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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19일 13시 23분 등록

6) 점수보다 경기에 몰입하자

“ 한동안 쉬다가 다시 시작한 일이 쉽지는 않았다.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머릿속에는 가득 차 있는데 실제 몸은 그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사업이든 장사든 생각과 실천이 같이 행하지 않으면 참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마실(지금 하고 있는 한정식하는 식당 이름)은 산장(예전에 했던 고기집 식당 이름)에서보다는 생각에 비해 실천이 그리 더디지 않는데도 생각만큼 척척 진행이 잘 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식당비즈니스가 나한테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일이 아닌가 재삼 생각하게 하였다.

역시 사람은 하고 있는 그 일이 즐거워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이어야 되는 것이고 보면 나의 판단이 과연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다. 지난 10년간 이 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흠뻑 빠져들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신의 어떤 계획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몸과 마음이 오직 이곳에만 있지 못함이 나를 더 힘들게 하였다. 하루 종일 마실에서 일을 하고 있어도 마치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처럼 몇 번이고 들락거리는 것을 볼 때 정말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하고 되묻고 되씹어야 했다.

불규칙적이던 매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제 한 달을 지낸 상황에서 바라보면 그리 나쁘진 않다. 지난 달 하순까지는 과연 예전의 유명하던 식당이었던가 하고 의심마저 들 정도였는데 지금은 내가 생각했던 수준에 많이 근접하고 있다. 이 정도까지는 누구나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문제는 지금부터겠지. 결과보다는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믿고 일을 하고 있지만 견물생심의 범부에서 아직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어쨌던 하루 벌어 하루 지출해야 할 곳이 많은 이 업의 사정상 그렇지 못하면 내 주머니에서 빠져 나가야 하니 마감을 하고 결산을 하는 심정이 그리 편안하지만은 않다.

다시 느끼지만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특히 수제업일수록 믿고 기댈 수 있는 곳은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의 구성원들뿐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의 구성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만들고 고객들에게 내놓을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1인 기업이 아닌 한 같이 하는 사람들만큼 더 중요한 구성요소는 없다. 힘들고 어려워도, 사람이 싫고 짜증이 나도 믿고 의지할 데가 그들밖에 없다. 일은 그렇게 안에서 풀어야 한다. 외부의 지원, 예를 들면 컨설팅이나 금융 지원 또는 임시 수혈 등은 순간의 수습은 가능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아무리 좋은 해결책을 제시하더라도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면 도로아미타불이니까. 그 일에 잘 맞는 좋은 사람을 잘 고르는 일, 그리고 흠뻑 단비를 뿌려 잘 자라도록 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기본중의 기본인 것이다.

좋은 경영이란 과연 무엇일까? 한마디로 고객을 돕는 경영(Customer-helping Business)이다. 고객을 돕는 것이 목적인 경영은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배웠다. 그리고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다. 기업이 가진 사회적 의무이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좋은 음식을 친절한 식당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돕는 것. 지금 나는 좋은 음식을 만드는 1단계에 서 있다. 아직 친절한 식당과 맛있게 먹도록 돕는 단계까지는 생각도 못하고 있지만 좋은 음식, 나는 이것을 다른 말로 가격대비 최고의 만족도라고 표현한다. 먹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는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 지난 한 달 동안을 장안을 헤메고 다녔다. 다행이 메뉴개발에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어 많은 진행될 수 있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한 발짝 먼저 나가는 것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을 배우기도 하였다. 어제도 한 요리를 만드느라고 하루 종일 씨름하다 시간을 다 보내기도 하였다. 한동안은 좋은 음식을 만드는 단계에서 머물러 있어야 할 것 같다. 고객을 돕는 경영에서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할 수 없으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가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박카스, 초코파이, 비타 500, 노트북 센스, 그랜저, 블랙블루폰, 프랭크린 플래너. 이 외에도 수없이 많겠지만 이러한 제품들의 특징은 히트 상품이다. 해당 업계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철옹성같은 위치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이런 히트 상품들처럼 마실에서도 대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고객을 돕는 일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고객에게 끌려 다니면서 고객을 도와야 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나는 해석하고 싶었다. 먹기 싫으면 말아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백 명의 고객들이 가진 각기 다른 입맛을 백 가지 상품으로 맞출 수는 없지 않겠는가? 70~80%의 만족도, 정성을 들인 음식에서 마실만의 대표 요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난달에 그렇다고 생각한 새로운 메뉴를 출시했는데 뭔가 조금 부족했었다. 손님들의 반응에서 알 수 있었다. 다시 수정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무엇보다 컨셉이 중요하다. 공간이 가진 하드웨어적인 분위기도 무척 중요하다다. 쉽게 손댈 수 없는 것이니만큼 시작할 때 잘 고르거나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마실을 같이 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색깔 더 중요하다. 제각기 다른 성격과 삶의 조건에서 살던 사람들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마실에서 같이 한솥밥을 먹고 사는 동안만이라도 같이 호흡하고 같이 생각하는 마실만의 색깔에 동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먼저 만들어야 할 식당문화컨셉이 되어야 한다. 식당이니만큼 음식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일지도 모른다. 고객에게 보여 지는 상품이니까. 나는 이 컨셉을 [웰빙과 토속]으로 잡았다. 음식도, 사람도, 구조도 이것을 중심으로 고쳐나가고자 한다. 마실에서 만들어지고 행해지는 모든 것은 이 개념에서 출발하고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삶의 목적은 좋은 삶 자체이고, 경기의 목적은 좋은 경기 그 자체이다. 경기 동안의 몰입과 정열이 중요하듯이 내가 살아가는 현재에 푹 빠져 있는 것이 가장 알흠답다(누구의 표현처럼)고 생각한다. ” (변화경영연구소에 올린 글 중에서)

점수보다 경기에 몰입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고객을 잃고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식당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없다. 식당비즈니스의 핵심은 손님이 만족하는 음식과 그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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