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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27일 10시 10분 등록

기가 막힌 반찬 하나가

원래 식성하나는 귀자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았는데 귀자 단식투쟁 이후로 조금씩 양을 줄이다가 얼마 전부터 사정없이 먹어치우기 시작했어.
먹어도 먹어도 밥이 들어가는 이유가 어디 있나 싶었더니만 다름 아닌 새로 만든 반찬 하나 때문이었지.
얼마나 맛이 있는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야.

“김밥 전문가, 스트레이트 파마 전문가, 의료사고 전문 변호사, 문화담당 전문 기자, 표정관리 전문가 등 전문가의 종류가 많기도 하다. 아무리 그것이 우습게 들리고 사기 같아도 그 말은 틀림없이 사회적 방향성을 지닌 강력한 영향력과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전문가라는 말을 ‘이 복잡한 세상에서 자신들이 모든 분야에서 다 훌륭하고 유능할 수 없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한 부분에서만은 탁월하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즉 전문가란, 다른 것은 못하지만 한 분야에서는 신뢰하고 믿을 수 있다는 것을 파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179p)

이 시점에서 왠 뜬금없는 전문가람?
밥 장사 10년에 봉사 눈뜨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요, 귀신 씬나락 까먹는 시대도 한참 지났는데도 뭔가에 홀린 가을밤 밤송이마냥 툭 떨어지는 것도 아니데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아주 우연한 기회에 100% 히트를 예감할 수 있는 메뉴 하나를 발견한 이 기쁨은 말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노릇이란 말이야.
에디슨이 발명왕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실은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것만 만든 시장주의자라는 것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고 하지. 그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돈이 될 만한 것을 위주로 만들고 그것을 파는 기업을 만든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만든 기업이 바로 GE라는 것만 봐도 조금만 머리 굴리면 알 수 있지.

어릴 적 시골에서 아주 맛있게 먹은 반찬이 있었어.
밥맛이 없을 때 밥에 비벼 먹으면 금새 입맛이 돌고 밥 한 공기 정도는 뚝딱 해치우곤 했었지. 고추와 멸치를 다져서 볶다가 조선간장에 살짝 조려서 만든 시골사람들은 이 반찬을 ‘고추다데기’라 불렀어.
까탈스럽기로 유별난 아내도, 핏줄 따라 입맛 또한 따라가게 마련인 우리 집 애들도 무지 좋아하더라고. 그 전에 검증되기를 논하자면 우리 집안에 장가온 사위들도 시골에만 오면 이 반찬에 환장했었거든.
식당을 하면서 언젠가는 한번 해 봐야지 했는데 미적미적하다가 지금까지 오게 되었지.

그러다 마실을 시작하면서 조심스럽게 시도해 보았지.
한정식이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에 잠시 접어두었다가 얼마 전 드디어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원들부터 시식을 시켰었지.
딱 일주일 만에 직원들이 먹는 반찬 1순위가 되어 버렸어.
원래 이 반찬은 경상도 지방에서 해먹던 것이라 충청도 사람들은 이런 반찬을 전혀 모르고 있더라구. 지방마다 특색이 있어서 잘 먹지 않는 음식은 가리는 편인데도 이 충청도 아줌마들이 엄청 잘 먹는 거야.

자신감을 얻고는 손님들 반찬으로 추가해서 반응을 조심스레 살폈어.
처음 며칠 동안은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냥 나왔거든. 직원들은 풀이 죽어 그냥 빼자고 하더군. 원래 대박 나는 요리도 처음 몇 달은 별 반응이 없는 법이잖아.
그러다가 조금씩 먹는 거야.
아는 분들한테 설명을 하고 먹으라고 하니까 처음에는 머뭇거리다가 바로 밥 한 공기를 다 비우는 거 있지?
어떤 아주머니는 어떻게 만드느냐고 물어보기까지 해.
오늘은 모임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도 그릇을 싹싹 비우는 것을 보고는 ‘야 이건 대박이다,’ 하는 감이 오는 거 있지.

자신감을 얻고는 지난 주 서울에 갈 일이 있어 선생님과 그 일당들을 만났을 때 조금씩 맛 뵈기로 나눠 드렸거든.
그리고 며칠 후 소감을 메일로 받았어. 다들 괜찮다는 반응이야.
정기적으로 공급받아 먹겠다는 분도 계셨어. 당근이지.
또 다른 분들에게도 선을 보였는데 아주 맛있다고 해.
어느 정도 맛에 대한 평가는 일단락된 느낌이야.

