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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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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6일 14시 56분 등록

[저자와의 대화] 책 쓰기 원칙

 

 

나의 책 쓰기 원칙을 소개합니다.

확고하게 선 원칙도 있고, 지키려고 애쓰고 있는 원칙도 있습니다.

그대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취하세요.

 

*

조언하는 걸 좋아했는데 지금은 조심스럽습니다.

많이 줄었습니다.

공부할수록 부족한 점을 먼 산처럼 발견합니다.

올릴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 올립니다.

어제 말한 것에 살을 조금 붙였습니다.

 

 

1. 자기 책의 첫 번째 독자는 언제나 저자 자신이다

스스로를 먼저 감동시키고, 먼저 도움 받고, 스스로를 구원해야 한다.

스스로를 감동시킨 글이 다른 이를 돕고 감동시킬 때 가장 기쁘다.

난 별로인데 독자는 좋다고 하면 민망하고 부끄럽다. 기쁘지 않다.

 

 

2. 구체적인 독자 한 사람을 마음에 품고 쓴다

가상 독자는 없다.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한 사람을 구체적으로 설정한다.

대표 독자의 외적 내적 초상을 세우고 그 사람을 위해 쓴다.

주변 사람을 대표 독자로 삼아도 좋다.

 

연애편지 쓰듯이 쓴다.

사랑하는 사람, 친구, 직장 동료, 10년 전의 나 등을 가슴에 품고 쓴다.

<나의 방식으로 세상을 여는 법> : 10년 전의 나

<내 인생의 첫 책쓰기> : 연구원 동료, 첫 책을 쓰던 나

<구본형 아저씨 착한 돈이 뭐예요?> : 어린 시절의 조카

 

글 짓는 데 모두가 다 좋아하기를 바란다면 그 글짓기는 슬프다.

사람되는 데 모두가 다 좋아하기를 바란다면 그 사람됨이 슬프다.

헤프게 글 쓰지 말고, 헤픈 글 쓰지 말자.

난 진중한 사람이 아니다.

허나 글 쓸 때만큼은 헤프게 쓰지 않는다.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면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다.

사랑 받기 위해 애쓰는 마음으로 쓴 글은 아양과 아첨으로 흐른다.

힘이 없고 매력도 없다.

 

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 다들 뽑아 달라고 안달하기 때문이다.

매력이 없다. 글도 마찬가지다.

 

 

3.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한다

이 말은 스피노자의 말이다.

이 문장을 보고 바로 알았다, 나를 위한 문장임을.

 

내 강점은 탐구심이다. 글쓰기에 탐구심을 발휘한다.

탐구심은 내가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이자 잠자는 시간이 아까운 이유이다.

 

넓게 파면 저절로 박식해진다. 넓게 파기의 부수적 효과다.

 

자신의 재능을 글쓰기에 적용해보자.

 

어떻게 넓게 팔까? 두 가지 전략이 있다.

송곳전략과 그물 전략.

 

송곳전략은 독서로 따지면 조지프 캠벨의 독서법이다.

마음을 떨리게 하는 한 저자의 들이 판다. 그가 쓴 책 모두를 읽는다.

다음으로 그 저자가 가장 많이 인용한 저자의 책을 모두를 읽는다.

이런 식으로 한 저자나 구체적인 테마에서 시작해 확장해나간다.

 

그물 전략은 여러 분야의 책을 동시에 읽거나 연달아 읽기다.

그물 전략을 잘 쓴 저자로 제레미 리프킨을 꼽을 수 있다.

그의 책 아무거나 골라 읽어보면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연결시킨다.

좋은 그물을 짜려면 화두가 있어야 한다.

하나의 화두로 모든 것을 보고 읽는다.

 

 

4. 세게 공부해서 쉽게 풀어낸다

연구와 집필 과정은 빡세게 해야 한다.

많이 헤매야 쉽게 쓸 수 있다.

많이 넘어져 봐야 사람들이 넘어지는 곳을 안다.

내가 넘어진 곳에서 독자들도 넘어진다.

넘어질 만한 곳에서 친절하면 읽는 맛이 생긴다. 잘 읽힌다.

 

김용규 선생의 <신>을 읽으면서 이 점을 확실히 알았다.

어려운 주제, 많은 분량이었는데 읽는 맛이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저자는 이 책 쓰면서 많이 넘어졌을 것이고,

넘어진 곳을 자기 손으로 짚고 일어났을 것이다.

 

세게 공부한다는 뜻 = 연구원 1년차의 마음과 시간을 쏟아 책을 쓴다

세계 공부한다 = 격물(格物) X 완물(玩物)

 

격물(格物) : 사물의 이치를 깊이 연구함

완물(玩物) : 재미로 가지고 노는 물건

격물이 탐구정신이라면 완물은 놀이정신이다.

탐구와 놀이가 함께 작용할 때 시너지가 폭발한다.

완물치지(玩物致知) : 무엇이든 가지고 놀다 보면 그 이치를 깨닫는다.

단, 완물상지(玩物喪志)는 경계해야 한다.

완물상지는 아끼고 좋아하는 사물에 정신이 팔려 이상(본성)을 상실함을 의미한다.

놀이에 빠져 방향을 상실하거나 목적이 변질되면 안 된다. 글도 마찬가지.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 공자

 

 

5. 흘러 넘칠 때까지 매일 더한다

한 권의 책 뒤에 100권의 책이 버티고 있다.

