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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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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6일 01시 42분 등록
올해 3기 연구원 해외 연수를 몽골로 가기로 가닥을 잡는다 하였고 옹박이 내게 여행 후기를 올려 달라 하여 글을 올린다.


아마도 2004년 5월 쯤일 것이다.
구선생님께서 색다른 공지문을 하나 올리셨다.
몽골이라는 곳을 약 2주 동안 여행할 계획인데 함께 갈 사람을 10명 정도 모은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하늘이 도와 함께 그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기록을 뒤져 보니 7월 6일에서 7월 20일까지 일면식도 없는 11명이 몽골이라는 낯선 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랬다. 여러가지로 독특한 여행이었다.
몽골이라는 곳을 선정한 것 자체가 특이했고 12박 13일이라는 긴 일정, 거기에 인터넷상으로 함께 할 사람을 모집한 것까지 두루두루 독특한 성격의 여행이었다. 더군다나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여행 모집 하루만에 신청자가 꽉 찼다고 했다. 만만치 않은 일정 때문에 인원 충원에 다소 시간이 걸릴꺼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며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선생님께서는 궁금해 하셨다고 한다. 여행 당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도착하여 가이드도 합류하여 여행 인원은 총 12명이 되었고 13일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풍광 자체가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곳.
그곳은 끝없이 펼쳐진 초원, 푸른 하늘, 흰 구름이 사람을 한없이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우리의 여행은 즐거웠다. 모두 자연과 함께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고 풍류를 아는 사람들이었다.



(지명은 기억나지 않는 몽골의 어느 지방 공항)



낮에는 주로 말을 탔다. 밤에는 함께 모여 와인과 보드카를 마셨고 밤하늘의 별을 구경 했다. 때로는 누군가가 시를 읊기도 하고 잔잔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난데없이 개 한 마리가 나타나 우리 옆에 앉아 있다가 가기도 했다.



(말을 타고 찍은 필자의 그림자 사진)


(당시 가이드 소속의 여행사 메인화면으로 쓰이고 있는 사진.
가운데 빨간 복면이 필자고, 왼쪽에서 두번째 분이 구선생님)



그곳에도 로맨스가 있었다. 말을 탈 때마다 현지인들이 인원당 한명씩 말 타는 것을 도와줬는데 간수끄라는 청년이 우리 멤버 중 가장 나이 어린 처자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그는 백마를 끌고 오기도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오기도 하면서 그녀에게 어필 하려 했다.
비를 피하러 들어간 현지인의 집(게르)에서 그는 그녀를 향해 뜻은 알 수 없지만 구구절절한 노래를 그녀에게 불러줬다.

사막에서 선생님께서는 내게 달리기 시합을 제안하셨다. 선생님의 제안이라 걸절도 못하고 하기는 싫고 그렇게 어정쩡하게 수락했더니 선생님께서는 이내 바지를 벗으시더니 팬티 차림으로 달리신다.

나는 함께 뛰면서도 나이 드신 분에게 무작정 앞서 달릴 수 없어 조금 뒤처져 달렸더니 이게 왠걸.. 끝까지 나는 뒤에 처지고 말았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인데 이 글을 쓰다보니 그 장면이 떠오르고 사진도 다시 찾게 된다.
그러고보니 또하나 안좋은 기억이 떠오르는데 며칠 후 나는 말에서 낙마를 하고야 말았다.
여행 기간 내내 낙마 사건(?)은 딱 두번 있었다.


(사막에서 달리기 시합하는 두 사람)


(나도 팬티만 입고 뛰었으면 내가 이겼을텐데 ㅡ.ㅜ)


때로는 길을 가다가 비빔밥을 먹기도 하고 양념으로 재어둔 고기도 구워 먹고 라면도 끓여 먹었으며 마늘빵도 구워 먹었고 수제비도 해먹었다. 모두 가이드덕분이었다.










그러한 장면 하나하나가 모여 그 여행은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때 구선생님을 처음 뵈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사실 몽골이라는 곳이 아무나 좋아할 만한 곳은 아니다. 수도 등 몇 곳을 빼고는 전혀 현대화 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100년 전 모습 그대로이니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불편함도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고 도전을 즐기며 이국적인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여행해 보라고 권할 수 있는 곳.
내가 가봤던 몽골은 그런 곳이었다.


(간수끄 프로포즈 동영상)
IP *.142.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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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7.05.06 01:55:52 *.109.96.230
하하~ 팬티 바람으로 사막 달리기!!! 최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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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7.05.06 07:13:50 *.211.61.153
3년전 기억임에도 어제 갔다 온 것처럼 생생합니다.
사부님의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어 좋네요.
이번 여행은 어떤 모습으로 .... ^.^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빨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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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5.06 08:33:23 *.70.72.121
요즘 재동 선배 글이 정감 넘친다. 꿈섭이를 낳더니만 더욱 심상찮다.

사부님 빤스는 무당 빤스? ㅋㅋ 디따 재밌다. 허벌나게 뛰시누만 ...
간수꾸 같은 열정을 사막에 떨궈놓고 싶으셨나보다. 올해는 더 잘 뛰실 것 같은데 종윤이 이길까, 여해가 이길까 두고 볼 일이다. 푸하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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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5.06 14:53:04 *.112.72.193
아 간수끄!
이번에 사부님 댁 번개에서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았습니다. 순수한 시골 청년의 모습이 제게도 투영되어 가슴이 아팠어요. 어렸을 적 통영에서 살 때 저도 비슷한 기억이 있거든요(귀자 미안) 진미씨, 이번에 꼭 같이 가자고 해야겠어요.. ㅎㅎ

재동이형 고맙습니다. 전 왜 이렇게 후기가 늦게 올라오나 했어요. 사진에 동영상까지.. 와 정말 알찬 후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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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5.06 15:14:26 *.48.42.253
비하인드 스토리를 자세히 듣고보니 정말 웃김..하하하
사부님이 거시기야그는 싹 빼놓고 하셨는데...그랬었구나.ㅋㅋ
재동씨 넘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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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5.06 16:05:45 *.46.182.185
푸하하하
푸하하

이번에 뭔일이 있어도 꼭 간다. 그리고, 빤스 레이스를 꼭 봐야지.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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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
2007.05.10 08:56:29 *.104.95.121
재동쓰. 이렇게 동영상을 맘대로 유포하시다니...너무하시옵니다!!

그래도 그 옛날의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나네요...벌써 3년 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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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5.11 07:08:30 *.70.72.121
사막에서 사부님 낙타처럼 뛰시는 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이야...
치열한 변.경을 떠나 변방(경계)에서 사막의 모래알처럼 흩어졌다가 마침내 다시 질서정연한 변.경으로 돌아오기 위한... 아, 진한 몸부림...

이번엔 무슨 빤쓰를 입으실까? 줄무늬, 땡땡이, 꽃무늬, 아님 망사? 우하하... 망사 조우타. 우후! ㅋㅋ 사랑해요, 간스꾸. 아니 샤부님...님..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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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암
2007.05.22 17:18:08 *.200.97.235
저는 6월 말경해서 3주 7월말에 9박10일 정도해서 몽골로 출장을 갑니다. 몽골이 한국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재동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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