세계적 스타로서의 이미지를 구길 것입니다. 반면 박찬호 선수의 묵묵한 행동, 국가의 부름에 가장 먼저 답하고 가장 열심히 자기가 해야 할 역할에 적극적이었던 모습은 일본이 우승한 결과에 못지않게 한국야구의 위상을 높여 주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야구 그 자체에 몰입했던 한국 대표팀의 아름다운 모습이죠. 밥장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얼마를 팔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손님들이 얼마나 잘 먹고 갔는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모든 소매업이 그렇듯이 가격, 품질, 접근성, 체험, 서비스 모두를 다 잘하기 보다는 한 두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적합성 이론처럼 저는 <가격대비 최고의 만족도>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동안에는 저는 여기에 중점을 두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좋은 음식을 친절한 식당에서 맛있게 먹도록 돕는 일, 게다가 가격까지 생각한 것에서 훨씬 저렴하다면 고객들은 저희 식당을 다시 찾지 않을까요? 고객을 돕는 경영이 식당에서는 이렇게 적용시켜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다시 되새겨 봅니다. 좋은 경영이란 고객을 돕는 경영입니다. 돈은 그 다음에 오지 말라고 해도 쫒아옵니다. 1년만 그렇게 버틸 수 있다면 누구라도 어떤 비즈니스를 한다 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제 채 한 달이 되지 못한 식당을 가지고 이러 저러한 평가를 할 수 없겠죠. 지난 주 저는 고객의 목소리가 담긴 제 나름의 방식으로 손님들의 평가를 받아 보았습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조금만 더 손님을 귀하게 대하고 그들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면 애초 식당을 열게 된 ‘친구’를 위한 제 목적도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식당이야말로 제가 빨리 꿈 벗들과 변화경영의 장으로 돌아오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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