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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23일 23시 19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43) - 브랜드를 만들어라

며칠 전 청주에 있는 ‘부모산 가든’이란 고깃집을 다녀왔다. 석갈비(고기를 바깥에서 구워 달군 돌판에 담아서 내오는 형식)전문점인데 직영점이 세 곳, 체인점이 세 곳이다. 마침 아는 분이 이 곳 사장님을 잘 아신다 하여 소개도 받을 겸 마실(운영하고 있는 식당)의 석갈비에 대한 조언도 받을 겸해서 찾아갔다. 원래 고깃집은 점심때는 별로 장사가 되지 않는다. 낮부터 고기먹는 것이 우리들 정서에는 잘 맞지 않는데 이 식당은 그렇지 않았다. 줄기차게 손님들이 찾아왔다. 금방 먹고 일어서는 것이 회전율이 무척 높아 보였다.

석갈비를 2인분을 주문하고 기다렸는데 바로 나왔다. 그냥 한 10여분 기다리려니 했는데 3분이 채 걸리지 않은 것 같았는데 바로 고기가 나왔다. 그런데 일반적인 석갈비랑은 너무 다르다. 돌 판이 데워져있지 않고 미지근한 상태임을 보아 불에 달군 것은 아니고 돌 판위에 발 같은 것을 깔고 그 위에 바로 고기를 올려놓았으니 원가도 원가지만 무엇보다 손가는 일이 많이 줄겠다는 느낌을 주었다. 석갈비 시스템은 고기를 굽는 일만큼 가외 일에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돌 판을 불에 달구는 일, 그리고 돌 판에다 양파나 피망같은 것을 깔기 위해 썰고 준비하는 것 등 배보다 배꼽일이 더 많은 것이 석갈비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이런 과정들이 싸그리 생략되어 버린 것이다. 당연히 고기가 식으면 맛이 떨어지거나 고기가 퍽퍽해 지는 등의 품질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나 싶어 천천히 먹었지만 그런 우려는 발생하지 않았다. 식어도 맛이 있는 것이다. 육질이 아주 부드러웠다. 구운 고기와 수육 고기를 섞어 놓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나중에 들었지만 포장해 가정집에서 전자렌지에 돌려도 같은 맛을 낼 정도라고 한다.

부모산 기슭에서 고깃집을 하면서 연기를 잡아내는 장치를 직접 개발해 지금의 식당시스템을 만든 이 곳 식당의 경영자는 모든 면에서 생각과 행동이 거침이 없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아이템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의 브랜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이미 상당한 부와 명예를 가진 부모산 가든의 경영자는 가끔씩 저녁 늦은 시간에도 일반 가정집으로 배달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은 적이 많다고 한다. 식당에서 고기를 먹고 가면서 포장을 해달라는 손님들이 늘면서 급기야는 집에서 배달을 시키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서 김사장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석갈비를 테이크아웃시스템과 연결해서 배달전문점으로 만들어 보려는 아이템이었다. 여기까지는 식당프랜차이즈에 관심을 가진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김사장의 생각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실직가장, 소년소녀 가장 등 어렵고 불우한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게끔 하려는 것이다. 아주 적은 비용(그나마도 없으면 다른 방법으로)으로 창업을 하게 하고 높은 고수익을 올릴 수 있게끔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자세한 것은 말하기 어렵지만 실현 가능성이 아주 높은 사업계획이었다.