쓰고 있는 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책 30권은 읽어야 한다.

이 정도 읽으면 안심이 된다.

이렇게 읽으면서 매일 글을 쓰면 어느 순간 흐름을 타게 된다.

내 안에서 글이 익어 저절로 나오는 흐름.

익은 감이 떨어지듯 글이 나온다.

 

 

6. 글의 소재는 일상에 널렸다

메모, 사진이나 그림, 시, 편지 등으로 기록한다.

정약용 선생은 일상과 연구, 강학 과정이 시, 편지, 책 쓰기 재료였다.

일상의 모든 것을 편지, 시, 산문 등의 형태로 기록으로 남겼다.

 

일상 속 소재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일상을 풍경으로 볼 수 있는 감수성.

힘겹고 막막한 내 삶도 남이 보면 풍경이다.

 

농사가 농부에게는 뼈 빠지게 힘든 노동, 땀으로 가득한 일상인데,

여행자의 눈에는 전원적 삶, 여유 있는 목가적 풍경으로 보일 수 있다.

좋고 어려운 일상사를 기록할 때는 이런 관점(여행자의 눈),

이 정도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관찰력과 운치와 운사를 알고 즐길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

다산 선생은 혜장 스님과 주고받은 시와 편지를 묶어 책(서간첩)으로 만들었다.

유배지에서 마음 통하는 사람을 만나,

시와 편지로 마음을 나누고 그 결과를 책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한 부씩 서로 보관했다. 우정의 증표이자 사제간의 정이 담긴 책이다.

 

큰 아들이 닭을 길러보겠다고 하자,

다산은 제대로 기르라며 긴 편지로 조언을 해준다.

닭 기르기에 관한 책들을 읽고, 다른 사람의 양계방식을 관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해보고 그 과정을 기록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들에게 그 과정을 책으로 곧 닭에 관한 경전, <계경>을 써보라고 한다.

 

또 과거를 볼 수 없는 두 아들에게 원포(園圃) 경영을 권한다.

어떤 과실나무와 채소, 특용 작물들을 심고, 어떻게 재배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큰 아들 정학연은 조언을 따라 원포를 경영하면서

그 과정을 아버지에게 시로 보고했다.

일상이 예술의 재료이고, 책의 재료다.

 

 

7. 한 번 쓰기 시작한 책은 끝을 맺어야 한다

산조(散調)를 배울 때 잘하든 못하든 한바탕을 끝내는 게 중요하다.

한바탕을 연주할 줄 알아야 그 곡의 학습을 마친 것으로 본다.

책쓰기도 같다.

책 한권 분량의 원고에 마침표를 찍으면 출간 여부에 상관없이 작가다.

한 번 완주해봐야 한다. 출간을 못한다 해도 그 저력은 내 안에 남는다.

 

27살 때 <20대, 너는 누구냐>는 주제로 한 권 분량의 원고를 썼다.

다 썼으나 출간 못했다.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때 쓴 원고는 훗날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와

<나의 방식으로 세상을 여는 법>를 쓸 때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다 쓰지 못한 책의 원고가 몇 개 있는데, 나중에 활용하기 어려웠다.

마침표를 찍고, 전체적으로 완성이 되어 있어야 발췌하고 재구성하기 좋다.

 

 

8. 자신의 집필 원칙을 세우고 지킨다

책을 쓰는 마음가짐이 책을 쓰는 과정과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만의 집필 원칙을 세워보자.

 

<내 인생의 첫 책쓰기>를 쓸 때 몇 가지 원칙을 세우고 지켰다.

출판사에 넘길 원고를 완성할 때까지 금주,

매일 읽고 쓴다,

연애편지 쓰듯이 쓴다, 이런 원칙이었다.

이 원칙은 책을 쓰는 마음가짐이었고, 이런 마음으로 썼다.

원칙을 지키며 쓴 과정은 내게 큰 자산으로 남아 있다.

책의 완성도도 이전 책보다 좋았다.

 

“꽃과 달, 그리고 미인이 없으면 세상이 되지 않는다.” - 옛 풍류객

“...과 ...., 그리고 ....이 없으면 나의 첫 책이 되지 않는다.”

그대는 빈칸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IP *.122.2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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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6 19:03:37 *.138.53.71

총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참석한 이들의 글을 읽으며 그곳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승완의 조언을 조용히 읽어가며

나에게도 적용해보고 새로운 결심도 합니다.

한 번 쓰기 시작한 책의 마무리를 위해 꾸준히 달려보렵니다~

 

승완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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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9 12:00:56 *.122.237.16

연구원 여행에서 형이 만든

7기 연구원 여정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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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6 22:29:54 *.134.232.179

승완! 그렇지 않아도 물어볼려고 했는데 ...^^

벽에 붙여 놓고 머리와 가슴에 새겨야  할 것 같아서,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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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9 12:04:45 *.122.237.16

이탈리아 여행에서 우리는 한 방을 썼지요.

피렌체의 고풍스런 호텔에서 형이

"승완아, 내 원고 좀 봐줘. 피드백이 필요해"라고 했는데,

그때 여행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형의 부탁에 마음을 쓰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 아침, 루카의 한 호텔 로비에서 사부님께서 형 원고를

살펴보고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내 마음씀이 각박하고 졸렬함을.

 

형, 그때 미안했어요.

이 글이 형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듯하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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