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박노진
  • 조회 수 3588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7년 2월 23일 23시 32분 등록

마실 1년, 그리고(2)

마실이 한 때 대박식당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그러나 주인의 관심이 다른 것에 옮겨지면서부터 ‘예전 그 마실?’이란 대답으로 회자되었다. 한 번 떠난 고객이 다시 돌아오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는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음식과 서비스라는 두 요소가 식당비즈니스에서 핵심적인 성공요인인지 말하지 않아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신시가지가 개발되면서 상권이 변하듯이 식당도 고객의 트렌드가 변하면서 같이 변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메뉴의 개발이나 서비스에 대한 교육과 남다른 고객만족을 위한 우리 식당만의 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R&D라고 감히 말한다. 잃어버린 마실의 고객을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돈, 시간이 투자되었다. 매일 직원교육을 하였고 메뉴개발을 위해 요리전문가가 투입되었다. 그리고 6개월 이상의 시간을 인내하면서 기다려야 했다. 식당비즈니스에서 연구개발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기본이란 의미는 가장 자신있는 메뉴와 그것의 활용에 능숙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마라톤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듯이 식당비즈니스도 하고 싶다고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업이 아니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처럼 고객이 가진 암호를 푸는 작업에 매일 조금씩 꾸준히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

얼마 전 마실의 전 주인을 만나 술을 하였다. 그의 비즈니스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조금의 도움을 주었던지라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던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 설 무렵 만났던 것이다. 저녁이 거의 끝나갈 무렵 답례로 가볍게 맥주 한 잔을 제안했고 우리는 늦은 시간까지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식당비즈니스에 미련이 남아 있는 듯 보였지만 이미 그는 전의를 상실한 것처럼 보였다. 마실이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수많은 시간과 기회를 고스란히 날려버린 회한 같은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미 전쟁터에서 퇴각해버린 패잔병은 오직 살기만을 바라듯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아쉬움과 과거의 영화뿐이었다. 예전의 마실과 지금의 그가 처한 현실은 마실의 경영자로서의 결과라고 생각되었다. 누구의 잘못이 아닌 경영자의 책임이자 몫에 충실하지 못한 댓가가 지금의 참담한 현실인 것이다. 식당비즈니스의 꽃은 경영자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경영자의 움직임, 생각, 결정, 실천에 따라 식당비즈니스라는 꽃이 피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그래서 피트 드러커는 “경영은 일을 올바로 하는 것인 반면에 리더란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라 하였고, 잭 웰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고 GE의 전 구성원은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고 하였다. 식당비즈니스에서 경영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올바로 인지하고 있고, 직원들은 그러한 경영자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 가를 알고 있다면 그 식당은 번성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경영자의 몫이다.

나는 다른 식당에 가서 식사하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일주일에 두 세 번은 보고 배울 만한 식당을 찾아간다. 가능하면 서울이나 수도권을 자주 찾아간다. 배울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주방직원들과 요리선생님을 들볶기 시작한다. 내가 직접 만드는 재주가 없으니 대신 만들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투자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경영자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가를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다들 그 귀찮음을 감수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랑 같이 일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 월 몇 가지의 요리를 바꾸다 보니 어떤 고객은 올 때마다 못 보던 요리가 나온다면 좋아하는 것도 보았다. 아방궁도 하룻밤에 몇 번을 부수고 지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은 춘몽에 불과하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쓸모없어 보여도 일단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시작하는 것. 해보다 아니다 싶으면 다시 다른 아이디어로 전환하는 것. 이러한 것은 경영자의 실천의지가 행동으로 나서지 못하면 행해지지 않는다.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가장 중요하게 나서는 문제가 실천인 것이다.

