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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0일 21시 10분 등록
변화가 시작되는 곳

변화가 뭇사람의 화두가 된지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감각으로 체화되기에는 아직 먼 이야기 같다. 아니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 이상 체화하는 것은 앞으로도 요원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환경은 급속하게 변하고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요즈음 상황에서 변화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이 되었다.

변화가 필수라고는 하지만 적절한 시기를 맞추기는 그리 쉽지는 않다. 사람이란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에는 변화를 수용하려고 들지 않는 법이다. 즉 절박한 사람만이 변화를 더 쉽게 수용하고 더 나아가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문제는 절박함이 변화를 쉽게 수용하지만, 그 때는 이미 늦었다는 점이다.

최근 아이들이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하여 어떤 브랜드의 치킨을 주문하게 되었다. 그때 마침 사은품 증정기간이어서 사은품으로 개미들의 생활상을 한눈에 관찰할 수 있는 투명한 3차원 관찰통을 받았다. 둘째아들 태규는 워낙 동물을 좋아해서 이 사은품 때문에 신이 났다. 당장 밖으로 나가 서너 마리 개미를 잡아와서 통 안에 넣었다. 몇 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왜 개미가 집을 만들지 않아요?’ 라며 나를 졸라대기 시작했다. 설명서에 의하면 적어도 사나흘은 지나야 집을 짓기 시작한다고 되어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 기다려 보기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에 통을 살펴보니 우왕좌왕 주변을 살피느라 개미들이 정신이 없다. 또 다음날 아침이 되어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사흘째 되는 날 조금씩 통 속에 있는 젤을 파내어 굴을 만들기 시작했다. 설명서에 나와 있는 대로 자기의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개미도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이제야 적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를 수용하기까지 사나흘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개미도 변화에 적응하는데 사나흘씩이 필요한데 사람은 오죽 하겠는가? 변화라는 의미 속에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먼저 떠오른다. 이것은 아마 지난 IMF사태 때 구조조정이라는 변화의 소용돌이가 워낙 크게 몰아쳤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변화를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도구로 활용해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의 물결을 감지하는 센서가 필요하고 그 시기를 조율할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다시 그런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럼 변화는 어디서부터 오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역사를 보면, 자유, 평등 그리고 개혁 등 현재의 미국적 가치관의 대부분이 변경(邊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정착과 개척이 만나는 곳, 그곳이 변경이었다. 리오 휴버만이 쓴 <가자, 아메리카로> 책에 이런 글이 나온다.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 살고 있던 곳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 계약 노예노동자들, 모험을 사랑하는 사람들, 구 정착지에서는 발전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야심가들이 변경으로 모여들었다. 그곳은 독립과 부(富)를 향한 열쇠였다.” (p68)

이처럼 변화의 물결은 중심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변경에서 시작한다. 항상 변경이 어디인지 확인하고 변경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 그래야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적절한 시기에 파도를 서핑하듯 변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변경의 한 곳에 자신의 센서를 달아두자.

그럼 사람에 있어서 변경은 어디인가? 개인적인 생각으로 변경은 변화되지 않아야 하는 부분과 변화되어야 하는 부분의 경계라고 생각한다. 변화되지 않아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나는 꿈이라고 하고 싶다. 꿈만은 변화하지 말아야 하며 자신의 인생을 걸고 꾸준히 걸어가야 하는 목적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현재 안정이 깨졌다는 사실보다는 꿈이 없는 허허벌판으로 내동댕이쳐졌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꿈부터 세우는 일이다. 꿈이 있다면 아직 인생은 끝난 것이 아니다. 그 꿈이 삶의 변경으로부터 다시 중심에 설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변화도 변경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장소는 다르다. 邊境이 아니라 變.經.이다. 이 곳 ‘변화경영연구소’에서 나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변.경.’이 나의 변경에서 중심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나는 서서히 일어서고 있다. 꿈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어제보다 아름다워지고 있는 것이다.

‘변.경.’은 변화가 시작되는 곳이다.
IP *.211.6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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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5.11 01:17:41 *.70.72.121
가장 좋은 칼럼 같은데요. 그런데 나는 꿈이 없나봐... 개미의 집은 3일
써니의 집은?... 邊境을 變經으로 이끌어낸 그대를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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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5.11 05:41:39 *.72.153.12
두 세계가 부딪히는 가장 혼란스런 공간 그곳이 변경(국경, 변두리, 경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자신을 찾고, 그리고, 스스로 일어서고, 거기서 새로 발견한 자신이 되는 것이 변화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변경으로 자신을 이끌었던 그 사람들을 따라서, 5월에는 저도 경계에 서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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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7.05.11 06:16:02 *.128.229.105
경계인, 좋지.

황금의 시대를 살지 못하는 부적응자들
지금 서 있는 자리를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창조적 모헙가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이 경계를 넓히고 새로운 신시가지를 만들어 낸다. 거점이 확보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변화다. 그리고 이윽고 유목을 접고 정착하게 되면 변화는 질서에게 일상을 맡기게 된다. &#44249;계와 변경이 중심이 된 것이다.

그래서 화이트헤드는 '질서 속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변화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이 싸이클에 주목한다. 변화 경영을 하는 사람은 늘 이 두 가지를 한꺼 번에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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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5.11 08:41:01 *.55.55.206
하하하 정말 그렇네요. 변경이 변.경.이군요 ㅋㅋㅋ
재치가 번뜩이는 글. 진지하게 쓰셨는데 웃어서 죄송해요. 그런데 이번 글 참 재밌네요 형. 술술 읽혀요.

질서와 변화. 두 가지를 한꺼번에 볼 수 있어야 한다. 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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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5.12 10:47:02 *.118.101.252
변경하면 저는 이문열씨가 쓴 소설이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가자 아메리카에서 말 달리며
서부를 개척하던 모습도 눈에 보이구요.
이번에 몽고가면 말타고 초원을 달릴 생각에 지금도 흥분이 됩니다.
변,경도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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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5.12 17:24:29 *.48.43.83
미 대륙에서의 변경이 점점 서부로 넓혀지던 부분은 참 재밌었네요.
서부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졌지요.
글 내용도 좋고 힘도 있고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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