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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6일 17시 24분 등록

6기 연구원 최우성 입니다.

둘째가 벌써 고1인데, 또래가 그렇듯, '고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특히 삼겹살을 좋아합니다. 


스승님께서는,

노래는 나중에, 책부터 쓰라고 하셨지만

그게 되나요? 

노는게 즐거운 걸.

게으름과 빈둥빈둥 대기의 기쁨이 적지 않죠.  

노래 한 곡 만들면 그게 책과 다른게 없다..

떠들고 다닙니다.

 

책은 나중에, 

당장 급하게 달려오는 일부터 해치우며

짧은 틈을 타서 딩가딩가.... 

그렇게 타고났으니 별로 아쉽지도 않습니다.

힘들고 어려울때는 바쁜 일상에 핑계를 대는 것이 

훌륭한 대안이라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느닷없이

박미옥 연구원이 

오늘 제게 보내 준 '선물' 을 받기 전까지는요.


뜬금없이

선물을 받고

워쩔까...하다가


홈페이지에 오니, 만년필 스토리가 있네요. 

갑자기 만년필에 꽂혔습니다.  


저도 삼겹살을 좋아합니다.

22년차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인으로서 한겹의 삶을

오랫동안 아픈 이를 돌보며 살아가는 두겹의 삶을

그 와중에도 틈틈이 음악을 즐기며 살아가는 세겹의 삶을


책을 쓴다면, 아마

삼겹살에 관한 얘기가 되겠군요.

쓸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낸다는 보장은 없군요.

슬슬 놀면서 게으름 피우기를 희망하며 해보고 싶습니다.

느린 사람이라 3년 안에 못 쓰면 석고대죄 하고 다른 분에게 드리겠습니다.

작가론이라고 할 것은 없고, 

과거에 보냈던 마음편지로 가름하겠습니다. 



무엇이 슬픈가?

 

작가, 자신을 매혹시키는 것을 묘사하는 자!

-헤르만 헤세-

 

2월의 마지막 날, 병원에서 특별한 미사가 있었습니다. 33년을 근무하신 소아청소년과 교수님과 40년을 근무하신 영상의학과 기사님, 27년을 근무한 영양팀의 조리반장님 세 분의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미사였습니다. 신부님의 인사와 축하 특송이 끝나고, 영상의학과 기사님이 대표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이렇게 정년퇴직을 하게 되니 감개무량합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지요. 슬프고 아쉬운 일입니다. 근무하는 동안 어려움도 많았고 다른 직장으로 스카웃 될 뻔한 일도 있었지만 무사히 정년퇴직을 할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근무하는 동안 참 행복했습니다. 제가 혼자서만 간직하려고 했지만, 여러분을 위해서 특별히 장기 근속하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아주 어렵지 않습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주님께 자신을 봉헌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치유자이신 주님께서 도와주실 겁니다.”

 

비법을 전수해 준다는 익살에, 왁자한 웃음이 터지고 축하가 이어집니다. 감개무량해하는 얼굴에서 정년퇴임까지 무사히 직장을 다닌 자의 자부심과 안도감이 느껴집니다. 요즘같이 직장 구하기 힘든 세상에, 한 직장에서 30년, 40년을 무사히 다니고 정년퇴직이라니,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일지도 모릅니다.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습니다.

 

몇 년 전, 10년 근속상을 받던 날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화창한 5월의 오후, 저는 종로의 거리를 헤매고 있었습니다. 10년 근속상장과 기념 금메달이 어떤 의미도,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습니다. 생계수단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싶었지만 잘 안되더군요. 그저 답답하고 먹먹했습니다. 문득 거리에 늘어서 있는 사주를 보는 곳으로 들어섰습니다.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믿음이 있었고, 가톨릭 신자는 점을 보지 않는다는 무의식적인 압박도 있었지만, 5천원에 한 인간의 미래를 알려준다는 광고문구에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계속 다닐 것 같습니까?’

 

저의 물음에 사주를 보던 중년의 아주머니가 말하더군요.

 

‘5천원을 더 내면 다른 것도 알려드립니다.’

 

결국, 만원을 내고 들었던 내용들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

다만 화창한 햇빛과 시원한 바람, 서늘했던 마음만 기억납니다.

 

저녁에는 작은 술자리가 있었습니다. 인도에서 요가·명상을 공부하고 온 연구원을 환영하는 모임이었는데, 스승님께서도 참석하셨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한편 씩 암송하고,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고, 다시 자작시를 읊고, 기타를 치며 다시 술을 마셨습니다. 한마디로 놀고 먹었는데, 시간은 왜 그리 빨리 가는지, 저녁 7시부터 시작된 모임은 금새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사부님도 시를 한편 암송하셨는데,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이었습니다. 스승님에게 프로스트의 시는 그 무엇보다 남다른 의미인 듯 보였습니다. (오죽하면 그 긴 시를 영어로 암송하셨겠습니까..^^)

 

스승님은 이제 작가가 되어 자신을 매혹시키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영웅이 되는 길을 찾아내어, 스스로 그 길이 되었고, 유일함의 원천인 자신을 무기로, 대한민국에 없던 직업을 마련하여, 삶과 앎의 실천을 말하는 변화경영 사상가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살아라’ 그것이 스승님의 삶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세상의 흐름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어떻게 자신의 흔적을 남길 것인지 이야기하며, 모임이 끝나갈 무렵, 사부님이 툭 내뱉으신 한 문장이 가슴에 깊이 박혔습니다.

 

‘자신의 삶에 이야기가 없으면 슬플 것이다.’

 

그렇군요. 몇 년 전 느꼈던 답답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10년을 근속하든, 40년을 근속하여 정년퇴임을 하던, 그 삶에 자신의 이야기가 없으면, 계속해서 햇빛은 화창하고 바람은 시원하고, 마음은 서늘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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