비즈니스의 핵심영역이기도 하지만 가장 어려운 영역으로 마케팅을 들 수 있다. 만만해 보이지만 막상 덤벼들고 보면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말 힘든 곳이 바로 여기다. 마케팅은 창을 들고 고객을 잡으러 쫒아가는 것이 아니라 꽃과 사탕으로 고객을 유혹하는 것이다. 고객을 창출하는 것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고 이는 고객을 돕는 것에서 출발한다. 마실은 광고를 하지 않았다. 스승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따라하였다. 맛있는 음식을 편안히 먹을 수 있게끔 만들어서 고객들이 마실에 온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보이지 않게 배려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화장품이라는 수단으로 아름다움을 팔듯이 음식이라는 상품으로 그들의 목적을 팔았던 것이다. 음식과 목적의 교환과정을 통하여 서로의 욕구와 필요를 충족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금관리를 들 수 있다. 회사가 파산하는 이유가 수백 가지가 된다고 하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금관리라 함은 99% 현금관리를 의미한다. 기업의 생사는 현금흐름이 결정한다. 게임에 집중해야지 점수에 연연하면 그 경기는 놓친다고 한다. 경영에 집중하게 되면 그 결과로서의 재무적 성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부정하는 것으로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자금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투자와 집중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됨을 경고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손익프레임을 정하고 지켰다. 지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와 재료비의 비율을 55~65% 이내로 유지하였다. 초기 3개월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이 범위 이내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한 달 손해를 보면 그것을 만회하는데 보통 6개월이 걸린다. 말은 쉽지만 실제 하는 것은 정말 고통스럽다. 이를 위해 매일 ‘일보’를 작성하고 분석하였다. 월 초부터 수위를 조절해 나가지 않으면 월 말에 가면 통제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그 때 가서 후회하면 어렵다.

혹 주변에 식당을 운영하는 이가 있거나 관심 있는 지인이 있다면 앞에 언급한 몇 가지들을 숙지해서 전달해 주었으면 좋겠다. 나와 마실이 대단하고 잘나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식당비즈니스를 하는 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고 지켜야 할 기본이기에 언급한 것이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꿈꾸기는 쉬워도 매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힘들다. 그렇지만 생각만으로 이룰 수 없음은 말해 무엇 하랴. 식당비즈니스는 어렵고 힘들다. 할 수 있다면 다른 업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것밖에 할 것이 없다면 명심해야 한다.

IP *.152.82.31

프로필 이미지
3기 신종윤
2007.04.19 11:15:27 *.227.22.57
'식당비즈니스는 어렵고 힘들다. 할 수 있다면 다른 업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것밖에 할 것이 없다면 명심해야 한다.'

이 글을 여러번 읽었는데, 오늘 유난히 마지막 문구가 마음에 박힙니다. 제 경우는 '이것밖에 없다면'을 '이것을 선택했다면'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92 어제보다 나은 식당(47) - 프롤로그 6 박노진 2006.07.19 3871
5091 어제보다 나은 식당(48) - 프롤로그 7 박노진 2006.07.19 4006
5090 어제보다 나은 식당(49) - 브랜드를 만들어라 박노진 2006.07.23 4580
5089 어제보다 나은 식당(50) - 손익은 일일분석에서 판가름 난다 [2] 박노진 2006.07.23 4848
5088 어제보다 나은 식당(51) - 마지막 회 [6] 박노진 2006.08.02 3783
5087 식당경영과 ISO(1회) [1] 박노진 2006.08.17 4391
5086 식당경영과 ISO 2회 - 3년 계획(1) 박노진 2006.08.20 3809
5085 식당경영과 ISO(3회) - 3년 계획(2) 박노진 2006.08.22 4277
5084 식당경영과 ISO(4회) - 걱정거리 박노진 2006.08.23 4265
5083 식당경영과 ISO(5회) - 업무분장 [1] 박노진 2006.08.29 6501
5082 식당경영과 ISO(6회) - 표준화를 한다는 것의 의미 박노진 2006.08.31 4247
5081 식당경영과 ISO(7회) - 시스템 교육 [1] 박노진 2006.09.04 4205
5080 -->[re]차별화와 표준화 [1] 부지깽이 2006.09.10 4332
5079 기가 막힌 반찬 하나가 [6] 자로 2006.09.27 4491
5078 레스토랑 마케팅 2 - 10년 동안 배운 단 한 줄의 마케팅구절 박노진 2007.01.18 3973
5077 레스토랑 마케팅 1 - 시작 박노진 2007.01.18 3945
5076 레스토랑 마케팅 3 - 외식산업에 대한 이해 박노진 2007.01.23 5153
5075 레스토랑 마케팅 - 마실 1년 그리고(1) 박노진 2007.02.23 3663
» 레스토랑 마케팅 - 마실 1년 그리고(2) [1] 박노진 2007.02.23 3588
5073 (008) 미래 키워드 5개와 나의 길 [5] 校瀞 한정화 2007.04.29 3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