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연구원

연구원들이

  • 소은
  • 조회 수 2754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10년 5월 23일 17시 11분 등록

비빔밥.jpg

요즘 나는 비빔밥을 주식단으로 삼고 있다.
자나깨나 비비는 거다.
계절 야채를 종류별로 사다가 손질해놓고
때마다 밥 위에 수북히 올리고 열심히 비빈다.  
식사 준비?  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비빈 노하우가 몸 속에 녹아있어서 비빌 때 그 힘이 고스란히 살아난다. 

요즘 우리 가족들도 하루 한 끼 이상은 비빔밥을 먹는다.
처음엔 고기 볶은 것이나 계란 후라이라도 얹어야 먹더니
이제는 야채만 가지고도 맛있게 먹는다.

위의 사진은 어제 점심에 먹은 비빔밥이다.
시장을 가지 않아 야채가 별로 없었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상치와 깻잎, 당근이 조금씩 남아있었다.
냉동실도 뒤져보았다.
오래전에 불려서 삶아 나눠 둔 씨래기 몇 덩이와 머우가 남아있었다.

머우는 작년 이 맘때 괴산 행복숲에 갔다가 밭둑 도랑가에 자란 것들을 뜯어온 것이었다.
한 잎 베어물고 너무 써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잊고 있었다.
지난 화요일에 인사동 채식식당<한과채>에 가서 먹은 머우는 대궁도 크고 맛도 그다지 쓰지 않았다.
약간 씁쓰름한 정도여서 오히려 입맛을 살려주었다.
그런데 내가 뜯어온 머우는 한약처럼 썼다.
아마도 야생에서 자란 것이라서 그럴 것이다.
당연히 몸에는 더 좋겠지.
버리지 않고 보관하기를 잘 했다.

머우만 잔뜩 넣었다가는 가족 아무도 입을 대지 않으려고 할 것이기에
씨래기에 머우를 조금만 넣고 들기름에 살짝 볶았다.
양파도 하나 꺼내 얇게 다져서 찬물에 담가 매운 맛을 뺐다.
준비된 것들을 밥에 올렸다.
고추장을 얹고 갈아둔 깨소금을 치니
이렇게 근사한 비빔밥이 완성되었다.
밥은 조금만 넣는다.
물론 밥도 현미에 12곡을 섞은 것이다.
밥을 조금만 넣어도 비비면 양이 푸짐해진다.
이렇게 먹으면 탄수화물 섭취가 줄게 된다.

탄수화물 섭취가 줄게 되면 에너지원으로 지방을 갖다쓰기 때문에
지방분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니 몸은 자연히 날씬해진다.
양껏 먹고도 살이 찌지 않는 음식이 있다면 단연 이런 채식 식단이다. 

밥대신 국수를 삶아 야채와 초장을 얹거나, 김치 송송 썰어 깨소금에 묻혀서 얹어 먹어도 된다.
(음, 이 글을 쓰는 지금 입안에 군침이 돈다)

위의 비빔밤과 먹을 국물로는 씨래기를 넣고 된장국을 끓였다.
(씨래기를 쓰는 날은 이것에도 저것에도 씨래기가 들어간다 ^^)

비빔고추장도 한꺼번에 만들어둔 것이라 먹을 때마다 만들 필요가 없다.
내가 비빔고추장을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쇠고기 다진 것을 끓는 물에 넣어 끓인 다음 체에 받쳐 기름과 거품을 다 제거한다.
올리브유(현미유를 써도 좋다)에 마늘 다진 것을 넣고 함께 달달 볶는다.
그런 다음 분량의 고추장과 꿀을 넣고 볶으면 완성이다!!

설탕을 아예 주방에서 몰아낸 지 오래인데,
설탕 대신 조청 녹인 것이나 꿀을 쓴다.
꿀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단 것을 많이 쓰지 않으니 꿀도 많이 들지 않는다. 
조청이(꿀도 자주 쓰진 않는다) 떨어질 때는 대용으로 올리고당을 쓴다.

작년 나의 4달간의 생채식 이후 우리집에 등장한 주 양념은
들깨가루와 들기름, 올리브유와 조청, 참깨가루, 그리고 유기농가게에서 산 천연양념 등이다.
표고버섯 가루와, 현미 살 때 주는 미강(쌀겨가루)도 애용하는 양념이다.
미강은 밥할 때 한 스푼 넣고, 찌개 끓일 때마다 한스푼씩 집어넣는다.
(마사지 팩 만들 때 써도 좋다고 하지만, 나는 마사지 하는데는 영 잼병이고
 관심도 가지 않아서 한 번도 써먹어보진 못했다)

미강은 나물 볶을 때도 넣는다.
물론 표고버섯 가루와 들깨가루도 쓴다.
이들 가루를 사용하면 국물이 진하고 구수해진다. 

