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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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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23일 23시 21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44)-손익은 일일분석에서 판가름난다

식당을 처음 시작한 초반 몇 달간은 손님 맞으랴, 재료 구입하랴, 직원들 관리에 여념이 없었다. 더구나 처음 시작한 식당치고는 매상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직원들 수가 많을 때는 20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 매상이 많아지면 당연히 씀씀이도 커지고 알게 모르게 새는 구멍이 여기저기 생기게 마련이다. 가을을 지나 송년인 12월을 정점으로 겨울로 접어들 때쯤 곶감 빼먹듯 쓰던 통장이 바닥이 난 것을 알게 되었다. 신용카드 결제대금이 입금되던 통장이 잔고가 마를 거라곤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늘 빼 쓰면 내일 또 채워지는 것이 도깨비방망이 마냥 한없이 가득 차있을 거라고만 여겼던 것이다.

한번 펑크 난 통장은 이후 1년 이상이나 자금사정을 악화시켰고 어렵게 만들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외상으로 재료를 사게 하였고, 직원들 인건비도 하루 이틀 미루게 만들었다. 임대료는 보증금에서 제하기 시작했으며 공과금마저 연체를 하기 일쑤였다. 문제는 객관적인 어려움만으로 끝나지 않은 것이었다. 오너인 필자의 자신감을 잃게 만들었고 직원들 역시 식당생활이 즐겁지 않다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눈앞의 문제를 극복할 해결점을 안에서 찾지 않고 바깥에서 찾은 것이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돈이 없으면 살림살이를 더 줄였어야 했는데 대출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제법 규모 있던 식당이니 은행에서는 좋은 조건에 대출을 해 주었다. 한 푼 두 푼 시작한 대출은 어느 순간 내가 감당할 정도를 넘어서 버렸다. 결국 2년 동안 돈을 벌기는커녕 있는 돈을 다 까먹고 그것도 모자라 남의 돈까지 가져다 쓰는 어리석은 행동을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었다.

2년이 지날 때부터 내부로부터 살림을 줄이고 개선점을 찾아 나섰으나 식당을 정리할 때까지도 빚을 다 갚지 못했다. 규모가 컸던 만큼 빚도 많았던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원인을 찾아보려고 할 때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여러 외식전문가들을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대답은 간단하였다. 결산을 한 달 단위로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는 것이다. 장사가 계속 잘 되었다면 그럭저럭 굴러갔겠지만 어느 순간 장사가 손해 볼 정도로 어렵게 된다면 이미 그 때는 손실을 만회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하였다. 나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장사가 어렵게 된 몇 달간을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 아니라 외부 자금으로 해결하려 하다 보니 결국에는 빚이 빚을 만드는 격이 된 셈이다. 경쟁력 있는 식당을 만드는 것의 기본은 탄탄한 조직력과 자금운용에 있다는 것을 비싼 수업료를 물고 난 다음에야 배운 셈이었다.

하루 일계표를 만들기 시작했다. 엑셀로 양식을 만들어 시작했는데 몇 번의 수정을 거쳐 지금의 양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일계표에는 매일 사입되는 재료는 물론 일반 경비, 그리고 인건비까지 매일 계산된다. 그 날과 주간단위, 월간 단위로 분석되고 있어 찾고자 하는 날을 들어가 보면 그 날까지의 재료비, 인건비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매출에 대비한 각 원가비율까지 정리하고 있어 분석이 아주 쉽다. 수도광열비는 매일 분석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일반경비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월말에는 반드시 포함시켜 가결산에 포함시킨다.

