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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29일 15시 09분 등록
복잡해지는 세상을 위한 단순화 전문가
<내 앞에 전개될 미래 사회의 모습과 나의 길>


우리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예측 속에서 살아간다. 일기 예보나 주가예측처럼 단기예측에서부터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처럼 수백 년에 걸친 장기예측도 있다. 그 예측이 잘 맞는 경우도 있지만 잘 맞지 않은 경우가 더 다반사이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예측을 하는 이유는 점점 불확실해져가는 미래에 대비해 좀더 잘 대처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예측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기저에 흐르는 단순한 법칙을 찾으려고 한다. 나는 단순한 법칙을 동양학에서 찾고자 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의 모습을 동양학적 관점으로 해석하여 보자. 해석을 위한 기본적인 기준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첫째, 天, 地, 人 세 가지를 변화의 축으로 삼는다. 천(天)은 시간의 흐름을, 지(地)는 공간의 변화를, 인(人)은 흐름의 내용을 상징한다.

둘째, 변화의 흐름은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법칙을 따른다고 규정한다. 시간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공간은 힘의 균형을 찾아가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에 의해 좌우되며, 사람은 인간의 욕망에 따라 물질과 정신 사이를 오고 간다.

셋째, 공간은 다시 변화의 속도 차에 따라 맨 아래 층부터 자연, 문명, 기술, 경제/경기, 시장과 시대정신, 유행과 제품 등 6가지의 층으로 나눈다. 마티아스 호르크스 <미래, 진화의 코드를 읽어라>를 참조한다.

이 구조에 따르면 층마다 변화하는 속도가 다르다. 위층에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더디게 변화한다. 유행(fads)이나 제품 트렌드는 바로 제일 위층에 해당되는 흐름이고 그 아래층에 시장 흐름이 자리한다. 페이스 팝콘이 제시한 소비자 트렌드는 시장의 흐름에 해당된다. 제레미 리프킨이 제시한 엔트로피 개념은 시간에 영향을 주는 것이므로 모든 층을 지배한다. 앨빈 토플러가 제시한 지식 혁명의 물결은 문명 위의 모든 층을 아우르는 흐름에 속한다. 자크 아탈리의 노마디즘은 문명의 흐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심층기반일수록 변화의 속도가 느리지만 상층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심층기반으로 갈수록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변화의 방향만 제대로 읽는다면 먼 미래의 모습까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심층기반의 변화로부터 시작하여 상층으로 올라가면서 변화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미래사회의 모습을 그려보려고 한다.

첫째, 엔트로피 법칙은 시간뿐 아니라 공간도 영향을 준다. 그 결과 공간의 변화는 토머스 L. 프리드먼이 제시한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대전제가 성립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평평하다’라는 의미는 지리적 환경이나 거리뿐 아니라 보이지 않던 벽까지를 통틀어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제약이나 걸림돌이 될 만한 벽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벽을 사라지게 하는 흐름의 주체는 경제이다. 그 경제의 근본은 인간의 물질적인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 제레미 리프킨과 토머스 프리드먼 -

둘째, 경제는 정착에서 다시 이동으로 변화한다. 수렵에서 농업으로, 농업에서 산업으로, 산업에서 지식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정착과 이동사이의 변화과정으로 묘사할 수 있다. 지식의 시대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자유도는 더욱 커져 이동성이 매우 높아졌다. 소유에서 접속으로의 변화도 이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모든 조직의 규모도 줄어드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한 조직에서 모든 업무를 해결하던 과거의 독립적인 방식에서 아웃소싱이나 협력관계를 중시하는 관계형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 자크 아탈리 -

셋째, 시장은 창조성과 생산성 사이의 긴장 관계에 의해 변화한다. 시장은 두 극점 사이를 오가며 발달해왔다. 기술의 혁명으로 발견한 새로운 세계는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으로 꾸준히 성장해오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성장 한계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형태로 역사는 반복된다. 지금은 레드오션보다는 블루오션을 강조하는 창조성의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도 시스템 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윤석철-

넷째, 다른 분야는 분리에서 통합으로 전개된다. 세상이 복잡해짐에 따라 분리되고 전문화되었던 영역이나 분야들이 통합되거나 혼합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정보기술도 유비쿼터스로 융합되는 추세이다. 학문의 영역도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었던 부분들도 부분에서 전체의 관점을 중시하면서 통섭되고 있다. 또한 경제 주체도 크기 면에서 아주 커지거나 아주 작아지면서 통합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프로슈머나 1인 기업 등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다섯째, 개인화의 현상이다. 표준화되고 대중화되던 경향에서 차별화를 중시하는 탈대중화를 통해 개인화 또는 다양화되는 추세이다. 이런 추세는 분야마다 세부적으로 관찰해보아야 할 것이다.

개인화의 추세 중에 한 가지를 찾아보면 복잡성에서 단순성으로의 회귀이다. 세상이 커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변화의 불확실성이나 불안정성에 대한 반작용으로 단순성을 선호하는 추세가 발생한다. 제품이나 조직의 형태도 이에 해당한다. 조직이 분리되어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다 보면 서로간의 단절로 인해 소통이나 최적화되는 경우가 줄어든다. 이에 복잡한 문제나 현상을 전체 관점에서 통찰하고 이해하려는 현상들이 발생한다.

