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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일 11시 08분 등록
■ 영성

"이 시대 최고의 메가트렌드는 영성에 대한 탐구이다."
- 패트리셔 애버딘 ([메가트렌드 2010] 저자)

나는 2002년도에 KLC에 입사했습니다.
입사하였을 당시, 회사에는 이제 막 코칭을 공부하기 시작하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공부한지 1~2년 쯤 되시는 분들로 보였습니다. 그들은 무료로 직원들에게 코칭을 해 주셨는데, 그 분들께는 코칭 실습이었고, 직원들에겐 좋은 자기 성찰 및 도약의 기회였습니다. 사실, 코칭을 받은 직원들이 모두 자신을 돌아보고 한 단계 성장했는지에 대해서 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 그 코칭의 시간은 바쁜 직장 생활 중 잠시 맛볼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이어서 저는 그 시간을 퍽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때, 나를 코치해 주신 분은 (당시) 김범진 대리였는데 지금은 나우코치의 대표코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퍽 신중하고 사려깊은 분이었죠. 나는 그 분을 좋아했습니다. 며칠 전, 서점에 갔더니 책장에서 낯익은 이름, '김범진'이라는 이름이 있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꺼내들었더니, 내가 알고 있는 그 김범진님의 책이었죠. [행복한 CEO는 명상을 한다]라는 제목의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명상과 리더십에 대한 책입니다. 종교적이지 않으면서도 영적인 책입니다. 말하자면, '종교를 배제한 영성'을 다룬 책입니다.

최근 미래에 대한 책을 몇 권 읽다보니, 앞으로는 이런 책이 보다 많이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정신없이 달려온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있는 성장이었던 것입니다. 페이스 팝콘은 '현명한 성장(smart growth)'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며 지금까지 우리가 성장만을 추구하며 달려왔는데, 앞으로는 현명하고 발전적으로 성장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예측하였습니다. 그 성장의 관리 도구가 저는 바로 '영성'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기술과 정보가 아니라, 이 많은 정보와 첨단 기술들 사이에서 어떤 정보를 활용하고, 어떤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지를 확신할 수 있는 '자신에 대한 지식'입니다.
분주한 삶에 잠시 쉼표를 찍어
침묵하고, (파커 팔머는 우리 인생의 의미를 헤아리도록 도와주는 것은 언제나 침묵이라고 했죠.)
성찰하여,
나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영혼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문제의 근원이 인간의 영혼일 때에는 여러 방면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영성, 그 것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방향에 대한 감각과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확신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종교적인 영역이 아닙니다. 지금 말하고 있는 영성의 의미는 개인의 성장 속에서 보다 신성한 것을 경험하고 보다 의미깊은 깨달음을 누리는 것입니다. 의미를 발견하는 능력, 성찰을 통한 방향 감각을 찾는 것, 존재의 기쁨을 발견하는 것, 도덕이나 자기 절제 등이 영성과 관련된 일인 것입니다. 물론 종교적인 동시에 영적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인간의 구원 문제에서는 종교적인 영성만이 길이라고 믿습니다만 패트리셔 애버딘 같은 미래학자는 영성의 실용적인 면을 부각시킵니다. '종교를 배제한 영성'을 얘기한 것이죠. 물론, 종교 없는 영성만이라도 보다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도 그 흐름의 물결을 부인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종교를 가지지 않으면서도 영성을 가진 자들이 많아지는 사회. 이것이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 있는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한 가지 특징입니다.
저희 집에서 24시간 가동되고 있는 공기청정기는 방 안의 공기는 정화시키지만, 점점 오염되고 있는 제 영혼을 위해서는 아무런 일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영성입니다.
모든 속도가 점점 빨라집니다. 종윤 형이 말한 것처럼 십 수년 전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라는 노래는 정말 빠른 노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들어보면 정말 그다지 빨라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속도 불감증에 걸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속도가 빠르면 놓치는 것이 많아집니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영성입니다.

■ 시장의 힘 (부의 물결)

아탈리는 시장과 민주주의 관계가 미래 사회의 모습을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시장 경제는 자유경쟁을 통한 이익을 보장했지만 오늘날 시장은 거대 자본이 이익을 독점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시장이 충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과 민주주의의 충돌의 시장의 승리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은 자본을 앞세워 국경을 초월하여 확장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국가 내에서만 영향력을 갖기 때문이다. 아탈리는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시장의 힘이 계속 확장될 것을 우려한다. 상품화 현상과 함께 국가간의 분쟁이 늘어날 것이고, 결국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경영 전략가인 피터 슈워츠도 자신의 저서 『미래를 읽는 기술』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로 2005년의 세계를 설명했다. 그 중 하나가 ‘세계 시장’ 시나리오다.

[271] 이 시대를 지배하는 것은 1990년대를 풍미했던 이데올로기 논쟁이 아니라 경제문제이다.