그리고 한 동안 있다가 매입재료들을 종류별로 구매금액을 정리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양파가 이번 달에 얼마치가 들어왔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재료별 구매양식은 각각의 메뉴에 대한 분석과 재료비의 많고 적음을 분석하기에 적당하였다. 재료비가 많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메뉴나 요리가 있기 마련인데 이런 재료별 구매 자료가 없으면 이런 메뉴나 요리의 원가가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를 알지 못하게 되니 판단할 근거가 과학적이지 않고 주먹구구식의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책 부록에 게재된 일일 분석표와 재료별 구매표를 참고해서 꼭 일일결산을 하기 바란다. 한 시간 정도 투자하면 된다. 당일 어려우면 다음날 오전에 하면 된다. 얼마를 팔았는지, 재료비가 얼마나 들어왔는지, 지금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어떤 재료가 요즘 비싼지 싼지 일목요연하게 판단할 수 있다. 이익프레임을 짜는데 항상 참고할 수 있다. 사실 식당경영자 정도 되면 음식이 나가는 정도만 판단해도 지금 재료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감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감으로만 알게 되지 정확한 내용은 아니다. 오래 하다 보니 느낌으로 아는 것 뿐이다. 어느 정도로 재료비를 더 올려야 할지 아니면 줄여야 할지를 판단하고 실행하는 것의 기초는 이런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경쟁력 있는 식당이 되는 방법 중의 하나는 많이 퍼 주는 것에 있다고 한다. 많이 퍼주다 보면 손님이 많이 찾아오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돈을 많이 번다는 뜻이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잘 되는 식당의 첫 번째 조건이 손님이 많아야 된다. 식당을 오픈한 첫 해는 재료비를 60% 선에서, 이듬해는 50% 선, 3년 차는 40% 이하로 한다든지 하는 자기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되며 이것은 매일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하루 이틀 미루다 보면 귀찮아져서 하지 않게 되는데 절대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 기초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올바르지 않으면 정확한 분석이 이루어질 수 없다. 하루일과를 미루는 것은 대박식당을 만드는 의지가 부족함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또한 월초는 재료비나 인건비를 조절하기 쉽다. 재료비가 많이 들면 조금씩 줄이는 것도 가능하지만 월말이 가까워질수록 재료비 컨트롤이 어렵다. 이미 이번 달의 매출은 70~80% 달성되었는데 재료비는 당장 줄일 수 있는 여지는 그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재료비를 줄인다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손님들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언제나 어려운 점이 적절한 재료비율의 투입인 것을 식당을 하다보면 항상 느끼는 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주거나 적게 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보니 외줄을 타고 가다 어느 쪽으로 몸이 기울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느낌도 참 많이 받기도 한다.

일일 분석이 재료비의 분석에 전부가 다 있는 것은 아니다. 매출분석도 있다. 매출 분석은 그 달에 판매할 목표가 얼마만큼 달성되었는지 알 수 있고 이에 대한 분석을 함으로써 매상기획을 할 수 있게 된다. 매상 기획이란 연간 판매 목표를 정해 놓은 다음 매달의 판매 목표를 얼마만큼 달성하고 있는 가를 분석하는 것이다. 한 달에 6천만원을 목표로 한 식당이 있다면 매일 2백만원씩을 팔면 된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월요일이 다르고 금요일 매출이 다르다. 월초가 다르고 월 중순이나 월말이 서로 다르다. 날씨에 따라서 틀리고 계절마다 또 다른 것이 식당 매상이다. 일일 분석은 이러한 매상기획을 가능하게 해준다. 작년 오늘의 판매가 어땠고, 내년에 팔 수 있는 금액을 예측하게 해 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일분석은 식당을 안정적으로 끌어갈 수 있게 해준다. 무리하지 않게 해 준다. 내실 있는 살림살이를 가능하게 해 주며, 불필요한 외부의 돈을 끌어들임으로써 식당을 어렵게 만들지 않게 해준다.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대로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판단의 기초가 일일 분석에서 나온다.
IP *.118.6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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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
2006.07.24 11:40:30 *.200.97.235
매일매일 분석표를 작성하여 파악하는 법, 이것을 개인에게도 적용하면 참 훌륭한 도구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계경영이라는 말이 시중에 떠도는 것도 같구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자신의 행동을 분석하는 시간을 저도 매일 매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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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2006.07.24 12:51:34 *.109.152.197
대단한 일일 경영시스템입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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