멸치를 국물내서 쓰거나(국물내는 파우치가 있어서 거기에 담아 찌게 냄비에 풍덩 집어넣으면 된다)
맑은 국물을 낼 때는 다시마 잘라 놓은 것과 마른 표고버섯을 애용한다.
된장찌게를 끓이거나, 일품요리와 함께 먹을 국물을 급히 만들 때 내가 잘 쓰는 것이 조개류다.

조개는 한꺼번에 많이 산다. 
(사실 나는 예전부터 식구많은 대가족 살림을 해서인지 한꺼번에 많이 사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

사온 조개는 끓는 물에 먼저 한소끔 데친 다음 맑은 물로 깨끗이 헹군다.
번번히 해금하는 것이 번거롭고, 해금을 잘해도 모래 잔여물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나는 해금하는 대신 끓는 물에 데치는 방법을 쓴다.
그렇게 씻어둔 조개를 한 끼 분량씩 크린백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필요할 때 꺼내쓰기만 하면 된다.
사실 모든 것은 시장봐온대로 그렇게 분리해서 조리하기 쉽도록 냉장고에 넣어둔다.
고기도 찌게 분량 만큼씩 나눠 담아 놓으면 편리하다.

매일매일 신선한 재료를 사서 바로 요리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런 환경도 되지 않고, 시간을 아껴써야 하는 나는 내 방식대로 살림을 할 뿐이다.
(그렇지만 이즈음 앞 마당에서 금방 솎아 온 여린 상추를 넣고 비빔밥을 만들면 얼마나 맛있는지는 잘 안다. ^^) 

10년 만에 다시 찾은 주방과, 주부로서의 내 임무를 만트라를 외듯, 나름 정성껏 하려고 노력하며 행복하다.
귀찮다는 생각을 버리고,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할 수 있는 특권이 아직 나에게 남아있는 게 정말 감사하다.

얼마 전에 문성희씨의 <평화가 깃든 밥상>이란 책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자신의 책에 인용한 글귀가 있는데, 마음에 깊이 들어와 박혔다.

재난 당한 사람들이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게 돕는 리 제임스라는 호주 인질협상 전문가의 말이다.

"힘들고 피곤하고 우울할 때는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그러고 나서 마음을 고요히 한 뒤 사랑을 담아 아주 천천히 따뜻한 음식을 만듭니다.
마치 신에게 바치듯이요. 그렇게 신선한 파동이 가득한 음식을 음미하며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깊은 잠을 잡니다.
이렇게 먹고 쉬고 자는 동안 영혼이 평화와 사랑, 명료함을 되찾으면서 에너지가 충만해집니다.”

밥을 준비하는 일은 단지 먹는 일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가족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이렇게 사랑과 정성을 담아 식사를 바칠 수 있다면
그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 

그녀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열 가지 요리 원칙은 그래서 깊이 음미할 만하다.

첫째, 나는 생명이 인간에게 중요한 만큼 다른 생명체에도 중요하다고 믿기에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둘째, 되도록 가공 식품이나 수입 식품을 먹지 않는다.
셋째, 먹을거리를 손수 재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부득이할 때는 유기농 재배 농가나 협동조합, 유기농 매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구매한다.
넷째, 껍질과 씨앗, 뿌리를 버리지 않고 먹어 먹을거리를 제공한 자연에 감사를 표한다.
다섯째, 되도록 조리 가공을 적게 한다. 신선한 날것을 많이 먹고 익힐 때는 가열을 최소화하며 양념을 적게 하여 재료의 신선한 맛을 최대한 살리고 살짝 찌거나 굽거나 데쳐서 먹는다.
여섯째, 조리법을 간단하게 하는 대신 한 그릇에 많은 채소 재료를 골고루 사용하고 밥도 다섯 가지 이상의 알곡을 섞는다. 반찬 가짓수를 두세 개 이상 놓지 않으며 조리된 음식은 서른여섯 시간 안에 먹고 음식물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일곱째, 음식을 만드는 동안 몸과 마음을 최상의 평화로운 상태로 만들어 음식에 좋은 파동이 담길 수 있도록 한다.
여덟째, 출처를 모르는 음식이나 밖에서 파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아홉째, 위장이 가득 차도록 먹지 않는다. 몸 안의 장기가 혹사 하지 않고 휴식할 수 있도록 한다.
열째, 씨앗이 자라 꽃 피우고 열매 맺도록 한 흙, 공기, 물, 햇빛의 수고로움 잊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내게 들어와 내 몸으로 모양을 바꾼 그것들, 곧 내 몸에게 자주 사랑을 보낸다.