그런데 문제는 이 반찬이 모양새가 별로야.
한마디로 폼 나게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그건 내가 풀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따로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맛만큼이나 보기 좋게 만들도록 해야지.

해선 말인데 이 반찬 이름을 잘 짓는 것이 중요하거든.
모양은 그렇다 치고, 이름은 직접 만들어야 할 것 같아
명색이 앞으로 대박 날 상품인데 ‘고추다데기’는 좀 그렇잖아?
달랑 밥에다 비벼먹는 용도에만 쓰일 뿐이지만 밥도둑이라는 게장만큼 맛있는 거거든.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든다는 전어처럼 밥맛파워를 발휘할 것 같은 예감이야.
예를 들면 ‘고추양념장’이라든가 아니면 ‘고추양념볶음’ 등등.
좋은 이름 생각나는 분들이 계시면 알으켜 주면 정말 고맙고 당근 사례도 두둑히(?) 해야지.
혼자 생각해 보다가 이런 명칭도 생각해 보았다니까.
매울 辛에 맛 味 그리고 향기로울 香자를 붙여
“신미향”이라고 불러보면 어떨까 싶기도 해.
고추 椒자를 써 “신미향초”는 어떤 것 같아? 꼭 향신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좀 그래.

먼저 먹어봐야 안다고?
그래 그 말 언제 나오나 싶었다.
모임 때 한번 포장해서 가져가지. 맞는 말이야. 먹어봐야 맛을 알지. 일단 한번 먹어봐.
우리 편들 반응보고 손님들한테 호응이 폭발하면 바로 다음 작전 들어간다.
당분간 비밀이야.

기가 막힌 반찬 하나가 요즘 하루 재미를 더해 준다니까.
그러니까 밥장사 전문가지.
IP *.118.6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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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이
2006.09.28 10:55:01 *.123.119.172
와... 군침도네요... 성공예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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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지
2006.10.04 12:38:00 *.44.152.193
저는 울아빠 <이종승>씨의 큰딸내미 이옵니다 ㅎㅎ
아저씨 얘기는 아빠를 통해서 많이 들었구요. 처음에 고추다데기 볼때는 상당히 많은 의심을...?? 했는데,,
매워서 먹지는 못하고 그냥 주위분(?)들의 먹고 난 느낌으로만,, ㅋㅋ
어쨌든,, 대박 나셨으면 좋겠어요!! 홧팅!!
아저씨가 싸 주신 불고기 짱 맛있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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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지큰아빠
2006.10.12 15:36:57 *.145.231.237
안녕? 슬지,
이름이 무척 예쁘구나.
엄마, 아빠 잘 계시지?
천안에 한번 놀러오렴. 큰아빠가 맛있는 거 많이 사줄께.
아빠 요즘 술 많이 드시지 않는지 걱정된단다.
보고싶구나.
꼭 다시 만나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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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정
2006.11.21 22:01:54 *.79.202.94
마실 운영하시는 거 맞으시죠? (글을 통해서 읽은 기억으론 .. 맞을 듯..) 근데 다른 분인 줄 알고 올려 놓은 글을 지운거 있죠... 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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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정
2006.11.21 22:03:22 *.79.202.94
다시 쓸께요..
제가 지은 이름은 "마실 볶음 고추" 예요
마실이라는 고유의 브랜드와 볶음 고추라는 일반적인 요리 명칭을 합해서 ..........................마실 볶음 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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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정
2006.11.21 22:11:20 *.79.202.94
1. 입에서 부르기 쉽고

2. 다시 먹고 싶을 때 잘 기억나고

3.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때 입에서 쉽게 나오고

4. 이름만 들어도 그림이 그려지고 군침이 도는 .....
여기 까지는 고추 볶음의 이름이 붙여지기 까지

5. 그러나 그 만의 독특하고 차별성이 있는 이름...
.마,,,,,,,,,,실 이라는 브랜드


바로........................................마실 고추 볶음...

어떤 이름이 붙여지더라도 꼭 ! 사서 먹을께요.. 그리고 홍보도 함께..약속을....~ 대박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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