이미 본점에서 배달사업을 시작한 이 사업은 조만간 청주, 대전, 천안 등을 거쳐 2, 3년 이내에 서울에 상륙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산 가든은 새로운 브랜드 네임을 런칭하게 될 것이며, 실직가장이나 소년소녀가장 돕기 아이디어와 결합한 새로운 식당비즈니스 마케팅의 한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식당도 어떤 특정한 아이디어를 브랜드화 하면 훨씬 빠른 시간 안에 성공할 수 있고, 경영자뿐 아니라 식당 구성원 모두가 사회적 참여의 기쁨도 누릴 수 있게 된다. 브랜드화 한다는 것이 식당비즈니스에 접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식당의 컨셉을 구성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먼저 식당의 기본을 튼튼히 한 다음에 그 이후의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한다. 고깃집이면 어떤 고기를 어떻게 만들어 손님들에게 제공할 것인지, 횟집이면 회정식이냐 회무침이냐 활어회냐 하는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컨셉이란 우리 식당만이 가지고 있는 그 무엇과도 같은 것이다. 여의도 신정하면 ‘아! 서비스 잘한다는 탤런트 김종결이가 한다는 식당.’, 강남 고속터미널 옆 놀부집 하면 ‘응, 그집은 한상차림을 상채로 내오는데 외국바이어나 한국문화를 접하고자 하는 사람이 오면 데려갈 만 한 곳이야.’ 석촌역 사거리에 있는 오모가리 찌개하면 ‘그 집 사장은 김치찌개 하나 만들려고 8년 동안 7억이나 쏟아 부었다며. 7억짜리 김치찌개 먹어봤어?’ 하는 식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음식점의 맛과 맞물려 장사가 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컨셉은 믿음을 만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식당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한 끼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식당이지만 손님들은 단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찾지 않는다. 오늘 날 한국은 그럴 만큼 생활수준이 높아졌다. 찾아가는 식당이 예전의 그 맛을 유지하고 있겠지 하는 생각에서 또는 아는 누가 소개해 준 식당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찾아간다. 먼 길이라도, 모르는 곳은 물어서라도 찾아간다. 어쩌면 이런 모습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아주 독특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어쨌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디 어떤 식당이 잘한다고 하면 기를 쓰고 가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기대를 가지고 간 식당이 만족할 만큼의 맛이 있으면 그 다음부터는 두 말 않고 거기만 간다. 그리고 여기 저기 이 식당을 소개하기 바쁘다. 마치 이곳에 가보지 않으면 엄청 손해 보는 것처럼 혹은 자기가 주인이랑 어떤 사이인 냥 하는 것 같다.

한국처럼 소규모 식당비즈니스가 활성적인 곳은 브랜드가 오너와 일치되는 경우도 드물다. 미용, 브랜드 패션, 식당 등에서 창업자나 디자이너의 이름을 내건 점포가 엄청 많다. 소비자들에게 상대적인 신뢰를 주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식당비즈니스를 하는 경영자는 어떤 컨셉의 식당이든지 자신을 판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자신을 판다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자존심을 파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존심은 누구든지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인간으로서의 가치이다. 자존심을 판다는 것은 어떤 손님이 오더라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표현에 다름 아니어야 한다. 조선의 선비는 비록 임금의 사약은 받을지언정 자신의 지조는 굽히지 않았다. 내 식당에서 나의 자존심은 맛과 서비스로 외화 되는 것이지 가격을 내리고 덤으로 무엇을 더 주고 모임 하나 유치하기 위해서 총무에게 뒷돈을 주는 것이 아니다.

정리해 보면 브랜드화 하는 것은 캔셉을 정하는 것이고, 컨셉은 신뢰를 만드는 것이라 배웠다. 신뢰는 자신의 자존심을 파는 것이고 이것은 맛과 서비스로 외화되어야 하는 것이지 다른 편법이 동원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만의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곧 브랜드를 만드는 것과 같다는 말이 된다. 자신만의 무엇을 아주 잘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바로 전문가가 된다는 의미와 동일시된다. 김밥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마는 사람, 김치는 두 번째라면 서러운 사람, 된장찌개만큼은 달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에까지 아무리 그것이 우습게 들리고 별 대단한 것이 아닌 것 같아도 그 음식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강력한 영향력과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다른 것은 못하지만 한 분야에서는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는 것만큼 더 강력한 인상은 받을 수 없다.

아무리 좁은 영역에 국한된 메뉴라 할지라도 당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라. 일견 가치가 없어 보여도 전문화된 능력의 힘은 아주 강력하다. 그 음식에 관한 한, 당신을 찾아오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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