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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0일 23시 50분 등록

이번 주 월화수목 나흘 동안 집에 쳐박혀 있었다.

많은 일을 했다.

9 to 5의 오피스 직원보다 더 능률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역시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몰아주지 못했다.

어쩐 일인지, 그런 나를 비춰주는

시간관리와 관련된 글이 다른 때보다 더 자주 눈에 띄어 나를 괴롭혔다.

 

그러다 오늘 아침,

<영적 비즈니스>의 아니타 로딕을 다시 만났다.

그녀를 만난 건 욕조 안에서다.

그녀를 만나서 나는 한 가지를 다시 깨우쳤다.

내가 시간 관리라는 말에 묻혀있을 때

그녀는 내게 근본적인 것으로 치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흘동안 머리를 감지 않았다.

약속을 다 취소하고 나흘을 집에만 있는다는 건

현장 중심의 사람인 나에게는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애써 약속을 차단해도 방심한 사이 금방 다시 차버리는 것이 내 스케줄북이다.

그러니 나흘의 황금같은 시간은 머리 따위나 감으며 소비할 것이 아니었다.  ^^**

생각보다 견딜만 했다.

물론 머리카락이 점차 줄어들어 두개골에 딱 달라붙고 말았지만.

 

오늘은 외출이 있는 날이다.

머리를 감기 위해 욕실에 들어갔다가, 아예 핫배스를 했다.

물을 욕조 가득 넘치도록 받고

바디샵 배쓰 솔트와 버블 샤워를 넣고

월풀까지 돌려서 거품이 철철 넘치도록 만든 다음

풍덩 물 속에 빠져 약 한 시간 동안의 호사를 누렸다.

그 때 거품 너머로 뻗친 내 손에는 <영적 비즈니스>가 들려있었다.

 

사업을 시작하는 내게 사부님이 읽으라는 미션을 던져주셔서 잡게 된 책이지만

사부가 왜 그 책을 읽으라고 하는지를 0.0001초도 안되서 알아버렸기 때문에

그 책을 다시 잡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conversation.jpg

 

아, 그런데 다시 읽어도  너무 좋다.

아니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처음 그책을 읽었을 때나 지금이나 그녀는 공간과 시간을 넘어

내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역시 그녀는 남다르다.

그녀의 책 제목이 <Business as unusual> 이 아닌가.

요즘 모든 마케팅 책들이 남다르게 하라, 고 외친다.

그런데 그녀의 주장은 그런 것들과도 차별된다.

정말로 남다르다.

그건 바로 책에 가둘 수 없는 현장의 생명성 같은 것이다.

기업가 정신은 터득하는 것이지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 그녀는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의 한계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나는 경제이론이나 비즈니스 이론을 공부해본 적도 없으며 앞으로도 공부할 마음이 없다. 

내가 관심을 가져온 것은 이론이 아니라 언제나 실천이다."  


그녀의 빨간 피가 나를 새롭게 한다. 

이제 다른 것 생각 안하고 내 일에 첨벙 뛰어들 수 있을 것 같다.

일들아 오라, 내가 다 맞아주겠다, 그래, 나답게 하는 것이 차별성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이 일을 나보다 잘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거기에 호구지책으로라도 이 일을 해야하는 절박함이 내게는 추진력이 아닌가.

바디샵도 그녀의 호구지책으로 시작된 것이 아닌가.

궁핍은 그런 점에서 좋은 자원이다.

사부님 말마따나 앞으로 나가게 하는 회초리이자 힘이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대부분 궁핍이라는 환경을 오히려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 일어선 사람들이 아닌가.

 

그녀의 뜨거움이 목욕물의 뜨거움을 능가했다.

목욕물 안에 있는 동안 나는 그녀의 뜨거움으로 새롭게 채워졌다. 

목욕 후의 개운함은 그러니까, 그녀의 정신으로 물갈이를 한 개운함이다.

욕조에 더 오래 머물러 있으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책상으로 내달려 이전에 내가 연구원 시절 리뷰했던 그녀 책 내용을 다시 훑어보았다.

http://www.bhgoo.com/zbxe/84870 

 
이미 그때에도 나에게 그녀는 불꽃으로 다가왔었다.
동일한 장면, 동일한 지점에 나는 여전히 감동했다.
그렇다면 내게 불꽃으로 다가오는 그 장면과 지점들, 그것은 분명 나의 다른 얼굴일 것이다.
 
리뷰에도 언급했지만 그녀와 내게는 닮은 점이 많다. 
같은 반도국가 이탈리아 혈통의 그녀는 우선 나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고, 
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습에 얽매이지 않으며, 
늘 세상을 향해 두근거리는 마음을 열어두어야 하는 사람이며, 
특히 사람들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스토리에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엄벙덤벙 체계적이지 못한 덜렁이어서 방에 앉아 꼼꼼히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는 
밖으로 뛰어나가 문제와 대면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천부적으로 무정부 상태를 좋아해서 지도나 설명서 보다는 열정의 안내를 받기 좋아하고
전략은 좋아하지만 계획은 좋아하지 않으며, 
복잡한 시스템보다는 현장의 융통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는 책의  이런 귀절들이 특히 좋다.