[278] 세계 시장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시나리오다. 이 안에서는 모든 일이 가능하며, 혁신과 변화가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끊임없이 부를 축적하면서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이 세계 시장에는 수많은 낙오자들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리우데자네이루의 고급 주택가 바로 옆에는 절망적인 빈민가가 늘어서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사회 밑바닥 계층의 사람들에게 빈곤으로부터 벗어날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심화된다. GBN 회의에 참석한 생물학자 피터 워셜이 말했듯, 그 곳은 분재처럼 보이는 황무지가 펼쳐진 곳이다. 분재는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은 조그만 화분 속에 갇혀 있다.

→ 연구원들이 떠오른다. 우리에게 지적 무지로부터 벗어날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지적 향연에서 누리는 자와 주린 자의 격차는 갈수록 심화될 수 있다. 세계시장 시나리오의 낙오자들과 연구원의 낙오자들의 차이점은 뭘까? 아탈리는 성장, 분배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것을 보다 확대 적용하면 우리 연구원들이 지적 성장과 함께 추구해야 되는 것이 있지 않을까? 그것의 이름이 지식의 공유가 되든 상생이 되든, 지적 성장만 추구하는 것으로는 뭔가 의미를 못다하는 것은 아닐까?
갑자기 한국미래학연구원의 하인호 원장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만들어낸 산업사회는 자본주의와 글로벌화로 그 특성이 표출되면서 우리에게 또 다른 과제를 안겨 주었다. 상생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상생의 노하우는 뭘까? 지식 공유의 목적은 뭘까?
IP *.134.13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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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7.05.01 16:06:07 *.99.120.184
정신적인 부분은 미래에서 핵심적인 영역이 될 것입니다. 지금도 그런 현상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죠. 희석씨의 자질이나 재능으로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행복 유통업자 참으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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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5.01 18:10:11 *.99.241.60
상생의 노하우에 대한 나 개인적인 답변으로는
끊임없는 지식의 생산과 공유로 서로 개인에 적합한 지식을
선별하여 주고 그것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언을 해주는 것이라고 보는데,
아마 나 자신을 12명이 관찰해주고 도와준다면 어떤일도 자신있을 것 같은디...
지난번 연구원모임때 우리 넥타이 크기를 가지고
비교를 해주셨던분처럼 서로 지적해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대신 넥타이의 크기에 대한 적당한 비율과
메는 방법도 좀 알려주셨더라면 좋았을텐데....

오늘 아침 넥타이 메면서 몇번을 바꿔메고 왔는데, 영 자신이 없음.ㅠ.ㅠ

희석이 밝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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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2007.05.04 09:09:17 *.249.167.156
'분재는 아름답지만... 조그만 화분 속에 갖혀 있다.' 희석의 발표를 들으며 노트에 받아 적었던 기억이 난다.

희석의 강점은 많은 책을 통한 지식과 강연 활동을 통한 노하우, 그 쌓음과 나눔 사이의 좁은 간격을 잘 활용하면 누구보다 빨리 발전해나갈 것 같다. 막연히 느끼고 있을 지식과 지식들이, 분재 속의 아름다움을 벗어나, 마구 마구 연결되는 '가슴 벅찬 그 순간'이 눈에 선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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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웅
2007.05.05 01:02:28 *.47.119.17
저도 희석님의 견해에 적극 공감해요. 그리고 연구원 분들의 ‘미래 비전’ 과제를 차례대로 읽어 왔는데 대부분의 분들도 이를 지적하네요. 그만큼 이 문제가 앞으로 중요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거겠지요. 희석님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관심이 가장 많은 거 같아요. 보기 좋은데요!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어느 날 밤에 우연히 가로등을 바라보다 머리 속을 스친 생각인데요, “가로등은 밝고 환한 낮에는 필요가 없는 거구나.. 아하.. 가로등은 어두운 시간대에 필요한 거였군. 그게 바로 가로등의 역할이구나...!”

이 생각에서 뭘 느꼈냐면, 가로등과 성찰을 연결시켜 봤어요. 우리 삶에서도 분주하고 바쁠 때는 성찰의 중요성을 감지하기가 어렵지만, 힘들고 일상에 지쳐갈 때 즈음에는 자신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 조용히 성찰을 하게 되는 것 같거든요. 아, 뜬금없이 엉뚱한 말을 한 거 같네요. 희석님의 글을 읽다가 예전 기억이 떠올라서 그만!

위에 분들이 좋은 말씀을 다 해주셨네요. 앞으로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테니까 그만큼 희석님이 하고자 하는 일에도 가능성이 무한하겠네요. ‘행복 유통업자’ 희석님의 아름다운 미래가 그려집니다. 좋은 글 많이많이 쓰시고, 파이팅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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