당장은, 이대로 똑같이 할 수는 없지만, 내가 그녀를 통해 다시 한 번 배우게 되는 것은
자신과 세상을 사랑할 방법은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이고,
그것들은 모두 나의 일상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IP *.70.61.217

프로필 이미지
봄범
2010.05.23 20:29:34 *.67.223.107
비빈 비빔밥.... 비비비빅...냐냐냐냠...냠냠냠

로이스 표 비빔밥으로 거뜬히 저녁 한끼 잘 끝냈어요.
매일 요렇게 하나씩 .....메뉴 부탁해요....

그런데 그  머위....
살짝 데친다음 찬물에 담궈서 쓴 맛을 좀 빼야한다던데요....

봄 나물은 부드럽고 여리지만
새싹들이 갖고있는 자기 방어력인, 약간의 독을 가지고 있다....하더군요.

어쨌든 머위는 조금 물에 담근 후에 드세요.
그러면 적당하게 쌉싸름해서...입맛을 돋우지요.  이상,   연두빛 봄 아줌마 생각..
프로필 이미지
은주
2010.05.23 23:45:00 *.219.109.113
찌찌뽕 ! 저도 요즘 새싹 비빔밥으로 한끼는 먹어요.

잡곡밥과 야채, 나물 너무나 신선해서 즐겨 먹고 있는데

사진과 글이 올라오니 너무나 반갑네요.

아이구 배고파~~~~
프로필 이미지
맑은
2010.05.24 06:09:01 *.225.229.30
비빔밥. 저희 집은 돌솥비빔밥을 판매합니다. 5천원이지요. 새벽에 먹어도, 부담도 없고 담백하고 좋습니다. 

비빔밥은 비비는 손맛이 중요한데, 저는 오랫동안 가게에서 밥을 볶아와서 비빔밥 비비기는 자신 있습니다. 

본비빔밥이 요즘 유행인데, 함께 드실래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8 6월 세째주, 유끼의 매일 수련 ^o^ [65] 무너지고 돌아온 유끼^^ 2010.06.14 2598
367 6기 연구원 추가 선발 -박경숙/신진철 [25] 구본형 2010.06.14 2692
366 <연구원컴백홈> 6월 11일 고즈윈 대표님을 모시고 file [9] 한명석 2010.06.12 2653
365 6월 둘째주, 유끼의 매일 수련 [24] 화이팅, 유끼! 2010.06.07 2357
364 6월 첫째주, 유끼의 매일 수련~ [39] 기운내라 유끼 2010.05.31 2231
363 '그리스-터키' 여행 참석자 필독 [15] 박미옥 2010.05.31 2566
362 5월 넷째 주, 유끼의 매일수련 *^o^* [33] 즐거운 유끼 2010.05.24 2253
» 5분만에 즐기는 로이스표 비빔밥 file [3] 소은 2010.05.23 2754
360 연구원님들, 글쓸 때 자신의 이름 좀 가르쳐 주세요. 한정화 2010.05.23 2287
359 소심 설문 대상자를 모집합니다!! [2] 차칸양 2010.05.20 2259
358 그리스-터키, 하기연구원연수여행, 참가를 확정해주세요. file [47] [2] 소은 2010.05.18 3789
357 명카수 최우성 file [7] 소은 2010.05.18 2204
356 5월 세째주, 유끼의 매일수련 *^o^* [41] 멋진유끼 2010.05.17 2110
355 국제 도서전. 정보입니다. file [4] 맑은 2010.05.14 3518
354 6기, 스승의 날 영상입니다. [11] 맑은 김인건 2010.05.12 2270
353 5월 둘째주, 유끼의 매일수련~ *^^* [40] 신나는 유끼 2010.05.11 2445
352 유끼 여러분, 도서관련 읽어주세요~ file [7] 2010.05.10 2275
351 5기 선배님들, 연구원 도서 질문입니다 ^^ file [4] 2010.05.06 2530
350 6기, 압구정에서 영상 [7] 맑은 김인건 2010.05.05 2203
349 백년고택에서의 사자 저술여행 file [7] 명석 2010.05.03 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