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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들이

2007년 4월 29일 07시 32분 등록
어제밤은 걱정없이 편히 잤다.
아니 솔직히 편히 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부족했던 잠과 체력저하와 연구원 수업에서의 5시간 집중으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감기와 편두통으로 골아떨어졌지만 몇번은 깨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요근래 잔 것중에는 편히 잔 편에 속한다.

그렇게 잘 수 있었던 이유는 마음의 족쇄 하나를 풀어낸 '하루 미뤄짐' 때문이다.
그것이 확정 되었을 때, 옆에서 경빈 선배가 사극버전으로 '아-니 되옵니다.'를 장난으로 외쳤다.
솔직히 나는 '아니 되옵니다.'버전이다. 어제 그 혜택으로 편한 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몇번의 유혹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정말, 징글징글하게도 책 읽는 속도가 안나서 월요일이 코앞에 닥쳤는데, 손은 자꾸 오타를 만들어 내고, 글쓰는 소재를 찾지 못했을 때, 마음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나는 생각하나.
"하~쓰~ 이번에는 어떻게 하루 안 미루어지나. 미치겠다."

내 경우엔 다른 연구원보다 비교적 여유시간이 많은 것 같다. 글 읽은 속도가 너무 느려서 여유시간이란 것을 거뜬히 상쇄시켜 버리고도 시간이 부족하긴 하지만 절대적인 시간으로 보자면 괜찮은 편이다.

그래서, 자꾸 하루쯤하고 미루는 것이 나중에 코앞에 월요일이 닥치는 무서운 순간을 맞는 것이다.
그래서 독하게 마음 먹기로 했다. 유혹이 들어올 틈을 주지 말자. 나는 그 유혹이 또다시 찾아오면 어떡해 막아낼지 대책없다. '그냥 빠져버릴테야~'라고 미리서 부터 항복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그냥 하루 늦춰질 여유는 없는 것이라고 독한 소리를 해본다.
예전에 본 '영어공부 성공수기'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4~50대 아저씨의 영어공부 성공사례다. 학원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빠지지 말라고 하면서, '직장 동료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어도 학원은 빠지면 안되고, 심지어 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해도 빠지면 안된다. 오직 학원을 빠질 수 있는 예외적인 날은 본인의 제삿날 뿐이다.'라고. 그 아저씨 그렇게 독하게 공부해서 결국은 원하는 것을 얻으셨단다.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일주일을 충분히 다 활용하라는 것이다.
나처럼 막판에 쫓겨서 밤새서 하라는 것이 아니다.

몇달쯤 되면 책읽기나 글쓰기 여전히 어렵기는 해도 습관이 붙는다는 선배들의 조언만 믿고 있다. 얼른 습관으로 만들 수 밖에.

연초부터 계획해 두웠던 과수원 봄꽃 여행 가야하는데, 이번주가 절정인데.....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습관 아직 못들인 탓에 봄꽃들이 나 없는 데서 다 지고 말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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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로 인해, 3기 연구원들에게 돌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그냥 내 심정이 그렇다는 거다.
원래, 뭔가를 하고 싶으면, 그 욕심때문에, 유혹이 생길만한 것은 미리 가지치기를 하고 가는 성격이라 이번에도 그게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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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4.29 12:12:29 *.70.72.121
정화가 많이 고단했구나. 나도 그랬는 데. 생산적인 것 하나도 없이...

대게의 경우에는 주말에 마음의 여유를 갖고 과제를 한다. 어제는 처음 있는 마라톤 수업이었다. 아마 우리가 계획했던 것 보다 느리게 진행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그토록 오래 기다려온(?) 사부님의 강연은 오히려 너무나도 짧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아쉽기도 했다. 내게는.

그러나 그 이전에 골이 띵~했다. 과제에 시달리고 생각에 시달리고 하면서 또 본격적 수업에 대한 긴장감도 꽤 심했으리라. 모두가 발표 내용보다 성의 있는 과제를 한 것을 누구든지 다 느낄 수 있었다.

여기는 일반 대학이나 대학원 과정의 커리큘럼 위주나 틀에 박힌 사고를 수업하는 곳이 아니다. 변.경.연 수업이 창조적일 수 있고 더불어 우애를 나눌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우리가 지식만을 추구한다면 구태여 여기에 머무를 이유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온라인 과제를 통해 한 달 동안 사부님의 과제를 나름대로 완수하고 그 과정에서 끝없는 대화와 충고, 식견과 앎을 배워나가는 창조적 수업을 스스로 해나가는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사부님께서는 우리의 쌓임과 피로를 먼저 읽어 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필요한 부분을 말씀 드린 것이다.

정화는 이어질 과제가 있으니 처지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구나. 내 경우에는 천만다행이다. 연구원에게도 "근로자의 날"을 주시고 우연한 트임을 허락하심이 안도감이 든다.

다수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시고 싶으셨다는 것, 주말은 가족과 함께 꽃구경도 하고 산에도 오르라는 배려에 감사드린다. "죽을 것 같애"라고 하면서도 더 열심히 하고자 하는 연구원들의 웃음과 피로가 겹친 얼굴을 보아주신 것이다. 나는 그래서 이 수업에 참가한다. 나는 벌금을 얼마든지 물을 수 있다. 더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은, 시간에 쫓겨 시험칠 때처럼 서둘러 내는 찜찜함을 아마도 짐작하시지 않으셨을까?

엄하신 사부님께서 허락해 주신 "연구원의 날"을 각자 뜻 깊게 새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정화야, 푹 자거라. 지치면 오래 갈 수 없다 이르셨다. 네 얼굴도 기억하시고 내리신 결정이라는 것 잊지말고, 콩나물국 팔팔 끓여서 고추가루 확 풀어 뜨끈하게 밥 말아 먹고 피로 풀면서 또 책 읽고 쓰자.

아마도 이번에 정화 글이 제일 훌륭하겠는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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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4.30 05:50:28 *.72.153.12
언니 잘 쉬었수?
써니언니, 언니가 말하는 것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여유를 갖는다는 것.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길에 잘 갈 수 있잖아요. 쉬어야 생산적이기도 하지.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우리가 푹 우려낼 시간을 갖지 않아서 일거야.

어제는 하루종일 푹 쉬었습니다. 감기로 머리쪽으로 뻣치는 열기를 잡지 못해, 두통과 함께 몽롱함이 여전합니다.

인제 또 읽고 또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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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7.04.30 09:50:00 *.99.120.184
저도 하루 미뤄짐의 여유를 즐기려는 마음의 유혹을 뿌리치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도 글도 급해지고 몰입도 되지않아 이번 글은 엉망이네요.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다시 시작해야 겠어요. 장기 레이스에 건강은 필수이니 건강챙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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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4.30 09:53:15 *.99.241.60
아마 유혹을 쉽게 이겨낼 정도가 내면
가끔 한번씩은 그런 유혹을 앞서는 일탈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한 나 자신을 깨는 일탈이후에 오는 여유와 문제가
새로운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너무 자주는 말고 거의 1년에 한두번 정도만..
너무 많으면 회복 불가능함

이번주도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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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2007.05.02 08:57:18 *.249.167.156
'앙~ 봄꽃들이 나 없는 데서 다 지고 말거다!' 하며 울상짓는 정화누나 얼굴이 그려져서 사뭇 비장한 글인데 웃고 말았네^^

그 안타까운 심정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봄꽃이 지고 나면, 올해가 가고나면, 내년 봄, 정화누나도, 과수원도 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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