‘나는 다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며, 
심지어 작년의 나와도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기업가는 본질적으로 아웃사이더이며 다른 북소리에 맞추어 행진하는 사람이다.’
‘나는 물건을 사고 팔지만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을 더 좋아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심장과 영혼 속에 들어있는 것과의 교류를 끊지 않는 것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을 여행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실험해 볼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재미와 열정, 사회적 관심을 일상 생활의 일부로 삼는 한편, 
이론과 실천 사이의 간격을 좁히도록 나는 꾸준히 노력한다.
....
 
그녀가 자신의 열정의 4가지 원천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도 재미있다.
그 중에서도 두려움이 그녀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인생을 단 한번만 살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두려움의 원천이다. 
이 한번 뿐인 인생을 나는 두려움을 가지고 살고 싶다. 

그리고 토마토 역시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흘러나온다.
 
나의 넘치는 에너지는 내가 이탈리아인이며 토마토를 많이 먹는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다. 
토마토에는 사람을 원기왕성하게 하는 효소가 들어있는 것 같다. 
이탈리아 사람 중에 힘이 없어 축 늘어져있는 사람은 없다. 
아마도 나의 넘치는 에너지는 분명 토마토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치는 나의 에너지원? ㅎㅎ)

육체를 세월이 선물한 '시'로 보는 그녀의 생각이 아름답다.

주름 속에 깃든 삶의 이력이 나를 말해주는 것이라면

우리는 우리 인생을 좀 더 책임감있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내가 드러난다면

그리고 그것이, 아니타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이웃을 향한 선물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인생을 살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IP *.70.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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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10.11.20 23:52:31 *.70.61.227
이글을 쓰고 외출한 날, 저녁 늦게 박남준 시인을 만났습니다.
아니타와 박남준, 둘 간의 공통의 키워드가 있었습니다.
제가 시인을 만난 이야기는 : http://cafe.naver.com/morningpage/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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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11.21 05:58:23 *.123.110.13
'내가 관심을 가져온 것은 이론이 아니라 언제나 실천이다.'
마음에 새기고 싶은 문장입니다. 

북리뷰 보았습니다. 굉장히 공을 들이셨더군요. 선생님 코멘트도 인상적이었구요. 정말, 이렇게 좋은 책이 왜 절판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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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11.21 14:40:55 *.34.224.87
며칠 전, 첫 책의 컨셉을 잡기 위해
고민하다가, 문득
한숙 선배의 첫책 제목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요.
멋진 리뷰를 보면서 느낀 의문이었을 겁니다.

절판되어서 저는 스승님의 '공익을 경영하라'를 봤는데,
은주가 그러더군요. 아니타 책을 읽어보라고...
1월에 읽을 책의 리스트에 올려놓았습니다.

' 천부적으로 무정부 상태를 좋아해서 지도나 설명서 보다는 열정의 안내를 받기 좋아하고
전략은 좋아하지만 계획은 좋아하지 않으며, 
복잡한 시스템보다는 현장의 융통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

위 부분이 아주 맘에 듭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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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10.11.21 20:55:47 *.226.121.226
좋은데요....  새로운 출사표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비장함과 설레임은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어요....짝짝짝!

드디어 침묵의 4기에서도 2011년 벽두에 책이 2권이나 출간된다지요? 기대되고, 응원합니다.
 모름지기 자기경영은 '성과'가 있어야 하나봐요... 그렇지 않으면, 지속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암튼!  4기 대빵님, 글 읽고 다시금 정신차리고 갑니다. 화이팅! ^^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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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2010.11.22 08:57:50 *.114.22.135
잘 읽고 갑니다. (무언가 냉정함을 받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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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2010.11.22 10:08:29 *.203.200.146
제제입니다^^
아니타의 열정과 자유로움이 로이스님에게도 그대로 묻어나요~
아니타가 로이스님의 롤모델인 것처럼
모닝페이지를 하면서 로이스님이 제 롤모델이었어요 ㅎㅎ
그래서 저도 모르게 연구원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글을 읽으면서 해봅니다.
갑자기 찐~한 토마토 스파케티가 땡기네요.ㅋ
오늘 저녁 메뉴 당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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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
2010.11.22 11:27:32 *.230.26.16
선배님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합니다!
이 글을 쓰는 그 맘과 열정이 저에게도 그대로 전달되는 듯 합니다.
모쪼록 또 한 분의 아니타 로딕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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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밥잘
2010.11.22 16:20:40 *.67.223.154
역시 로이스는 글쓰기에 열정을 가득 싣고..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왔군요.
방가방가방가방가방가.......나도 1000줄은 더 써서 반갑다고 하고 싶은데.... 이만 줄입니다.

그리고 로이스 
사진에 있는 조각도 설명해 줘요.
뭔가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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