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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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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29일 11시 06분 등록
식당경영과 ISO - 1주차(1) : 업무분장

지난 주 계약을 마치고 이번 주에 지도위원이 첫 방문을 하였다.
이런 저런 안부 인사 겸 차를 마시며 가볍게 미팅을 시작하였다.
간단한 현황 파악이 이번 주의 주된 내용인 것 같아 보인다.

“사장님 식당에는 직원이 모두 몇 명입니까?”
“홀에 5명, 주방에 7명, 육부 1명, 카운터 겸 경리 1명 모두 14명입니다.”
“꽤 많은 편이네요. 그렇지 않나요?”
“그렇죠.” (으쓱하는 기분으로)
“이만한 규모에서 사람을 이렇게 쓰고도 수익을 내려면 많이 팔아야겠네요?”
“힘들어 죽겠습니다. 많이 팔든, 적게 팔든 때가 되면 월급을 줘야 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사람이 너무 많이 있는 건 아닌가?)

탐색은 가벼운 잽을 던져 보면서 시작되었다.
그냥 덤덤하게 생각했던 인원수가 갑자기 많아 보였다.
그냥 이정도 인원은 있어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머릿속에 ‘?’ 마크가 그려졌다.
왜 이런 말을 하지?
왜?

“주방 책임자는 누구죠?”
“예, 찬모가 합니다.”
“그럼 찬모가 쉴 때는 누가 합니까?”
“······ ?”(기습을 당한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찬모가 쉬면 누군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 역할을 누구가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아! 예. 누가 하긴 하는데 딱 누가 한다 뭐 이런 건 정해놓지 않구요. 자기가 쉬게 되면 전날 자기 일을 거진 해놓고 가기 때문에 아직까지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요.”
“사장님 제가 질문드리는 것은 어떤 문제가 생겼냐 안생겼냐가 아니라 그 역할을 어떤 사람이 대신하는지를 물은 겁니다. 그런 일은 나중에 확인할 내용입니다.
그럼 지금은 정해놓은 상태는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예”

첫 번째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상식적인 질문에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그 사람이 일이 생기거나 휴일일 경우 해당자가 자기 일을 사전에 준비해 놓거나 다른 사람이 그 일을 어느 정도 대신하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
홀 책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누군가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없는 대로 일을 하는 것이었다.
업무분장이란 시스템화, 즉 표준화의 기본중의 기본이라고 지도위원은 말했다.
개선내용은 실수를 줄이는 것이라 한다.
경험과 머리에 의존하는 것이 어쩔 수 없어 선택하는 것이 아니란 뜻이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사람들도 자기 역할이 있듯이 그 일을 하는 종업원들도 제각기 맡은 것을 해야 한다.
특히나 한 부서의 책임자가 공백일 경우 누군가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데 그것을 정해놓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일이 간단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충 되는대로 일을 해왔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아주 쉽게 생각하고 지나쳤던 부분이었는데.
그런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이번엔 내가 먼저 잽을 날렸다.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알아서 잘 하고 있는데요.”
“알아서 잘 하고 있다는 말은 책임과 권한이 분명히 정해놓지 않았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들리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뭐 그런 편입니다.”(약간 기분 나쁜 상태)
“아무리 업무 내용이 간단하고 단순하다 하더라도 분명한 일의 책임과 권한을 정해놓는 것은 업무분장의 기본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각 파트의 책임자가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이해가 되십니까?”
“······ ·”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표준화는 실수를 줄이는 것이자 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실수를 줄이는 것은 비용이 추가되는 것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맥도날드가 아르바이트 직원들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일을 표준화하고 업무를 명확히 한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실에서도 보이지 않는 실수나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함으로써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될 돈이 나가는 경우가 있을지 누가 압니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이런 경우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없애자는 것입니다.”
“표준화를 하는 이유는 알겠는데 그거하고 책임자의 대체역할을 하는 사람을 정해놓는 것 하고는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마 지도위원은 사전에 미팅했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말귀를 잘 알아듣고 의욕이 많은 걸로 기억했는데 지금은 좀 어리버리하고 답답한 인사로 보였나 보다.
나중에 정리할 때 보니 표준화를 하는 과정에 당연히 역할과 그의 대안이라든가 하는 것은 준비되는 것이 기본중의 기본이 아닌가.
그래도 이런 저런 얘기로 잘 넘어갔다.

오늘은 주로 주방에 관한 얘기가 많았다. 아무래도 주방이 식당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엔 주방에서 요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에 대한 애기를 하였다.
“사장님. 요리담당자들이 전처리까지 맡아서 하는 경우와 전처리를 하는 사람과 요리를 하는 사람을 틀리게 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요?”
“글쎄요. 우리 식당 같은 경우는 주방공간이 좁을 뿐 아니라 한정식의 특성상 많은 요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따로 분리하는 것은 생각도 못해 봤구요. 만일 그렇게 한다면 인원이 더 투입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자기가 요리할 재료를 자기가 준비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자고 해도 아마 자기네들이 싫다고 할걸요.”
“물론 상황과 실정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겠지요. 제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혹시라도 직원들간에 불만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무슨 불만요?”(뜬금 없다는 듯이)
“아마 서로 비슷한 급여를 받고 일 할텐데 어떤 사람은 항상 일이 많을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종업원은 좀 편한 일을 하는 경우도 있지 않겠습니까? 혹시 이런 문제로 종업원들 내에 내재된 어떤 불만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단지 요리하는 과정과 전처리하는 과정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런 의문을 던져 봄으로써 업무에 대한 책임과 권한 즉, 업무에 대한 분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래야 불만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불만이 있다면 해소해 나가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고객만족이란 이런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만들어 가는 것이지 어느 한 순간에 고객이 만족하는 식당을 만들어 나갈 수는 없는 거잖아요?”

1주차 지도위원과의 미팅은 주로 질문을 던지고 내가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그는 어떤 질문이 적합하다 아니다를 가지고 나와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팅하는 과정에 이런 저런 질문을 던져 개선할 내용이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현상을 보고 파악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오늘의 주제는 업무분장이 어떤 것이고 그것이 어떤 역할을 하며 마실에는 또 어떤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지를 설명하며 나를 이해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둔 것 같았다.
아주 쉬운 질문에서부터 나는 말문이 막혔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일들에서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것을 보고 생각에 잠기기 시작하였다.
8월의 지도계획은 현 운영시스템을 파악하고 진단하는 것이며 이에 기초해서 추진 방향을 설정한다. 그리고 추진실무를 맡을 담당을 정하고 계획을 수립(master plan)해서 추진 목적, 방향 설명 등 mind를 조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마디로 ISO 9001을 준비하는 ‘추진준비 및 계획수립’인 것이다.

지도위원은 미팅이 끝난 후 직원들과 간단한 교육(?)시간을 가졌다. 교육이라는 딱딱함 보다는 10여분 정도의 시간에 ISO에 대한 친숙도와 잠깐씩의 교육을 통해 약 5개월 동안 진행할 내용에 대한 숙지나 전달 그리고 아주 짧은 교육도 병행하기로 하였다.
오늘은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얼굴그림을 가지고 왔는데 뒤집어 보면 웃는 얼굴이 된다. 이 그림을 보여 주면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말 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라며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시간을 10분 정도로 잡은 것은 길게 교육한다고 해서 효과가 나는 것도 아닐뿐더러 짧게 말하는 속에서 더 높은 집중도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10분을 넘지 않기로 하였다. 역시 짧은 미팅은 많은 박수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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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그녀
2006.08.30 13:24:45 *.235.100.5
역시나 이번에도 잘 읽고 있습니다.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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