이런 모습 속에서 현재의 직업과 미래의 직업을 비벼낼 수 있는 직업을 찾았다. 꼭 맞는 설명을 <미래생활사전>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단순화 전문가이다.

[Simplicity Experts 단순화 전문가] 복잡한 기술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복잡한 기술을 단순하게 만드는 통찰력과 재치를 갖춘 이는 매우 드물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단순화 전문가’가 출현하게 될 것으로 예견한다. 이들의 임무는 복잡한 소프트웨어와 기업 네트워크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다.우리는 이미 그 시작을 보고 있다. 정보 기술 전문지 <인포메이션 위크 Information Week>는 “사업 기술이 갈수록 너무 복잡해지고 그 범위도 넓어져 고객들이 다시 IT업체를 불러 산더미 같은 복잡성을 묻어 버리거나 아니면 적어도 드러나지 않게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또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요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근원적인 단순성”이라는 제목의 컨퍼런스를 주최하기도 했다. (p476)

단순화를 적용할 영역으로는 경영(특히 프로젝트), 책, 트렌드 분야 등 세 가지를 선택하였다. 경영분야는 현재의 직업과 관련이 있고, 책은 연구원과 관련이 있으며, 트렌드 분야는 미래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영역을 조화롭게 묶어 낼 수 있다면 재미있고 참신한 영역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

과학기술은 지금껏 불가능했던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여 우리를 수많은 선택과 직면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과학기술은 우리의 삶을 더욱 충만하게 하였지만 동시에 거북할 정도로 비만하게 만들었다. 즉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선택으로 인한 결과는 그만큼 커졌다. 이는 삶의 우선순위와 각각의 선택이 주는 의미에 대해 더 분명히 인식할 필요를 느끼게 한다.

단순화는 군더더기를 없애고 삶의 우선순위를 드러내 주는 좋은 수단이다. 따라서 복잡해진 세상에 단순화는 더욱 중요해지고 의미 있는 작업이 되었다. 불확실한 미래의 복잡한 흐름 속에서 트렌드를 잡아내는 것도 단순화 작업의 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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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4.29 18:07:54 *.70.72.121
하루가 다르게 변화의 가속력이 붙고 복잡한 시장경제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산업공학전문가의 단순화 작업이라... 그야말로 모순이 공존하는 모습을 느낍니다.

사부님께서 많은 일들을 하시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으시며 즐거운 일상의 취향을 마음껏 누리시는 것, 또한 우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여해님의 단순화 전문가라는 직업과 맥을 같이 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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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2007.04.29 20:57:31 *.60.237.51
창용 형님, 잘 내려가셨습니까^^ 언제 원주에서도 한번 모여야 할터인데 말입니다. 매번 오가느라 고생이시니...

얼마전에 존 마에다의 '단순함의 법칙_The Laws of Simplicity'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혹시 안 보셨다면 조금 도움이 되실지도... 아주 얇은 책이니, 부담느끼실 필요은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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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7.04.29 22:59:12 *.142.163.4
'단순화 전문가'라는 말을 처음 듣고 왠지 끌렸습니다. 일반인들에게 IT 관련 이론을 쉽게 풀어 주고픈 욕구가 있는데 단순화의 개념과 무관하지 않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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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7.04.30 09:30:24 *.99.120.184
써니님/ 아직은 막연한 개념이지만 조금씩 구축해나가려고 합니다. 많은 응원부탁합니다.

도윤님/ 단순함의 법칙이란 책을 보았어요. 디자인쪽에 치중되어 있지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재동님/ 같이 한번 해봅시다. '단순화' 나한테도 매력적으로 끌렸어요. 분야는 다르겠지만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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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4.30 09:47:42 *.99.241.60
단순전문가라 좋은 직업같습니다.
많은 말보다다 촌철살인의 한마디.
구구절절 많은 글보다는
짤막한 글이 더 힘이 있는것 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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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웅
2007.05.04 00:10:00 *.47.119.17
① 심층기반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상층부의 변화는 심층기반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② 인간의 물질적인 욕망이라는 심층기반이라는 결과적 원인으로 인해, 모든 분야의 경계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③ 분리에서 통합으로, 부분에서 전체의 관점으로 변화되는 추세이다.

창용님의 글을 읽고 제게 가장 와 닿은 3가지 내용을 간략하게 메모해 봤는데, 역시 풀어서 쓰는 것은 쉽지 않네요. 제겐 특히 ③번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까지 전문화·세분화가 이루어질 것이고, 어떤 모습으로 통합되고 융합되어 미래가 그려질지 궁금해지네요.

영훈님과 더불어 많은 글에 댓글이 달린 모습을 보니 역시 나보다는 먼저 주위 사람들을 챙기는 영훈님의 훈훈한 마음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네요. 그럼 앞으로도 좋은 활동, 좋은 글 쓰시길 빌어요. ^^

아, ‘단순화 전문가’란 말을 들으니까 오늘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 ‘노자’ 부분에서 본 “진보란 단순화입니다”란 간디의 말이 생각나네요.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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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7.05.04 10:02:08 *.99.120.184
김신웅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지만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저의 글을 읽는 보이지 않는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기쁘기도 하고 책임감도 다지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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